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살 할매가 새하얀 도화지에 색칠을 하자
이웃들은 거기에서 오색영롱한 마음을 보았다
-아흔 살 노모의 그림과 아들의 코멘트, 거기에 달린 SNS 이웃들의 다정한 댓글까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행동에 제약이 생겼던 2년 가까운 시간. 집 안에만 있는 게 심심했던 정석조 할머니는 난생처음 색연필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림책을 따라 그리다가 점차 스케치도 직접 해보고, 집 안의 작은 화분이나 집 바깥의 큰 나무와 풍경들도 그려보았다. 꿈속에서 보았던 연꽃을 잠에서 깨자마자 그린 날도 있었고, 어린 시절 고향집을 도화지에 옮긴 날도 있었다.
보고 들은 것뿐만 아니라 기억하고 상상하는 모든 것이 그림의 소재가 된다는 사실에 정석조 할머니는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몸은 부자유롭지만, 색연필을 벗 삼아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우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도화지 속 작은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나를 위해 뭔가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나를 위해 뭔가 하고 있으니 행복하다.”
―본문 중에서
그런 할머니의 취미 생활을 그 아들이 SNS상에 짧은 코멘트를 달아 공유하자, 이웃들은 그녀를 ‘항칠 할매’라 부르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아들은 그림 속 섬세한 터치에서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그녀가 했던 ‘바느질’의 흔적을 보고, 이웃들은 소박한 그림의 선과 색채에서 ‘사랑’과 ‘생명’과 ‘우주’를 슬쩍 엿보기도 한다.
이 책은 항칠 할매의 시선으로 그려진 개성 넘치는 그림과 거기에 곁들여진 아들의 감상, 그리고 이웃들의 다정다감한 댓글을 한데 모았다. 그림을 매개로 만들어진 따뜻한 ‘마음’들이 전염병으로 꽁꽁 얼어붙은 세상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