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이 보내는 응원 같은 수업 이야기
달마다 만나는 주제 수업부터 범교과 주제 수업까지,
주제에 꼭 맞는 그림책과 창의적인 체험 활동을 담다.
학년 초 학생들과 친밀한 반 분위기를 만들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과 함께 계절을 풍성하게 방법은 없을까, 수시로 돌아오는 행사를 잘 준비할 방법은 없을까, 교과와 체험 활동을 엮어 학생들이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수업을 할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 ‘주제 수업’을 계획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주제 수업을 하려면, 내용을 구성하여 교실에서 학생들과 나누고 그 결과를 평가하기까지 고려할 것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 국가 수준에서 역량과 성취 기준이 제시된 교과 수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수업의 범위와 깊이, 방향을 어떻게 정해서 진행해야 좋은지 제시된 기준이나 자료가 별로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초등 그림책 수업>은 초등 교육 현장의 이런 어려움을 고려하여 교과와 주제 수업에 그림책을 적용한 사례를 담아 내놓은 책으로, 한 해의 주제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그림책으로 주제 수업을 열어 보기를 제안한다. 그림책을 사랑하고 그림책으로 수업하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교사들이 주제에 꼭 맞는 그림책을 세심하게 정하여, 그림책을 함께 읽고 창의적인 체험 활동을 한 27개의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1부 ‘달마다 만나는 주제 수업’에서는 ‘그림책으로 관계 맺기’, ‘그림책으로 만나는 계절’, ‘그림책으로 여는 행사’ 수업을 프로젝트로 진행하였다. 2부 ‘범교과 주제 수업’은 주제에 따라 연관된 그림책을 읽고, 교과와 창의적 체험 활동 등 교육 활동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수업을 하고 그 결과를 정리하였다.
다정하게 말 걸며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 주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체험 활동을 하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수업의 주제에 도달하게 된다. 주제에 꼭 맞는 그림책과 1년 동안 진행한 창의적 체험 활동을 담은 생생한 수업 사례들이 한 해의 수업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제에 꼭 맞는 그림책 선정
그림책은 학생들의 생활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나 주제로 삼기 때문에 그림책을 읽어 주면 아이들이 편하게 귀 기울여 듣는다. 전체를 읽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글과 상징과 비유와 서사가 담긴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그림책은 학생들에게 다정하고 유쾌하게 말 걸며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초등 그림책 수업〉은 장마다 주제에 꼭 맞는 그림책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잘 선정된 그림책들은 추상적이거나 조금 어려운 주제도 길게 설명하거나 설득할 필요 없이, 학생들에게 단번에 다가간다.
1부 달마다 만나는 주제 수업 중 ‘그림책으로 맺는 관계’에서는 그림책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를 읽고 나의 색을 고민하고, 〈들어와 들어와!〉를 유쾌하게 외치며 함께 놀기를 제안한다. 〈너는 내 친구야. 왜냐하면…〉에 답해 보며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림책으로 만나는 계절’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끼게 해 주는 그림책들이 나오고, ‘그림책으로 여는 행사’에서는 〈로보베이비〉(과학의 달), 〈백년아이〉(평화의 달), 〈엄마의 의자〉(가정의 달) 같은 그림책들로 그 의미를 되새긴다.
2부 범교과 주제 수업 역시 주제에 꼭 맞는 그림책으로 수업의 깊이를 더한다. ‘그림책으로 풍요로워지는 개인’에서는 그림책 〈보이지 않는 아이〉로 학교 폭력을 이야기하고, 〈스마트폰에 갇혔어!〉로 슬기로운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좋아서 껴안았는데, 왜?〉에서 소중한 나의 몸의 경계를 생각하고, 〈자연이 가득한 계절 밥상〉으로 균형 있는 식생활을 안내한다. 〈별을 사랑한 두더지〉에서 혼자 차지하는 것에 대해, 〈내가 나를 골랐어!〉에서 내가 가진 재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림책으로 성숙해지는 시민 사회’에서는 〈네모의 네모의 네모〉에서 독재의 위험을 알고, 〈아나톨의 작은 냄비〉로 장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뿔쇠똥구리와 마주친 날〉을 보며 생명의 무게를 고민하고, 〈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를 읽으며 다문화를 이해한다.
‘그림책으로 배우는 국가 공동체’에서도 다양한 그림책들을 소개한다. 상징성이 강한 그림책 〈빨간 나라, 파란 나라〉, 〈이 선이 필요할까?〉를 통해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독도야, 반가워!〉를 살피며 독도를 친근하게 느끼게 된다. 〈또 마트에 간 게 실수야!〉를 재미있게 읽으며 현명한 소비에 대해 생각하고, 〈연필〉에서 숲을 상상하며 지구의 환경을 돌아보게 된다.
그림책은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하고, 아이들의 마음의 벽을 허문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세상은 이렇다고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단박에 아이들의 마음에 가닿는, 주제에 꼭 맞는 아름다운 그림책들을 〈초등 그림책 수업〉에서 맘껏 만날 수 있다. 각 수업에서 소개하는 여러 권의 그림책 외에도 장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 목록을 실어서,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그림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창의적인 체험 활동을 담다
인지 발달 단계에서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시기의 아이들에게 체험 활동은 큰 의미가 있는데, 〈초등 그림책 수업〉은 질문 만들어 이야기 나누기, 몸으로 놀기, 손으로 만들기,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기, 상상하고 기획하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그림책으로 시작하여 학생들과 함께 하는 체험 활동 수업의 전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수업에서 학생들과 나눈 이야기뿐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이 드러나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보여 주어, 교사가 주제 수업을 계획할 때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1부 ‘그림책으로 맺는 관계’에는 나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도출해 내는 ‘손바닥 그림’ 그리기, 투명 필름을 활용해 친구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 만들기, 협력 컵 쌓기 등의 활동이 나온다. ‘그림책으로 맞는 계절’에서는 도토리 화분 키우기, 풀꽃 팔찌 만들기, 바다와 하늘을 담은 습식 수채화 그리기, 가을 낙엽으로 옷 디자인하기, 휴지 눈으로 겨울 놀이 하기 등이, ‘그림책으로 여는 행사’에서는 내 멋대로 콘테스트, 가족 헌법 만들기, 역사 연대표 작성하기, 자신의 ‘인생 서가’ 소개하기 등이 나온다.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어머나’ 활동도 소개한다.
2부 범교과 수업에서는 ‘무지개 모둠’ 만들기, 스마트폰 예방 앱 만들기, 경계 존중 인형 그리기, 디저트 만들기, 팀 컵 만들어 실험하기. 직업관이 담긴 명함 만들기, 독도 모형 만들기, 카드 뉴스 만들기 같은 활동부터 ‘아무도 지나가지 마!’ 교실 체험, 점자로 독서 감상문 쓰기, 유니버설 디자인하기,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전단지 만들기, 알뜰 장터 수익금 기부하기, 연필 숲 만들기 같은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체험 활동들을 소개한다.
본문에 실린 체험 활동 외에 장마다 ‘학년별 활동 제안’ 두어, 학급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즐겁게 그림책을 읽고 창의적인 체험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어느덧 수업의 주제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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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어린아이들만 보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학년이 올라가면서 ‘난 이제 그림책을 볼 나이가 지났어!’ 하며 그림책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그림책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중요한 사실』이라는 그림책을 읽고 나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생각하며 한 해를 보낼 수 있었고, 『뭔가 특별한 아저씨』를 읽으며 머리카락 기부라는 생소하지만 따뜻한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짧은 글에 많은 뜻과 의미가 담긴 그림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된다.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고 생각의 범위를 넓혀 주는 그림책의 힘은 대단하다.
김민지 / 서울가재울초등학교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