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들 중에서 엄선
메이저리그 150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빛난 얼굴들 99명
메이저리그 타자편과 투수편 중에서 타자편을 먼저 출간한다.
타석에 선 타자들은, 모든 날아오는 공에 대처하는 자세들이 제각기 달랐다. 홈런과 장타를 우선하는 어퍼 스윙, 타율을 우선하는 레벨 스윙, 출루율을 고민하는 볼넷과 투구 수 테러, 심지어 몸 맞는 공을 피하지 않는 각오까지 다양하고 남달랐다. 홈런을 펑펑 날리던 스테로이드 시대에 굳건히 ‘명예’를 지킨 타자도 있었다. 그렇게 타석에 선 그들은 자기 나름의 태도와 전략을 취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공’이든 ‘실패’이든 ‘두려움’이든 간에 그들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 압도적이고, 독보적이고, 꾸준했다!
1871년에 시작한 메이저리그 야구는 지금까지 20만 경기가 넘게 열린 150년 동안 2만 명이 넘는 선수가 뛰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는 1퍼센트에 해당되는 235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99명을 엄선해 책에 실었다. 이들은 150년 역사에서 가장 빛난 히어로 중 슈퍼히어로들이다.
하지만 ‘전설들’은 완전무결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경기에서도 완전무결하지 않았으며, 완전무결한 인생을 살지도 않았다. 이 책은 완전무결한 선수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완전무결하지 않은 이들의 인생 이야기다. 자신의 시대를 지배했던 이들은 저마다의 ‘크립토나이트’를 갖고 있었다. 화려함 뒤에는 그에 못지않은 고뇌, 그리고 약점이 있었다. 책은 그런 양면을 동시에 드러내면서 한 사람의 야구 인생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했다.
◎ 59명 타자, 59개 스타일, 59개 캐릭터
프로페셔널들은 야구를 접한 계기와 초년의 굴곡들이 모두 달랐다. 자녀 교육에 무관심한 부모 슬하에서 문제아가 됐다가 소년원에서 야구를 배운 베이브 루스가 있는가 하면, 부모의 무관심 속에 외롭게 자라면서 방망이를 안고 자고, 교실이나 식당에서도 방망이와 함께한 테드 윌리엄스도 있었다. 부모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아 야구와 농구, 미식축구 등 못하는 종목이 없었던 레지 잭슨, 데이브 윈필드도 있었다. 그들이 야구와 농구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할 기로에서 야구를 선택하게 된 계기도 각기 달랐다. 루 게릭처럼 가정 형편상 입단 계약시 받는 보너스에 끌리기도 했다.
‘전설들’은 드래프트를 거쳐 팀을 정하고 데뷔 초반 원석을 다듬어 빛을 발하기까지 얼마간 시간이 걸렸는데, 그들이 ‘자신의 팀’을 만나 꽃을 피우는 과정은 마치 운명이라 느껴질 정도로 우연의 연속이었다. 지나가는 스카우트의 눈에 띄기도 하고, 정반대로 스카우트의 관심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팀이 갈렸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은 당장 쓸모 있는 베테랑을 구하기 위해 유망주를 트레이드했다. 그때 팀에 남았으면 다른 기록이 나왔을 것이다. 포기할 즈음 선배와 코치의 원 포인트 레슨이 있었다. 우연히 바꾼 타격 폼에서 홈런이 쏟아지기도 했다.
전성기 무렵에도 자신만의 루틴을 지켜나갔다. 야구를 위해 청교도적인 생활을 했던 호너스 와그너가 있는가 하면, 사교와 술을 좋아해 밤을 새우고 경기장에 나오기 일쑤인 조지 브렛이 있었다. 로저스 혼스비는 시력 보호를 위해 책과 신문은 물론 영화도 보지 않았고, 웨이드 보그스는 항상 다음 날 4타수 4안타를 기록하는 상상을 하며 잤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로 경기장에 왔다. 팬들도 있었다. 팬들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테드 윌리엄스보다 부드러운 조 디마지오를 더 좋아했다.
‘전설들’은 퇴장할 때도 자신만의 색깔이 있었다. 여러 팀을 거쳐 고향 팀으로 돌아오는 오디세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목표로 삼은 기록을 깨뜨린 후에야 유니폼을 벗는 이도 있었다. 대기록을 코앞에 두고 부상을 입어 예상치 못하게 은퇴하는 이도 있었다. 이기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팀 플레이어로서,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스스로 끝내는 칼 립켄 주니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