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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목격자들 철새 경락 자폐증 성형의 현장에 연루되다

겸손한 목격자들 철새 경락 자폐증 성형의 현장에 연루되다

  • 김연화,성한아,임소연,장하원
  • |
  • 에디토리얼
  • |
  • 2021-11-01 출간
  • |
  • 336페이지
  • |
  • 126 X 205 mm
  • |
  • ISBN 979119025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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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연루된 연구자들
연구자 경력을 시작하는 초심자가, 설령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했다고 해도 제도로 정해진 기간의 반 이상을 인류학자처럼 민족지를 작성하기 위해 현지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무난히 박사학위를 받고 조금은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경로도 있었을 터인데 선뜻 도전하지 않는 현장연구를 자원한 그들. 책의 〈들어가며〉를 쓴 임소연은 본인과 세 명의 공저자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이하 과사철)에서 학위 과정을 밟던 무렵 경험했던 과학기술학의 위치와 정체성 동요를 솔직하게 서술한다. 저자들이 원고 구성 단계부터 계획했던 ‘대담’(책에서는 〈나가며〉) 중 일부 대화에서도 실험실 연구는 라루트로 (학술적 연구나 논의가) 끝난 거 아니냐라는 반문도 있었다는 회고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저자들이 과학자 부족 내부에서 그들처럼 살아가며 장기간 참여관찰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연루’라는 열쇳말 속에서 찾는다.

저자들은 모두 이공계 학부를 졸업했다. 장하원은 “실험의 쳇바퀴” 밖에서 과학을 보고 싶었고, 김연화는 망하기만 하던 실험실 생활로 인해 인생을 망치는 대신 전공을 바꾸었으며, 과학고를 졸업했는데도 일찌감치 수학자의 꿈을 접고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다른 길을 택했”던 임소연은 “자연과 환경에 관한 인문사회학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성한아는 학부 시절 곤충학 채집 여행을 통해 자연에 실험실을 설치하는 현장 생물학의 독특한 과학 실행을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연구하고자 과사철 과정에 들어간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의 문이과 구분 아래에서 이과생으로 길러지며 과학을 배우고 익히는 동안 과학에 깊이 연루된 몸, 과학을 깊이 육화한 몸이 되었다. 스스로 알아낼 수 없었던 이유로 과학과 불화하는 시간을 겪었지만, 과학기술학을 만난 후 그들이 ‘대문자 과학’(라투르의 용어)의 세계에서 한때 길을 잃었음을 깨닫는다.

재회한 과학과 그들이 선택한 현장
네 편의 글 중 정통 실험실 연구에 가장 가까운 김연화의 현장을 먼저 보도록 하자. 타고난 과학 연구자의 자질이 엿보이는 김연화는 실험 수업을 좋아했고 실험실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럼에도 실험 술기를 집중적으로 수련해야 하는 공대 대학원 실험실의 석사 생활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단했던 석사 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받지만, 전공을 바꿔 과학기술학을 접해 일련의 실험실 연구를 알아 가면서 “실험실이 다시 보였”고, “심지어 숱하게 망했던 나의 시간도 의미 있게 느껴져 가슴이 벅찼다.”

과학은 교과서 속의 지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과학 이론을 검증하고 지식을 공고하게 하는 절차인 실험일 것이다. 일군의 과학기술학자들이 실험실 연구를 수행한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었다. 출판물로 발표되는 정제된 과학 지식으로 과학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과학이 만들어지는 장소에서 과학자들의 행위를 봐야 한다고, 수행을 보라고 한 것이 과학기술학이었다. 과학자들의 말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통해, 그들이 실험실에서 다양한 실험 장비와 실험 재료에 연결되는 방식을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과학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113쪽)

김연화는 지도교수의 주선으로 ‘한의학물리실험실’에서 참여관찰을 할 기회가 생기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라투르가 연구한 캘리포니아의 소크연구소(Salk Institute)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기술학자들의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며 위로와 자극을 받지만, “미국의 깔끔하고 완벽해 보이는 실험실이 아닌, 대학원생들이 종종 자괴감을 느끼는 한국의 실험실을 연구하고 싶어졌다.”

(서양)의학과 한의학, 과학과 의학의 관계로 미루어보면 ‘한의학물리연구실’은 명칭부터 이질적이었다. 연구실을 책임지고 있던 소광섭 교수는 현대 물리학이 부딪힌 거대한 벽에 돌파구를 낼 새로운 방법론을 경락 연구를 통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광섭 교수의 연구진은 경락에 해당하는 해부학적 구조물을 실험을 통해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그 구조물은 ‘봉한관’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는데, 최초 발견자였던 북한의 생리학자 김봉한이 자기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었다.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경락을 연구하는 물리학 실험실을 연구하고자 했던 김연화의 질문은 “한의학물리연구실이 봉한관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가였다. 북한 과학의 폐쇄성과 김봉한의 급작스런 몰락 탓에 제기된 의문, 즉 김봉한의 주장이 사실인지, 봉한관이 진짜인지 등은 그의 연구와는 무관한 질문이었다. 김연화가 경험한 한의학물리연구실은, 실험을 중시하는 연구 중심 대학을 나온 그가 보기에도 “너무나도 전형적인 대학 연구실”이었다. 연구실의 연구자들 역시 그가 봐 왔던 여느 이공계인들과 다름이 없었으며, 봉한관을 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실험적 방법을 궁구하는 연구자의 자세를 보였다. 소광섭 교수도 책임자로서 봉한관 연구를 향해 쏟아지는 의구심과 문제제기를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며 반론이 제기되면 그것을 반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요컨대 많은 주변인들의 의심, 염려, 지적과 달리 한의학물리연구실은 “과학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채 온갖 의구심에 휩싸인 봉한학설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 연구를 하면서 “동시에 일종의 동료평가를 진행”하고 있었다.

겨울 철새를 전수조사 하는 과학 현장
성한아는 현장 생물학의 독특한 과학 실행에 관심이 컸다.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이하 〈센서스〉)는 국가 주도로 자국 영토에 포함된 자연을 기록하는 공적 조사다. 매년 겨울 한국에 도래하는 철새의 종을 파악하고 개체수를 세는 일을 정부 부처(환경부)가 주관하는 이유는 〈센서스〉의 조사 결과가 환경정책과 제도 수립의 근간 데이터로 쓰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전수조사를 위해 〈센서스〉가 실행되는 기간은 고작 2~3일이다. 매우 제한된 기간 내 전국의 철새 도래지에서 일제히 조사가 진행되려면 지정된 조사 지역과 철새에 정통한 조사원이 동원되어야 한다. 성한아는 2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조사원 C의 조사 현장을 중심으로 철새의 숫자를 세는 과학 실행을 그림을 그리듯 기술한다. 자연에 개입하지 않는 현장 생물학의 원칙과 윤리는 조사 내내 관철되기에 조사원에게는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들이 ‘지역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의 지역은 조사지를 새의 지역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성한아는 조사원들의 이런 전문성을 해러웨이의 용어인 ‘응답 능력’으로 읽어내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과 시간에도 눈길을 준다.

의료/의사가 (돌)보지 못하는 자폐증‘들’의 현장
과학기술학은 과학 실행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행위자를 따라다니라고 가르친다. 선행 연구들처럼 장하원도 자폐스펙트럼장애(이하 자폐증)와 연관된 의학 지식을 다루는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경전을 연구한다. 하지만 어떤 계기를 맞닥뜨린 후 연구 방향을 수정한다. 소위 ‘자폐 과학’을 구성하는 사람들과 연구 성과들을 충분히 습득하고 나니, “자폐증에 새롭게 ‘눈 뜨고’ 있는 사람들, 특히 자폐증을 지닌 아동을 키우는 보호자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한 후배가 연구에 큰 도움을 받을 거라며 중증의 자폐증을 지닌 성인 당사자의 어머니를 소개해주는데, 그 어머니는 “자신의 자녀가 ‘전형적인’ 자폐증이 아니라서 ‘자폐증’ 연구에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완곡히 거절한다. 그분은 자녀가 이미 법적으로 장애 등급을 받고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 왔는데도 자폐증을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 어머니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인터뷰에 응한 다른 어머니들을 만나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속해서 겪는다. 장하원은 “진료실 바깥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명칭과 그것의 개념이 지칭하는 충분히 전형적인 자폐증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폐증을 일상적으로 돌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현장을 만들고 27개의 자폐증 이야기를 쓴다.

성형외과, “바람직하면서 문제적”인 현장
성형 수술을 비판적으로 연구하기는 쉽다. 이미 많은 연구자와 저널리즘에 의해 충분히 비판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성형 수술을 과학기술의 범주로 포섭한 후 그것을 과학기술학의 방법론으로 연구해서 새롭게 알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이는 성형 챕터의 책장을 넘기기 전 독자는 가장 먼저 던질 질문이 아닐까. 임소연은 성형 수술이 “사진이나 몸과 같은 비인간적 존재의 행위성, 즉 과학기술학 특유의 개념을 드러내주는 좋은 연구 현장”이라고 말한다.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에게는 어떤 유익함을 줄 수 있을까. “과학기술학 연구자로서 나는 어떤 과학기술이 좋은가 나쁜가를 증명해내는 것보다는 그것을 지금보다는 더 좋은 과학기술로 개선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그 과학기술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나쁜 사람들을 (한 번 더) 들추고 비난하기보다는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 혹은 개선의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어 그들을 연결시키는 글을 쓰고 싶다.” 과학기술학은 “세부 사항의 과학”(science of particulars)으로서 과학 실행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일에 유능하다.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인풋 키를 쥐고 있다면 그간 우리 일반인들은 아웃풋의 출구 앞에서 실행의 결과물을 받아드는 입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학계의 학술적 관심이 집중된 ‘실재론’에 내용을 채우는 일은 과학기술학의 본령이었다. 서구의 형이상학이 유구하게 이어지는 동안 한 줄기 스핀오프로서 갈라진 과학기술은 다른 학문들과도 사뭇 다른 형태와 방식을 추구하며 독자화해 왔다. 그런 터여서 과학자들은 인문사회과학계 연구자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내놓는 담론에 대해 잘 모른 채 쏟아내는 비판이라며 불쾌하게 여기거나 무관심을 표하곤 했다. 그렇게 언어와 세계가 더욱 멀어져 왔던 상황을 과학기술학이 수습하고 있다. 임소연은 살아 있는 몸을 다루는 의료의 현장에서 생생한 물질성을 놓치지 않으며, 그 몸의 물질성을 “그것이 삶인 사람들의 것”으로 되돌려주려고 노력한다.

현실에 조응하는 겸손함, 연구와 삶은 분리되지 않는다
너무 이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수는 있지만, 우리는 그야말로 현실을 따라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저도 물론 자폐증 유전자나 『DSM』과 같은 권위 있는 의학 지식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더 중요했던 계기는 맘카페에서 발달장애를 지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 게 된 것이었어요. 이게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고민과 통한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이 엄마들이 어떻게 자녀의 치료와 일상을 꾸려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서로 묻는 걸 보면서, 의사들이 규정하는 자폐증의 의미와 치료 방향이 있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 할까, 이 문제를 이해하고 싶다, 이게 출발점이었거든요. 특히 엄마들이 교과서나 의사들 말보다 서로의 말을 더 믿고 의지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지식, 이들이 알아 가는 과정을 보자,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이들의 말과 글이 갖는 권위를 보자, 이렇게 해 서 연구가 시작된 거죠. (325쪽)

우리는 과학을 믿을 만한 지식이라고 대체로 인정한다. 과학은 자연의 물질이나 현상에 대해 주관적 이해나 가치를배제하는 객관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며 반증을 허용하고 엄정한 검증 절차를 거쳐 도출한 사실을 잠정적 진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획득한 과학의 객관성이라는 가치 이면에는 겸손하다는 이미지가 부수적으로 창출된다. 하지만 과학의 겸손함은 많은 연결들을 지우는 역설을 낳았다. 저자들은 “겸손함이 약속하는 투명성이란 자신의 성별, 인종, 국적 등의 주관성이 아무런 표식을 남기지 않는 남성, 백인, 서구인에게나 허용되는 것”임을 본유적 감각으로 각성한다. 그리고 해러웨이식 겸손함의 전략을 취해 전지적 관찰자가 아니라 겸손한 목격자에게 상황 지워진 책임과 한계를 온전히 드러내는 글을 썼다. 인용문에서 보이듯 저자들은 현실에 조응하는 그들의 몸을 의심하면서도 순치시키지 않는다. 동요하는 그곳이 문제의 현장임을, 연구의 현장임을 본능적으로 자각한다. 또 다른 목격자인 우리 독자는 삶을 희생시킨 대가로 위대한 성취를 거두는 연구자가 아니라, 삶과 연동하는 문제를 기꺼이 연구로서 껴안는 새로운 유형의 연구자들이 우리 곁에, 그리고 우리의 과학/기술/의료 곁에 있음을 발견한다. 과학기술(기술과학)이 만들어낸 사이보그들이 경계를 가로질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듯, 우리 문화의 토대에서 자생한 과학기술학자들이 우리들 삶의 현장과 연루된 과학 지식을 그들이 체득한 새로운 서사 기법으로 쓰고 있음을 목격한다.

[독자 리뷰]
‘연루되다’는 동사는 이 책 속 과학기술학자들의 과학 하는 법을 가장 잘 나타낸다. 이들은 높은 곳에서 관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현장에 연루된다. 딱딱한 숫자와 논증을 넘어 그 안의 사람과 정동을 본다. ‘겸손한 목격자 되기’는 곧 과학에 얼굴을 되찾아주려는 시도다. 통상 과학은 비인간적인 비전문가가 감히 한마디 얹을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과학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겸손하게 전달하려는 이들의 글을 읽으니 나도 왠지 과학에 한마디 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김지원 님)

일찌감치 과학을 포기해버린 소위 ‘과포자’ 인문계 대학원생조차 흥미롭게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과학 선생님도, 과학 커뮤니케이터도, 과학 뉴스도, 과학자들조차도 알려주지 않은 ‘과학기술학’의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치 제 방이 하나의 과학 실험실 속 필드로 느껴지는 건 과연 저만 그런 것일까요? (이준봉 님)

같은 배경(서울대 과학기술학 전공)을 지닌 4명의 연구자가 각기 다른 분야의 연구 현장을 관찰하면서 배우고 느낀 바를 엮은 책. 철새 도래지 현장, 자폐 아동 엄마들, 경락 물리학 연구소, 성형외과라는 네 곳의 현장은 척 봐도 너무나 색깔이 다르다. 또한 이런 연구는 이때, 이 장소에서 이 사람들과만이 가능한 유일성을 지니는, 연구 활동 이전에 삶의 한 시기라고 하겠다. 과학 연구라면 객관성, 재현성, 통제가능성 등이 중요하다는 이미지지만 사회학이나 인류학에 가까울 연구, 더욱이 거리가 확실한 외부 관찰자라기보다는 현장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이런 연구에서 연구자는 항상 존재론적 긴장을 겪게 마련이다. 그런 긴장이 모두들 ‘몸으로 체득한 전문성’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어떤 자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우리의 삶으로서의 연구. 이런 자각이 이 책을 누구에게든 권하게 할 보편적 가치가 아닐까 한다. (허수자 님)

저자들의 시선은 기계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벗어난다. 그들이 시도하는 현장과의 인간적인 엮임, 섬세하고 신중한 목격은 독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연구 현장을 생생하면서도 뭉근하게 담아냈다. 흥미로운 현장의 내부자가 되어 더욱 흥미진진하게 그 세계를 드러내 보여준 저자들은 진정 “이런 현장연구를 할 수 있는 몸으로”(p.324) 태어났음에 틀림없다. ‘삶이 곧 연구’라는 막연한 비유가 어떤 의미인지,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임인숙 님)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연구 대상과 환경, 동료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함께 ‘목격’할 수 있다. 연구 활동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저자들의 노력으로 이성적인 활동으로만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과학기술 영역의 차가운 현장이 보다 따뜻한 온기로 채워졌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영민한 연구자이면서도 상황의 한계로 고민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찰자는 ‘세뇌’당하지 않았는지, ‘거리두기’가 되었는지 끊임없이 의심받지만 관찰하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고백처럼, 나도 이 목격자들과 함께 시선이 바뀌어 감을 느꼈다. 금강호로 가서 우리나라 철새들을 보고 싶어졌다. 경락의 실체를 고민하는 물리학자들의 고뇌에 같이 답답해지고,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의심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의 비과학적인 접근도 공감되었다. 성형 수술을 바라보는 양가적인 딜레마는 나에게도 숙제처럼 다가왔다. 물리와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두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과학기술 현장에서의 연구자의 전문성과 연구 대상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졌다. (유영란 님)

마치 소설의 시점 변화 같았다. 3인칭 관찰자를 기대하나 실상 불가능하고 1인칭 관찰자로 현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다 현장의 내부자로 동화되어 주인공 시점이 되기도 한다. 네 명의 저자는 이러한 그들의 태도와 변화를 ‘겸손하다’고 말한다. 철옹성 같은 과학의 권위지만 그들의 겸손함 덕에 과학 지식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라는 과학의 숨겨진 사회성이 보인다. (지은경 님)

저자들은 본인의 세계관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관찰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중립성을 유지할 수 없는 정도까지 과학 지식의 현장에 스스로를 노출시킨 대가로 얻어낸 고민을 이 책에서 공유한다. 참여관찰 과정의 혼란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이를 다시금 예리하게 파고듦으로써 오늘날 과학기술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우리가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효과적으로 설득한다. (임재윤 님)

3세대 과학기술학자가 되고 싶은 나는, ‘우리’의 이야기에 책임감을 갖고 응답하는 선배 연구자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반갑다. 저자들은 ‘겸손한 목격’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우리 과학에 드러나지 않았던 연결을 ‘보이게’ 하려 시도한다. 살펴보고 알아보고 뜯어보는 저자들의 시선과 나란히 책을 읽고 나면, 어느새 우리도 이들의 현장에 연결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슬기 님)

나는 연구실 생활을 한 지 일 년이 되어 가는 초보 대학원생이다. 우리 연구실은 사람이 많은 편이라 실험실의 지저분함에 대해서 격하게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생명공학을 하는 우리 실험실 생활의 대부분은 반복적인 실행들과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들로 이루어져 있어 자주 회의감이 들 때가 있는데 책을 읽고 위안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들은 과학자의 입장에서 평가하지 않고 직접 보고 느낀 바를 일상적인 시각에서 생생하게 서술하여 과학하는 삶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외부에서 온 낯선 관찰자, 불편한 평가자였지만 현장에 적극적으로 연루되고 공감하며 과학이 실행되는 일상의 모습을 말함으로써 교과서 너머의 실천적인 과학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김수현 님)

과학기술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어 문명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이 개발 과정에서 객관성과 윤리성, 이 두가지 기본을 잃어버렸을 때 발생한 여러 사회적 문제를 경험하기도 했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결과물 자체에만 큰 관심을 가지지만, 과학기술 그 자체가 지속가능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 대한 탐구는 필수적 요소이다. 연구자들의 방법론과 적용 과정 등을 살펴보고 개선점들을 고민하는 것, 그것은 인류 사회를 양적, 질적으로 윤택하게 만드는 하나의 근원적인 접근이 아닐까 생각한다. (윤상철 님)


목차


들어가며: 이것은 과학기술학 책이다.

철새와 철새를 세는 사람들과 연루되다_성한아
200마리 곤충 표본
과학기술학의 미답지, 현장 생물학
철새를 세는 과학 현장에 접속하기
탐조, 새와 인간의 합작품
조사원의 전문성이 빛나는 현장
개체수 빠르게 세기
빠르고 정확한 조사에 가려진 시간

경락을 연구하는 실험실에 연루되다_김연화
과학에 연루되다
한의학물리연구실에 연루되다
김봉한을 만나다
봉한관을 찾다
실험에 연루되다
봉한관이 있다고 생각해?
프리모관으로 변화
현장을 나오다

자폐증과 자폐증을 공부하는 엄마들에 연루되다_장하원
연구 주제를 찾기까지: 엄마×연구자
자폐증을 알아 가기: 자폐 과학의 자폐증
자폐증을 문제 삼기: 나의 현장을 찾아서
엄마들을 만나다: 27개의 자폐증 이야기
의사들의 자폐증과 엄마들의 자폐증
‘다른’ 아이 돌보기: 자폐증을 공부하는 엄마들
과학기술학을 통해서 질병을 (돌)본다는 것

성형외과에 연루되다_임소연
나는 어쩌다 성형외과 현장에 있게 되었나
S 성형외과의 임 코디가 되다
성형외과에서 과학을 목격하다
상담, 보는 것만으로도 알게 되는 과학
수술,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험
성형 수술을 과학기술로 본다는 것

나가며: 과학기술학에 대하여, 글로 못다 한 이야기들
독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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