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형의 관점과 문명사로 해석하며 쉽게 배우는 3,500 한자>
상형문자로서 한자 본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3,500 한자를 인류 문명사를 따라 그 원형을 밝히는 새로운 한자 학습법이다. 문명사와 함께하는 만큼 역사와 문화마저 배우게 되며 그만큼 한자 공부는 즐거워진다. 76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대폭 증보된 이번 재개정판은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배우도록 한 틀은 살리면서, 문명 도슨트라는 개념에 맞춰 더 풍성하고 알찬 내용을 담아냈다.
책은 인류 문명사 속에서 갑골문-금문-소전-예서로 이어지는 한자의 형태 변화를 분석하여 한자가 상형 한 사물의 원형과 뜻을 밝히고, 형성문자가 아닌 상형문자로서 한자를 해석한다. 책은 이렇게 글자의 원형과 뜻을 알고 원리를 파악하도록 함으로써 한자 공부가 그만큼 이해가 빠르고 학습이 쉬워지도록 안내한다. 책은 또 인류의 문명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각종 문물로 한자를 분류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한자와 함께 문명사를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해 학습의 재미와 폭을 한층 키워준다. 서수 개념으로서 십간, 십이지를 식물의 성장 과정, 아이의 탄생 과정으로 보는 독창적 해석 역시도 한자 공부의 흥미와 호기심을 더해준다.
<부수를 거부하고 문물의 생성으로 글자를 분류하는 신개념 한자>
설문해자에서는 부수를 통하여 한자를 분류하고 이는 한자 공부의 정석처럼 되어있다. 이 책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엎는다. 즉, 한자가 사물의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이므로 기나긴 인류사에서 그 사물이 언제 생성되었는지에 따라 한자도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책은 문명사 속에서 만들어진 문물로 한자를 분류한다. 저자는 그래서 인류의 긴 역사를 인류의 탄생-신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로 나눈 다음, 당시의 생활상과 도구에 따라 한자를 분류하는 새롭고도 놀라운 방식을 선보인다.
이러한 방식은 당시 유물이 발굴되지 않았더라도 한자가 사물을 본뜬 상형문자이므로 한자를 통해 당시의 유물도 유추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상형문자인 한자를 형성문자로 해석한 ‘설문해자’의 한계를 넘다>
세상에는 수많은 법칙이 존재하고 그 법칙은 늘 예외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예외가 존재하면 법칙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현재 배우고 있는 한자의 제자원리가 이와 같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즉, 서기 100년경 중국 동한 시대 허신이 쓴 『설문해자』에서 유래한 한자의 제자원리(육서)와 부수에 따른 한자 분류가 지난 2,000여 년간 변함없이 한자학을 지배해 오면서 이런 결과를 빚어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설문해자는 한자의 원형이 아닌 소전을 근거로 어원을 분석하고 분류한 태생적 한계와 상형문자인 한자를 지나치게 형성문자 위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였다고 강조한다. 그 결과 현재 한자의 90% 이상이 형성문자로 분류되는 기형적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보고 있다.
<한자 원형과 본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해석과 학습>
저자는 이처럼 1899년 갑골문 발견 이후 많은 오류가 밝혀지고 있는 설문해자 해석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한자의 원형과 본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관점의 한자 해석과 학습법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저자는 바쁘기 그지없는 검찰 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도 기존 설문해자 식의 한자 해석에 반론을 제기하고자 수년간 독학으로 고문을 연구하였고, 새로운 한자 해석을 깨우칠 수 있었다. 그 결과물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낸 저자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한자 공부가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학습법을 통해 보다 이해가 쉽고 즐거워지기를 바란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