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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신호

패배의 신호

  • 프랑수아즈사강
  • |
  • 녹색광선
  • |
  • 2022-01-07 출간
  • |
  • 264페이지
  • |
  • 135 X 195 mm /230g
  • |
  • ISBN 979119655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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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이번에 정식 한국어 번역판으로 처음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하게 된 『패배의 신호』(La Chamade)는 1965년 막 서른 살이 된 프랑수아즈 사강이 『신기한 구름』(1961) 이후 4년 만에 출간했던 여섯 번째 소설이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그 사이의 수많은 연애를 거치고 난 다음이었고,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이후였다. 그녀는 “모르는 것은 쓸 수가 없다. 느끼지 못하는 것도 쓸 수가 없다. 체험하지 않은 일은 쓸 수가 없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슬픔이여 안녕』을 내놓은 이후 11년이 지나 삼십 대로 접어든 시점에서 사강의 작품 세계는 어떻게 달라져 있었을까?

사강은 앞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 『패배의 신호』에서는 보다 깊어진 관능성을 보여 준다. 전작들보다 훨씬 구체적인 사랑과 욕망의 장면들이 촘촘하게 표현됨과 동시에 인간이 타인에게 매혹되었을 때 발현되는 심리의 묘사가 작품을 가득 채운다.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사랑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문장만큼이나, 헤어짐의 풍경 또한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녀는 무서우리만치 냉정하게 인간의 고독과 나약함을 묘사한다. 사강은 한마디로 ‘가장 로맨틱한 문장으로 로맨스의 환상을 부숴 버리는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도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 소설의 줄거리가 지나치게 방종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강은 소설 속 루실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양, 해변, 한가로움, 자유… 이게 우리가 누릴 것들이야, 앙투안.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고. 그게 우리의 정신에, 피부에, 뿌리박힌 걸. 어쩌면 우린 사람들이 타락했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척할 때, 더 타락했다는 기분을 느껴.” 사강은 『패배의 신호』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 올바름이라 믿어왔던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패배의 신호』를 읽고 난 후, 독자분들은 사랑과 결혼, 직업과 로맨스, 행복과 고독에 대한 모든 개념들이 해체되고 재조립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에 사랑의 불꽃을 당기는 감정들, 숙명처럼 예정된 헤어짐으로 인해 그 불꽃이 언젠가는 꺼져 버린다 할지라도, 인간은 그런 기억으로 미래의 고독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사강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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