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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너무 느린 이유노

느려도 너무 느린 이유노

  • 정유리
  • |
  • 책속물고기
  • |
  • 2021-11-05 출간
  • |
  • 104페이지
  • |
  • 152 X 210 mm
  • |
  • ISBN 979116327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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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김치 맛도 잘 알고, 멋도 잘 알고, 모르는 것 빼고 다 알지만 너무 느려!

쑥쑥 초등학교 3학년 2반 이유노. 방금 담근 김치보다 잘 익은 새콤한 김치를 좋아해요. 세수도 꼼꼼히 하고 이도 구석구석 닦고요. 학교 갈 때는 입을 옷을 신중하게 고르기도 해요. 뒷자리에 앉은 지아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차근차근 잘 알려 주기도 하지요. 김치 맛도 잘 알고, 멋도 잘 알고, 모르는 것 빼고 다 아는 멋진 아이예요.
하지만 워낙에 느긋한 성격이라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는데도 학교에 3분이나 늦고, 다 아는 문제인데도 열 문제 중에 네 문제나 못 풀고, 밥을 너무 꼭꼭 씹어 먹는 탓에 점심시간 내내 밥만 먹는 등 속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게다가 이런 유노를 보고 같은 반 친구가 그린란드 상어 같다고 놀리지 뭐예요. 상어라니까 멋진 별명 같지만 사실 그린란드 상어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물고기예요. 다 자라는 데만 100년이 넘게 걸리고, 아주아주 천천히 헤엄친다네요.

뭐든지 느리게? 아니 무조건 빠르게!
빨리하는 데 이유는 필요 없어. 이유, 노!

유노는 자기가 봐도 너무 느린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세상에서 유노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엄마는 무슨 일이든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해 준다는 곳인 타임피아를 발견하고는 유노한테 알려 주었지요. 각종 카페와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를 보니 일단 타임피아에 다녀오면 행동이 확실히 빨라지는 것 같았어요. 엄마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유노는 당장 타임피아에 가겠노라 말했어요. 지아를 한동안 못 만나는 건 아쉬웠지만 빨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컸어요.
타임피아에 적응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요. 밥알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요. 타임피아에서도 꼴찌는 여전히 유노의 몫이었어요. 그렇지만 미스터 에프의 따끔한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느린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네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너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어.”
피나는 노력 끝에 유노는 점점 빨리 말하고 빨리 행동하는 데 익숙해졌어요. 마침내 최종 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빛나는 1등 졸업장을 들고 타임피아를 나서게 돼요.

중요한 건 무조건이 아니라 바로 ‘때’
빠르게 할 때도 있고, 느리게 할 때도 있고!

타임피아에 다녀온 유노는 말도 행동도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지각도 안 하고, 수업 시간에도 뒤처지지 않고, 점심을 빨리 먹고 친구들이랑 축구도 했어요. 하지만 웬일인지 하는 일마다 엉망진창이었어요. 짧은 글짓기를 하면서 틀린 적 없던 글자를 틀리질 않나, 친구들에게 잔소리를 퍼부어 공을 잘못 차게 만들지 않나, 무조건 실험을 빨리하려다가 풍선을 터트리는 것도 모자라 얼굴에 검은 재를 뒤집어쓰지를 않나.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았어요. 유노가 엄마에게 하소연하자 엄마는 이렇게 말했어요.
“유노야, 엄마도 빨리해서 실수할 때가 있어. 느리게 해서 실수하기도 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유노가 천천히 해야 하는 일이면 천천히 해도 돼.”
그제야 유노는 상황에 따라 빠르거나 느리게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고는 책상에 앉아 책을 꺼내 급하게 삐뚤빼뚤 적었던 글자를 지우고 다시 또박또박 글자를 적었어요. 그날 저녁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엄마와 유노가 함께 담근 배추김치를 먹었지요. 분명 막 담갔을 때는 김치가 매콤하기만 했는데 그새 양념이 알맞게 배어서 입 안 가득 새콤함이 퍼지는 게 일품이었어요. 유노는 모처럼 여유롭게 밥을 먹었답니다.


목차


김치는 느림보
쪽지 시험
그린란드 상어
초코봉봉
타임피아에 가다
빠른 게 최고
느림보가 아니라네
우리 유노가 빨라졌어요
하루 종일 엉망진창
맛있는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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