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이우정의 소년 탐정물 <모돌이 탐정> 복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한국만화걸작선’ 29번째 작품
1979년 4월 문고판 발간을 마지막으로 독자 곁을 떠난 <모돌이 탐정>(이우정 저)이 4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만화가 이우정의 <모돌이 탐정>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한국만화걸작선’ 29번째 작품으로 복간된 것이다. <모돌이 탐정>은 1970년대 인기를 끌던 제임스 본드의 007 시리즈에 등장할 법한 영리한 엘리트 탐정 대신, 엉뚱하고 어리숙한 탐정 모돌이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1977년 4월부터 《소년 중앙》 부록에 연재를 시작한 <모돌이 탐정>은, 독자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 문고판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또한 1978년 5월 연재를 마친 뒤에는 후속작으로 <여탐정 장미>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번에 ‘한국만화걸작선’ 29번째 작품으로 복간된 <모돌이 탐정>은 총 4권이 한 세트이며, 4권의 마지막 사건 이야기에는 여탐정 장미의 활약상을 한편 뽑아 동참시켰다. 추리물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크낙산장’ 편도 포함되었는데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을 한국의 소년용으로 재해석해 패러디한 것이다. 42년의 세월 동안 묻혀 있던 원작의 형태를 크게 손상치 않는 범위에서 자료 상태에 적합한 보정 작업을 최대한 진행하여 현재의 독자들의 가독성을 제고했다.
<모돌이 탐정> 복간본을 출간하며, 이우정 화백은 ‘작가의 말’에서 “월간 어린이 아동 잡지 『소년중앙』에 연재됐는데 도서잡지윤리위원회라는 곳에서 딴지를 걸었다. 한국은 탐정이라는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라고 말하며, “따라서 존재하지 않는 탐정을 소재로 만화를 그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문학 작품은 세월이 흘러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1970년대 손에 땀을 쥐며 읽던 잡지 부록이나 문고판 대신 인터넷에 연재되는 웹툰이 만화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또한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우리 나라 출판 시장은 끝없이 위축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변화로 인한 혼돈과 이로 인한 불안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약간 어리숙하지만 기민한 추리력으로 범인을 잡는 모돌이 탐정과 조수 박돌이, 표범(표표)의 활약은 세월을 관통해 뜨거운 희망과 용기를 전해 줄 것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한국만화걸작선’ 발간을 통해 연구 자료 부족, 출판 시장의 위축 등으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우리 만화계의 보석 같은 명작을 발굴, 복원, 보존하여 만화 문화의 전통을 확립하고 근간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故 김종래 화백의 <마음의 왕관>, <엄마 찾아 삼만리>, 故 고우영 화백의 <대야망>, 허영만 화백의 <각시탈>,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 임수 화백의 <거짓말 박사>에 이어 이우정 화백의 <모돌이 탐정>까지 총 29개 작품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