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2018년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포털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에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비판한 댓글들의 공감 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첨부돼 있었다. 비판적인 의견을 의도적으로 눈에 띄게 만들어 정부에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시도로 보였다. 해당 포털 사이트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진상 조사에 나서게 된다.
얼마 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댓글 순위를 조작한 3명을 붙잡았다. 사건을 주도한 것은 시사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를 이끌어온 ‘드루킹’ 김 씨였다. 이들은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사실이 드러난다. 이들 중 두 명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고, 사건을 주도한 김 씨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김 전 지사는 김 씨의 불법행위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와 몇 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김 전 지사의 해명에도 정치권은 들끓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특검이 실시된다. 2021년 7월 21일, 세 차례의 재판 끝에 대법원은 김 전 지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댓글 작업 유죄를 확정하게 된다. 의혹이 제기된 지 3년 6개월여 만에 내려진 법적인 결론이었다.
16분 38초의 로그 기록, 닭갈비 저녁 식사
그날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김경수의 진실, 국민에게 다시 묻다
《김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은 이른바 ‘선플 운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드루킹 김 씨가 선플 운동을 이용해 어떻게 김 전 지사와 지속적으로 연락했는지 등 판결에서 인정한 내용을 인용하며 서술한다. 각 장별로 재판의 유죄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근거를 각각 다른 방향에서 제시하고, 의도적으로 내용을 거듭 설명하며 독자의 판단을 구한다.
다만 이 책은 “김경수는 무죄다”라는 확신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의심할 여지 없이 유죄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한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김 전 지사가 받아 든 판결을 되짚어 본다. 킹크랩을 이용한 직접적인 댓글 작업은 전적으로 김 씨와 경공모 회원들에 의해서만 이뤄졌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이러한 불법행위를 알면서 적극적으로 가담했느냐가 관건이었다. 한마디로 사건의 ‘공동정범’이었냐는 것이다.
사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날짜는 김 전 지사와 김 씨의 세 번째 만남이 있었던 2016년 11월 9일이다. 유력 정치인인 김 전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매크로 프로그램의 시연을 보았고, 댓글 작업을 승인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날이다. 그러나 과연 그날 16분 38초에 달하는 킹크랩 프로그램 시연이 있었던 것인지, 김 전 지사와 김 씨 일당 사이에 닭갈비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던 것인지, 이 책은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였던 사실들에 대한 논란의 지점을 제시한다.
무죄추정의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과연 대한민국의 형사재판은 이러한 원칙들에 충실했나
법원의 판단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다!
무죄추정의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백 명의 범죄자를 풀어주는 일이 있더라도 억울한 한 사람이 벌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죄를 밝히고 합당한 벌을 내리는 형사소송을 관철하는 원칙들이다. 그러나 과연 대한민국의 형사재판은 이러한 원칙들에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이미 유죄로 결론 내려진 김 전 지사의 재판에서 법원의 판단 구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저자는 김경수 전 지사 재판의 실체를 파헤치면서 이 재판이 사법 시스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김경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누구라도 대한민국의 형사재판에서 겪을 수 있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유력 정치인이었던 김 전 지사조차 사법 시스템에서 억울함을 겪을 정도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그런 일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재 사법 시스템의 문제점과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국민이 과연 이에 동의할 수 있는지 묻는다. 만약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면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