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앉아 정답게 담소를 나누는 덤블도어와 볼드모트 포착!
자기 캐릭터에 대해 에세이를 써 오라는 감독의 말을 들은 세 주인공의 반응은?
《스크린으로 옮겨진 마법의 세계》에는 10년 동안 여덟 편의 영화를 만들며 함께했던 배우들과 제작진이 풀어놓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비하인드 컷이 가득 담겨 있다. 독자들은 촬영 중 쉬는 시간에 나란히 앉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덤블도어 교수와 볼드모트 경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영화 첫 편에서 제작진이 작성한 키 목록을 통해 어린 배우들 중 누가 가장 키가 컸는지 알 수 있으며, 어린 네빌 롱보텀(매슈 루이스)과 셰이머스 피니건(데번 머리)이 쉬는 시간 뭘 갖고 놀았는지도 볼 수 있다.
헤르미온느 역의 에마 왓슨은 2편 〈비밀의 방〉에서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를 껴안으라는 감독의 지시를 듣고 어린 나이에 화가 났었다고 고백한다. 3편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촬영 전 세 주인공에게 자기가 맡은 캐릭터에 대해 에세이를 써 오라는 과제를 내준 에피소드는 잘 알려져 있다.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에마 왓슨과 루퍼트 그린트는 마치 원작소설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것처럼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론답게 과제를 마쳤다.
7편 〈죽음의 성물 1부〉에서 해리, 헤르미온느, 론이 인간 사냥꾼들에게 쫓기는 장면을 촬영했을 때 누가 달리기가 가장 빨랐냐는 물음에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에마 왓슨과 루퍼트 그린트는 “겸손 따위는 집어치우고” 서로 자신이 가장 빨랐다고 주장한다. 이때 스턴트 감독 그레그 파월이 나서서 누가 가장 빨랐는지 결판을 내준다.
또한 반은 거인이고 반은 인간인 해그리드를 어떻게 움직이게 할지, 어린 배우들이 쑥쑥 성장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침대에서 발이 삐져나오는 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다만 딘 토머스의 키를 원작에서처럼 론보다 크게 만드는 데는 특수효과나 후속 작업이 필요 없었는데, 딘 역할을 맡은 배우 앨프리드 이넉의 키가 〈불의 잔〉과 〈불사조 기사단〉 사이에 30센티미터나 자라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해그리드는 성인 남자 다섯을 합쳐놓은 것만큼 몸통이 넓고 손은 돌고래만 하다거나 거대한 조각상 같은 것에 비유됩니다. 처음에 우리는 그렇게 큰 인물을 만들어 낼 때의 실질적인 문제를 의논했어요. 책에서 괜찮은 것이 영화에서도 꼭 괜찮은 건 아니거든요. 몸통 폭이 1.5미터라면, 해그리드는 문을 지나갈 수 없었습니다. (…)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제가 말했죠. ‘세트장에서 작업할 때의 실질적인 문제들 때문에 해그리드의 덩치가 그렇게까지 커질 수 없다면 실질적인 덩치로 합의를 보면 안 될까요?’”(33쪽)
더드먼은 폭스 모형 덕분에 팀원들과 함께 받았던 가장 큰 칭찬을 기억한다. “언젠가 리처드 해리스[1, 2편의 덤블도어 역]가 저와 폭스 조종 담당인 크리스 바턴에게 오더니 새를 어떻게 그렇게 잘 훈련시켰느냐면서 놀랐다고 했어요. 저는 리처드에게 폭스가 사실 인형이라고 말했지만, 리처드는 믿지 않더군요. 그래서 조종 버튼을 눌러 폭스를 움직이게 했어요. 리처드는 그야말로 멍해지더군요. 그보다 큰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425쪽)
영화 촬영 마지막 날인 2010년 6월 12일, 배우들과 제작진은 촬영을 모두 마친 후, 기나긴 영화제작 기간 동안 하루에 한 장면씩을 찍어서 편집한 단편영화를 감상한다. 3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영상이었지만, 영상이 끝나자 세 주인공 배우는 서로의 팔짱을 끼고 눈이 빠지도록 운다. 그런 다음 해리 역의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모두에게 말한다.
“(…) 이곳은 제 인생이었어요. 이 영화가 끝나면 아마 우리 모두 이상한 기분이 들 거예요. 저는 여러분 없이, 여러분 모두가 없이 제 하루하루의 일상이 어떻게 굴러갈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훌륭했습니다. 저는 그냥, 이놈의 영화의 1분 1초를 모두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여러분 모두에게 정말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