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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허물기-12(새미현대시선)

시간허물기-12(새미현대시선)

  • 김원명
  • |
  • 새미
  • |
  • 2012-03-27 출간
  • |
  • 280페이지
  • |
  • ISBN 9788956285924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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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호미 한 자루
제2부 저녁노을 빚는 시간
제3부 지팡이에 대한 생각
제4부 겨울과 봄 사이

도서소개

『시간 허물기』는 2008년 '문학사계' 시 부문으로 등단한 김원명 시인의 작품집이다. 본문은 '호미 한 자루', '저녁노울 빚는 시간', '지팡이에 대한 생각', '겨울과 봄 사이'의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내와의 삶의 흔적들을 찾아 모자이크하여 재구성 방법으로 쓴 시를 담고 있다.
목포와 제주 해운항만청장을 지낸 김원명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상재했다. “시공을 초월한 순애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는 김원명 시인의 시세계는 단적으로 말해서 요원한 저만치의 세계를 추구한다 하겠다. 「내 몸에 먼 곳이 있다」「조용한 굴뚝」「미역국」「김밥천국」「시간 허물기」등의 시제만 봐도 독자는 이 시인의 심정을 눈치 채게 될 것이다.
김원명 시인은 금슬 좋은 아내와 사별한 후 아득한 거리의 아내와의 공존을 모색한다. 그의 관념에는 너무도 먼 곳에 있어서 손이 닿지 않아 안타깝기는 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영상이다. 그가 어릴 때는 어머니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결혼하면서부터는 아내가 끓여주었고, 아내가 타계한 후에는 며느리가 끓여준다고 표현했다. 미역국을 끓여주는 세여인 중에서 두 여인(어머니와 아내)은 이미 타계하여 부재한 상태다. 부재하는 두 여인의 애틋한 애상으로 인하여 한줌의 미역줄기가 바다만큼 확대되어 온 누리에 일렁이게 된다.
시인은 두 여인의 부재를 부재로 보지 않는다. 이 세상을 하직했으면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인데, 그는 부재하는 두 여인에게 미역국을 끓여주겠다고 다짐한다. 이는 그의 관념 속에 먼 곳에 있어서 손이 닿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여기는 종교적 존재의식이다.
김원명 시인의 관심사는 언제 일몰에 견인되어서 천상에 먼저 가있는 아내의 곁으로 가는 일이다. 여기에서는 내세의 존재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내세가 이 시인의 관념세계에 존재하는 한 그가 언젠가는 아내와 재회할 수 있다고 믿는 그 신념으로 인해서 행복할 수 있다.
종교적 신념이란 이와 같이 부재의 현상세계에서도 존재 인식으로 인해서 행복할 수 있다는 역설의 미학을 가능케 한다. 그는 현실의 시간을 허물어서 아내와 하늘의 이부자리에 누운 별나라에서의 상봉을 꿈꾼다. 황혼의 애상에 젖은 그는 시간을 허물어서 아름다운 일몰(노을)에 견인하여 아내의 별나라 그 이부자리에 안식하고자 한다.

저자의 말

허공을 해쳐 온 달이
잠들다 가는
마르지 않는 호수 하나
내 가슴에 있다.

닿을 수 없는 저만치
내게로 노 저어 오는 쪽배
한 백년쯤
영영 떠내려가지 않는 당신.

이 글을 하늘나라에 먼저 가 기다리는
아내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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