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 시간의 견딤 끝에 얻은 따스한 불씨-
터질 것 같은 웃음보와 울음보를 마음속 깊이 감춰둔 따스한 시
『불씨를 얻다』는 2008년 펜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내는 권영욱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다. 햇수로 무려 13년 만에 내는 동시집이니까 불씨를 얻으려고 바위를 향해 무수히 던졌던 돌도끼가 드디어 불꽃을 일으킨 셈이 되겠다. 등단 이후 7년 만에 푸른문학상을 받으며, 이제는 작품집을 볼 수 있겠구나 하며 기다린 시간이 또 6년이었다. 시인은 오랜 시간 무엇을 기다린 걸까.
시인은 문경 청화산 산골소년으로 자랐다. 알기로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몸속 깊이 모성에 대한 그리움을 뼈저리게 느끼며 성장했다. 시집 전반을 가로지르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마지막 부분 「눈 편지」와 「그림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에서 그 절정을 이루고 있다. 시인은 산골 소년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눈시울 적신 말을 건넨다.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 실컷 써보라고 하얀 편지지 내린 거 맞지”(「눈 편지」) 아마 하늘에 계신 시인의 어머니는 “응, 맞아. 많이 컸구나.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마음에 담아 뒀던 말들 모두 들려 주렴.” 따스한 대답을 하셨으리라. 시인은 같은 시에서 “하고 싶은 말이 온 들판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다고 응수한다. 해마다 아니 날마다 순간마다 하고픈 말들이 함박눈처럼 쌓였을 것이다. 쌓인 눈을 치우며 자신의 말을 가다듬고 눈물도 닦고 땀도 닦느라 이제사 첫 동시집을 어머니에게 안겨드릴 수 있었을 것이리라.
모성에 대한 생각은 이불 속에서 했던 동굴놀이와 우주 유영의 이미지가 되기도 하고, 그 이불 속에서 삐져나온 팔과 다리는 우주를 벗어나 어마어마한 거리를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우주 이불」). 천진한 놀이 속에서도 붙잡고 싶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엄마처럼 따스하던/오래된 이불”)이 절절하고, 더 나아가 오롯이 즐거움으로 가득한 놀이에서 「아빠 젖」으로 치환돼 나타나기도 한다.
하얀 눈은 차갑지만 또한 따스하다. 그래서 그런지 시인은 그리움에만 천착한 것은 아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다는 시인의 ‘다이아몬드 스텝’ 춤사위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는 하였다. 그런 그의 유머는 「고양이 진화론1G~4G」 「확실한 뒤집기」등으로 독자들에게 웃음과 쾌감을 안겨 주기도 하는 것이다.
『불씨를 얻다』를 시작으로 불씨로 얻은 촛불을 밝힌 시인은 동네에 쌓인 함박눈을 차근차근 치워가면서 온갖 색깔 꽃들을 초록으로 안아 주듯이 세상을 탐색해 나갈 것이다. 사랑의 하트♡를 날리면서, 참았던 웃음보를 터트리면서 오늘도 참 좋은 말을 온누리에 전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