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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호텔

카사노바 호텔

  • 아니에르노
  • |
  • 문학동네
  • |
  • 2022-03-18 출간
  • |
  • 136페이지
  • |
  • 128 X 188 mm
  • |
  • ISBN 978895468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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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쪼그라들어가는 어머니의 몸뚱어리를 견디자면 오르가슴이 필요했다
어머니의 모습을 지우자면 죽도록 섹ㅣ스해야 했다
카사노바 호텔과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이 어렴풋이 겹쳐졌다……

표제작 「카사노바 호텔」은 에르노가 평생에 걸쳐 천착한 주제인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다루는 수작으로, 『단순한 열정』 『집착』 『탐닉』과 궤를 함께한다. 작품은 에르노가 1980년대의 영수증 더미에서 P의 편지를 발견하며 시작된다. P가 에르노에게 남긴 유일한 물건인 정액으로 얼룩진 편지는 에르노의 어머니가 중증 정신질환에 걸려 입원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하루아침에 용변도 가리지 못하는 노인이 되어버린 어머니를 지켜보다가 에르노는 충격으로 멍한 상태에 빠진다.

그러다 마침 업무상 만난 P와 오페라대로 근처의 ‘카사노바 호텔’로 향한다. 아픈 어머니를 문병하러 가서 앞뒤가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하는 모습을 울면서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어떻게든 현실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녀를 불러주는 호텔, 기껏해야 러ㅣ브호텔, 그가 창ㅣ녀들과 이미 들렀으리라 의심되는 장소”-그곳이 카사노바 호텔이었다.

어머니의 병이 나날이 심해지던 그해 봄, 에르노는 P와 카사노바 호텔에서 대실한 한 시간 동안 탐욕스럽게, 미친듯이 섹ㅣ스했다. 빠르게 쇠퇴해가는 어머니의 몸, 배설물로 더러워진 속옷의 기억을 견디고 홀로 죽음에 다가가고 있는 어머니의 고독을 잠깐이라도 잊어버리려면 “죽도록 섹ㅣ스하기”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후로도 P와 여러 번 만났지만 언제 어떻게 그 만남이 끝났는지 에르노는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한 거부감이 사그라졌고, 어머니의 쪼그라든 몸을 받아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페라역 승강장 맞은편에 서 있는 P를 알아본다.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이었다. 에르노는 그를 통해 “육체적 사랑의 가없음과 불가해함을, 그 연민의 층위를 느꼈다”고 쓴다. “몸짓 하나하나에, 그리고 포옹 하나하나에, 결코 서로 만날 일 없을 남자와 여자를 결합시키는 비가시적 물질처럼 그와 카사노바 호텔에는 뭔가가 있었다.” (17쪽)

1999년 발표작 「금세기 저편에서」에서 에르노는 20세기가 완결되며 많은 이들이 공유하던 이미지와 정서, 인물과 사건이 잊히게 될 것이라고 썼다. 세기말, 자신의 시대가 역사와 연표로 정리되고 다른 세기의 산물로 압축되는 장면을 보며 비애감을 느꼈을 터다. 그러나 21세기에도, 많은 것을 망각 속으로 빨아들이는 시간의 힘 앞에서도 에르노의 작품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카사노바 호텔』은 에르노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작품세계의 궤적을 훑어볼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또한 에르노의 오랜 팬에게도 엄선한 정수만을 뽑아 실은 이 작품집이 커다란 선물이 되리라 기대한다.


목차


카사노바 호텔 7
이야기들 19
귀환 31
방문 43
문학과 정치 49
체사레 파베세 57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이미지와 물음 63
라이프치히, 이행 73
금세기 저편에서 85
슬픔 95
C 소재 우체국의 남자 103
축하연 115
아니 에르노 연보 129

도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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