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

  • 심광현,유진화
  • |
  • 희망읽기
  • |
  • 2021-09-30 출간
  • |
  • 338페이지
  • |
  • 153 X 225 X 23 mm /574g
  • |
  • ISBN 9791197205118
판매가

20,000원

즉시할인가

18,000

배송비

무료배송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18,0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1. 문명사적 이행기의 격랑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표출되는 인류세의 위기, 미국 헤게모니 해체로 증폭되고 있는 세계적 차원의 정치경제적 갈등, 인공지능자본주의로 심화되는 노동의 위기와 전면적 양극화, 계급·젠더·인종·세대 갈등의 폭발에 따른 정체성의 분열 등이 중첩되면서 오늘의 세계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보다 더 크고 심대한 문명사적 이행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프로이트가 말한 “외부 세계에 대한 실재적 불안”, “이드 안에 있는 억누를 수 없는 열정에 대한 신경증적 불안”, “초자아에 대한 양심의 불안”이 충돌하며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 속에서 과잉 방어적-편집증적인 〈혐오〉와 무력감-자기 비하가 겹친 〈우울증〉이 증폭되고, 반지성적인 〈우익 포퓰리즘〉과 〈가짜 뉴스〉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의식적으로 대응해야 할 외부 현실 자체가 흔들리고, 내부의 무의식은 불안에 시달리며, 〈의식과 무의식이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는 이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는 데 유용한 〈정신분석〉과 〈뇌신경과학〉 이외에 보다 효과적인 제3의 길이 있음을 밝힌다. 그것이 바로 〈대중영화〉라는 것이다.

2.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제3의 항로, 대중영화

이 책은 대중영화가 온갖 차별이 구조화된 현실에 부딪쳐 좌절된 대중의 무의식적 소망을 환한 조명 속에 비추고, 그 소망 충족의 놀이를 극단으로까지 밀어붙여 비록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관객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시원하게 연결해 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발명이 그렇듯 막강한 힘을 갖게 된 영화는 부정적 효과를 야기하기도 한다고 우려한다. 대중의 무의식과 의식을 왜곡된 방식으로 연결해 환상을 극대화시켜 카타르시스 효과를 제공하는 대신 복잡한 현실은 외면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전 세계 대중을 사로잡아 온 할리우드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해 왔다(이런 점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20세기에 들어 약화된 종교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20세기 후반 ‘아메리칸 드림’의 촉매제가 된 할리우드 영화는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모든 나라의 대중영화 무대를 장악했다. 하지만 이 책은 유일한 예외로 2000년대 한국의 대중영화를 제시한다. 2003년 이후 2019년까지 총 27편의 ‘천만 관객 영화’ 중 한국 영화 19편, 할리우드 영화 8편이라는 놀라운 기록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양적 우위가 단지 우연이 아님을 한국 사회의 역사적 콘텍스트의 변화와 천만 영화의 장르적 선택의 상호작용에 함축된 문화정치적인 의미에 대한 질적 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3. 한국의 ‘천만 영화 현상’의 특이성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가 행사해 온 막강한 힘은 1~2차 대전을 거쳐 자본주의 세계 체계의 새로운 맹주로 부상한 미국의 경제적·정치적·문화적 헤게모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전초기지’라고 할 한국 사회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한국 영화가 능가한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저자는 이런 역설이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발생했음을 역사지리 인지생태학적 차원에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잉여가치의 빠른 축적을 위해 인간 역량과 자연 자원을 빠르게 소진시키며 사회적 삶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 압력을 높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평균적으로 에로스(인력: 넓은 의미의 사랑과 연대)의 비율은 낮아지고 타나토스(척력: 파괴 충동과 경쟁)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과거와는 반대로 주기는 짧아지고 진폭은 커진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지난 60여 년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속 압축성장을 이룬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었음에 착목한다. 한국 전쟁 이후 거의 10년 주기로 반복되었던 민중항쟁들에서 저자는 〈타나토스의 폭거〉에 맞선 〈에로스의 부단한 항거〉를 읽어낸다(1960년 4·19혁명, 1969년 삼선개헌반대시위, 1979년 부마항쟁, 1980년 서울의봄과 5·18광주항쟁, 1987년 6·10항쟁, 2002년 미선·효선 촛불시위, 2008년 광우병촛불집회, 2016~17년 촛불항쟁 등).
저자에 의하면 한국의 ‘천만 영화’들은 이 유례없는 〈압축성장〉으로 증폭된 현실의 심각한 갈등(실화)을 소재로 대중의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를 만들어 삶을 되돌아보고 현실의 모순을 헤쳐 나가는, 즉 [현실의 문제들-〉영화-〉관객들의 마음의 변화-〉현실의 변화]로 이어지는 ‘인지생태학적 순환’의 촉매제 역할을 수행했다. 압축성장의 리듬이 현실의 모순과 고통을 심화시킬수록 소원-성취 꿈의 강도가 높아져 현실의 타나토스와 에로스의 꿈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영화-이야기가 더욱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가교를 놓는 방식으로, 〈현실의 모순〉과 〈소원-성취 꿈〉과 〈영화-이야기〉가 역동적인 계주를 펼쳐 왔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 계주가 일회적이 아니라 15년 이상 지속되었다는 사실은 특별한 설명을 요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통상 제시되는 대자본의 투자 덕이라는 설명은 적합지 않은데, 같은 기간 더 많은 자본이 투자된 할리우드 영화 중 〈천만 영화〉는 8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크린쿼터 제도로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젊은 영화인들의 자생적인 노력에 의해 1990년대 말~2004년 동안 한국영화 의무 상영을 전국 스크린의 40%로 유지할 수 있었지만 2006년 한미FTA협상 개시와 더불어 25%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 시기의 한국 대중영화가 〈대중의 철학〉이 되었다는 특별한 가설을 제시한다. 2000년대에 가속화된 신자유주의를 통해 심화해 온 〈경제적 양극화 및 각종 차별(갑질들)〉과 〈민주화 이후 고양된 정치의식 및 역사의식〉 간의 모순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삶의 이정표(소원-성취의 시뮬레이션)〉를 대중들이 당시의 한국 대중영화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4.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로 꿈꾸는 다른 세상

영화가 대중에게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가 강요하는 〈원자적 개인〉이라는 분열된 인간관이 영화를 볼 때만큼은 괄호 쳐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평소에 만나지 못한 거대한 자연 속으로 〈뇌의 1차 의식〉을 끌어들여 본래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자연〉의 심원한 본성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또 평범한 삶을 살던 등장인물들이 큰 난관에 부딪쳐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면서 협력과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역동적인 과정을 생생하게 극화함으로써 관객의 〈고차 의식적인 사회적 뇌〉를 활성화시켜 준다고 분석한다. 이런 방식으로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망각된 〈개인-사회-자연의 동적 관계의 창조적 변화로서의 사회적 개인〉이라는 본원적 인간상을 응축해서 경험하게 해 준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천만 영화〉가 그려내는 〈다중지능적-사회적 개인〉이라는 인간상은, 자본주의 사회의 제1 이데올로기인 〈원자적-개인주의적인 인간상〉과 상반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콘트라스트는 1980~90년대 대중적 분투를 통해 힘겹게 획득한 〈민주화〉의 성과가 이 시기에 고조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려 감과 동시에 시장은 물론 공공 부문 전반에서 경쟁 압력이 강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2000년대에 들어 상반된 인간상 간의 모순이 극심해진 상황 변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한국 〈천만 영화〉들은 실화를 소재로 변형된 등장인물들이 현실의 모순에 맞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형상화해 현실에서 표류하는 세계관과 인생관을 재결합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함으로써 대중의 철학이 될 수 있었다고 파악한다. 이로부터 저자는 아래로부터 역사를 만들어 간 대중의 관점에서 지난 역사를 재해석하거나 현실의 착취와 억압에 맞선 진보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극화함으로써 전문적인 철학이 제공하지 못하는 〈마음의 지도의 교정과 확장〉이라는 철학적 실천의 본연의 역할을 의도치 않게 대신 떠맡게 되었다는 분석을 이끌어낸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한동안 잊고 지내던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잠시나마 재고하게 되는 철학적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저자는 아테네의 원형 극장에 모인 시민 관객들에게 그리스 비극이 수행했던 역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저자는 오늘의 전문적인 철학이 제공하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올바른 세계관과 인생관에 대한 일깨움을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날카롭게 전달한다고 본다. 영화『변호인』에서 “대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시위를 하면 천벌을 받는다.”는 주인공 변호사의 질타에 맞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천벌을 받으면, 시위를 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무슨 벌을 받아요?”라고 되받아치는 국밥집 아들의 항변처럼 말이다.

5. 영화와 철학이 마주치는 길 위에 역사지리-인지생태학적 성좌를 그리다

이런 분석들에 기초해 저자는 2000년대 한국의 〈천만 영화 현상〉은 그람시가 말했던 ‘독창적인 철학적 사건’에 해당한다고 역설한다. 19편의 ‘천만 영화’들에 대한 대중의 적극적인 호응을 통해 과거에 “이미 발견된 비판적인 형태의 진리”가 현재 세대들에게 확산되고 “사회화”되면서, 오랜 망각 속에 파묻혀 있던 삶의 진실이 “지적, 도덕적 질서”로 자리 잡게 되는 방식으로 새로운 “문화의 창조”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특히 돋보이는 점은 현실, 영화, 관객을 연결하는 〈삼중 미메시스의 순환 구조〉에 대한 〈신경정신분학적, 역사지리-인지생태학적〉 해명을 통해 아래로부터 새로운 문화의 창조에 이르는 〈진실의 사회화〉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는 데 있다. 그 해명의 프레임으로 사용하는 역사지리-인지생태학이 자연적-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인간 활동의 변화를 양자택일하거나 다른 하나로 환원하는 일반적인 연구 방법과 다르다는 점에서도 이 책의 독자성을 엿볼 수 있다. 뇌의 다중지능 네트워크를 통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양자의 변증법적 관계를 온전히 분석하면서, ‘오래된 소원 성취’의 밑그림으로 ‘현재의 계기’를 활용해 ‘미래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통합적, 실천적 연구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초한 〈역사지리-인지생태학적 영화철학〉은 지난 시기의 대중이 암묵적으로 실천했던 다른 세상 꿈꾸기의 진보적인 가치를 명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영화와 관객, 지식인과 대중의 협력을 통해 대안적인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필요한 효과적인 인식지도를 제공한다.

6. 이 책의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성과

1) 영화 제작과 관람의 인지생태학적 회로 제시: 저자는 그동안 분리되고 부분적으로만 결합된 정신분석, 뇌과학, 영화연구, 문화연구, 역사연구, 정치학 등 기존 분과학문의 제한된 연구 관행을 가로지른다. 영화와 관객과 사회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역시지리-인지생태학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해명하고, 이를 알기 쉬운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한 점이 그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이미지 연구와 내러티브 연구로 대립해 온 기존 영화연구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양자를 재연결해 영화적 회로와 뇌 회로가 상응하는 인지생태학적 메커니즘을 구체화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런 방법들에 기초해 영화 텍스트가 관객들에게 어떤 인지생태학적 반응을 야기하고, 관객들의 해석이 다시 역사지리적 환경(콘텍스트)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저자는 영화 텍스트의 복잡한 생산/수용 과정의 〈인식지도〉를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2) 한국 ‘천만 영화 현상’에 내재된 진보적 문화정치의 명시화: 관객들이 적극적인 호응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천만 영화〉들 대부분은 평론가/연구자들의 진지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저자는 이런 양극화 현상을 비판하며 몰락기의 예술과 이행기의 예술이라는 새로운 ‘문제틀’을 활용해 천만 영화, 제도정치, 광장의 정치 간의 복잡한 변증법을 한국 현대사의 거시적 리듬분석의 관점에서 밝혀낸다. 이를 통해 이 시기의 〈천만 영화〉 다수(19편 중 15편)가 단순한 오락 차원을 넘어 한국사회의 변화에 진보적인 문화정치 효과를 발휘했고, 특히 2014년 이후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었음을 설득력 있게 논증하고 있다.

3) 모방에서 발명으로 나아가는 한국의 대중정치와 대중문화의 특수성 규명: 저자는 서구의 보수적 포퓰리즘과 한국의 진보적 포퓰리즘 간의 차이를 대비하면서 한국의 대중영화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대중의 지적-감성적 성숙을 준비하는 역할을 일정하게 수행해 왔다고 역설한다. 또한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의 관점에서 대중의 3가지 상이한 양태를 구분하고, 한국 사회에서 다중-프랙탈 구조의 새로운 대중 형성의 가능성도 함께 살피고 있다. 이런 분석들을 토대로 저자는 오늘의 한국사회가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차원 모두에서 서구 모방의 단계를 넘어 독자적인 발명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전쟁 후 한국 사회는 서구 자본주의를 ‘본보기’로 삼아 짧은 시간 동안 고도의 압축성장을 경험하는 가운데 특히 미국 주도의 발전주의적/신자유주의적 축적 체제와 통치 체제를 열심히 모방해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는 미국에 대한 적극적 모방이 최고도에 이른 지점이다. 그러나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자본주의의 화려한 무대 〈뒤〉의 추악한 실상이 드러나자 한국인들은 그동안 찬미해 온 본보기의 환상이 여지없이 해체되는 새로운 경험에 직면했다. 더 이상 “찬미하거나 부러워할“ 것이 없는 〈한계 상황〉이 그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 사회는 통치 체제와 정치적 저항의 차원 양면에서 더 이상 서구 사회를 〈모방〉할 것이 없는 〈정치적 한계점〉에 도달한 셈이다. 이런 정치적 한계 상황은 이제 ‘3050 국가’의 반열에 올라 서구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게 된 〈경제적 한계 상황〉과 맞물리며 더 강화되고 있다. 〈서세동점〉 이래 한 세기 이상 지속된 서구 모방의 두터운 관행에 커다란 균열과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적 상황은 어떨까?
최근 BTS의 미국 빌보드 차트 연속 1위,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기생충》의 작품상 및 감독상 수상,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미나리》의 여우조연상 수상을 통해 〈한류의 세계화〉는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닌 현실로 수용되고 있다. 그러나 ‘모방’ 차원에서 한국의 대중영화는 이미 오래 전에 〈문화적 한계점〉에 도달했다. 앞서 말했듯이 2003년~19년 사이의 〈천만 영화〉 27편 중 할리우드 영화가 8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또 한국 〈천만 영화〉의 서사적 내용 전반이 한국 사회에 대한 현실 비판적(먼 과거에서 최근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비판적 조명)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중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순한 오락영화 차원을 훌쩍 넘어서 있다. 서구 대중영화의 〈모방〉 수준을 넘어 한국의 사회 현실과 일상에 내재한 다양한 문제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해결책을 〈발명〉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4) 과학-기술-철학-예술의 상호작용의 역사적 분석을 통한 SF 영화의 인식지도 그리기: SF 영화는 흔히 공상과학적인 오락 영화로 치부된다. 그러나 저자는 과학(science)과 허구(fiction) 사이의 간극이 좁혀진 오늘날, SF 영화는 인공지능-GNR 혁명이 초래할 빛과 그림자를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해 주는 효과적인 문화정치적 가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논거를 과학-기술-철학-예술의 분리와 재결합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SF 영화의 인식지도를 그려 보인다. 특히《디스트릭트9》,《엘리시움》,《채피》,《인터스텔라》,《매트릭스》에 대한 작품 분석에서 자본주의와 결합한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가속화되는 이중세계화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데, 이는 미래의 선택을 위한 시의적절한 처방이 될 수 있다.

5) 영화로 대중의 철학을 읽는 전업주부의 실험적 글쓰기: 이 책의 3부는 전업주부의 실험적 글쓰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천만 영화〉 중 11편을 선택, 해석해 봄으로써 영화 텍스트에 암묵적으로 녹아 있는 철학적 통찰들을 명시적인 통찰로 전환시켜 보려는 창의적인 시도가 그것이다. 마지막 11번 글 〈영화로 본 대중의 철학〉은 10개의 리뷰(?신과함께》1, 2편을 1개의 리뷰로 씀)에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중요한 통찰들 속에서 일련의 철학적 테제들을 끌어내고, 여기서 다시 핵심 가치들을 끌어내 하나의 표로 통합하고 있다. 각자의 인생관과 세계관의 선순환 경로를 찾는 데 필요한 철학적 준칙들의 목록을 예시한 것이다. 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제를 짧은 글들로 풀어내기 위해 일종의 ‘트락타트’형식을 취한다.
‘트락타트’는 벤야민이 19세기 이후 대세가 된 논리적 체계 중심의 철학 형식을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했던 철학적 에세이 형식이다. 수많은 판유리를 내던져 가장 좋은 유리 파편을 찾아내 그 불규칙한 조각들을 끼워 맞춰 전체 형상을 만들어 내는 모자이크처럼, 〈사실 내용〉에 깊이 침잠되어 있는 〈진리 내용〉의 파편들을 찾아내 그 불규칙한 사유 파편들을 끼워 맞춰 이념들의 성좌를 구성해 내는 철학적 방법이다. 11편의 영화들을 여러 번 보면서 의미심장한 대사와 행위 등을 찾아내 해석한 10편의 비평적 리뷰는 판유리를 내던져 유리 파편(〈사실 내용〉)을 만드는 과정에 해당한다. 반면 마지막 글은 그 〈사실 내용〉들에 깊이 침잠되어 있는 〈진리 내용〉의 조각들을 모자이크하여 대중의 철학적 별자리를 돋우어 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저자 심광현·유진화는 첫 번째 공저인『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2020)에서 강조한 ‘형식지와 암묵지의 순환’이라는 과제를 이 책에서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고 자평한다. 2부는 1부에서 정리한 영화철학의 형식지들을 한국 현대사와 대중영화의 상호작용에 구체적으로 적용해 〈천만 영화〉에 대한 대중의 선택이 어떻게 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했고, 3부는 대중의 일원이 1부 형식지의 주요 골격을 자신의 암묵지와 순환시켜 〈천만 영화〉 11편에 녹아 있는 철학적 통찰들을 명시적인 테제들로 벼려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향후 보다 많은 이들이 이런 실험에 동참해 〈영화를 매개로 나와 세상을 함께 바꾸어 가는 경로를 적극적으로 시뮬레이션〉하기를, 또 이 책이 그 생산적인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영화적 항로

1부 영화의 인지생태학적 회로

1장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꿈-뇌-영화 이야기
1. 꿈과 영화를 매개하는 뇌 회로
2. 소원-성취 꿈의 궁전, 영화
3.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
4. 영화적 미메시스의 순환 구조

2장 운동-이미지와 내러티브의 영화적 순환
1. 들뢰즈 영화철학의 성과와 한계
2. 운동-이미지와 내러티브의 영화적 순환
3. 영화적 문제틀의 프랙탈 구조
4. 영화적 인식론과 텍스트-콘텍스트의 짝패
5. 영화적 기능의 일반 모형

2부 영화로 꿈꾸는 다른 세상

3장 한국 ‘천만 영화’의 문화정치
1. ‘천만 영화’로 본 영화와 정치의 변증법
2. 몰락기의 예술과 이행기의 예술
3. 이행기의 대중영화와 대중정치
4 한국의 진보적 포퓰리즘과 대중의 다중-프랙탈 구조

4장 SF 영화와 갈라지는 미래
1. SF 영화의 인식지도 그리기
2. 할리우드 SF 영화의 이중세계 시뮬레이션
3. 기술결정론적 매트릭스 vs 기술-사회 공진화 매트릭스

3부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
1. 《왕의 남자》: 흥으로 한을 넘어서기
2. 《해운대》: 자연재해에 드리운 인재
3. 《광해, 왕이 된 남자》: 혁명가와 백성이 통하다
4. 《변호인》: 계란이 바위를 넘어서는 꿈
5. 《명량》: 용기, 지혜, 덕으로 만드는 천행
6. 《암살》: 역사의 두 바퀴
7. 《베테랑》: 빛과 어둠
8. 《택시운전사》: 인간의 실존양식
9. 《신과함께-죄와 벌/인과 연》: 시간의 성찰
10. 《극한직업》: 극한사회의 웃음
11. 영화로 본 대중의 철학

나가며: 영화의 미래와 대중의 선택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 070-4821-5101
교환/반품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856 303호 / (주)스터디채널 / 전화 : 070-4821-5101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