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다이애나 킴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딸이다. 재작년 여름에 한국으로 나가 나의 이야기를 토대로 글을 쓰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인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39년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내 인생은 폭력과 학대와 고문 그리고 감금과 협박 등 인간의 본성 중 제일 어두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행복하지 않았던 어른들은 자신의 불행의 책임을 힘없는 아이였던 내게 물었다. 그리고 나의 상처를 가지고 그들은 나와 거래를 하길 원했다. 세상에 내 과거를 드러내지 않는 조건으로 그들은 내게 돈을 요구했고,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으로 그들의 입을 막았다.
나는 이 책을 쓰며 재혼 후 아내와 어머니로 살면서 겪은 그녀의 고충과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고, 어머니 나름대로 내게 표현한 크나큰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방식이 틀렸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분의 삶이 모두 틀렸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니토베 이나조가 말하듯이 “이 세상에는 완전무결한 것도 없고, 전혀 쓸모없는 것도 없다. 우리의 부모에게도 친구에게도 결점이 있고, 우리가 증오하고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장점은 있다.” 어머니도 어머니 역할은 처음이었고, 완벽한 어머니는 아니었다. 하지만 황량하고 척박한 이민생활을 하면서 그곳에서 살아남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며 나를 지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완벽한 어머니는 아니었지만 나는 같은 여자로서 어머니를 존경한다. 그때 그 시절, 지금보다 더 여자로 살기 힘들었던 시대에 어머니는 자신에게 맞닥뜨렸던 운명이랑 당당히 싸우며 치열하게 삶을 사셨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자신의 고국도 아닌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어머니는 보통 여자들이 그냥 포기하고 무너져버렸을 폭풍을 맨몸으로 막아냈다. 많이 두렵고 고통스러우셨을텐데 어머니는 앞만 보고 자신이 선택한 그 길을 가셨고 자신의 꿈을 이루셨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어려운 고비들을 모두 이겨내가며 그 와 중에 우리를 포기 하지 않으셨고 끝까지 지키셨다. 그것만으로도 난 우리를 향한 어머니의 고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