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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유폐

결핍과 유폐

  • 김경주
  • |
  • 찬란
  • |
  • 2021-08-01 출간
  • |
  • 372페이지
  • |
  • 181 X 240 X 30 mm /1094g
  • |
  • ISBN 9791197476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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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노래 "죽창가"를 만든 화가

1980년대 판화가로 대중에게 그의 존재를 알린 김경주.
훨씬 이전부터 문예·음악·미술 등에서 그의 특출한 재능은 빛났고, 소년 시절부터 수련해온 서양화 기법과 묘사력은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그의 재능은 예술 활동 이외의 일로도 바쁘게 했다. 민중미술운동으로, 공연전시기획을 가르치는 교수로, 광주문화중심도시 준비로, 시민문화교육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으로, 폐 잠사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로, 나주 문화특화지구 조성사업으로….

일찍이 황지우 시인은 그를 두고 시(詩), 화(畵), 악(樂),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가졌다며 기리어 칭찬했지만, 김경주는 민망해했다. 그는 그저 그가 감당해야 할 업과, 마주한 자기 몫의 시대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복무해내고 있을 뿐이다. 지치고 때로 비틀거리지만, 자기만의 걸음걸이로. 그렇게 살아오는 자신을 돌이켜 김경주는 이렇게 표현한다.

"결핍은 내 몸의 조건이고 유폐는 내 마음의 상태다. 혹은 때로 그 반대이거나…"

이제껏 그가 감당하고 일궈온 일들이 다양하지만, 그를 알아 온 사람들은 변함없이 그의 정체성을 예술, 특히 그림에서 찾는다. 그도 역시 여전히 붓을 접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

이 책은 그의 청년기에서 중년에 이르는 고단한 궤적과 함께했던 그의 그림과 글을 간추린 것이다.

이 책 앞부분은 "수묵화", "판화", "드로잉과 유화"로 분류한 화집의 성격이다.
그다음은 그림과 함께 한 글과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았다.
마지막은 그의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바깥의 시선들이라 하겠는데, 다른 분들의 평론을 모았다.

그림의 김경주다움!

이 책을 통해, 판화, 수채, 유화, 오일 파스텔, 수묵 … 표현할 수 있는 재료면 무엇이든 다양한 화구(畵具)를 넘나들며 자신의 시정(詩情)을 그림으로 펼쳐온 김경주의 화력(畵歷)을 볼 수 있다.
여러 재료를 넘나들 수 있는 데는, 그만의 시선이 갖는 심상(心象)과 그 대상이 가진 정서가 마주치는 어디쯤 반짝이는 무엇, 그것을 화면에 잡아내는 것을 그는 가장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것의 더 나은 표현을 위해 어떤 화료(畵料)도 기꺼이 시도할 수 있었고, 각 화료가 가진 기존의 화법에 종속 또는 안주하지 않았으리라.
그가 끈질기게 손을 놓지 않는 그의 수묵화에서 그러한 그다운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의 그림 작업에서 나타나는 김경주의 이러한 특징은 그의 감성이 절로 작동하는 무의식의 결과이겠다. 이러한 작동원리를 굳이 설명하자면, 김경주가 절묘한 비유라고 수긍한 당나라 시인 왕창령(王昌齡)의 시론(詩論)이 곧 김경주 그림을 관통하고 있는 화론(畵論)쯤 된다고 해야 할까? 왕창령은 "물경(物境) 정경(情境) 의경(意境)"이라는 시의 세 경지를 빌어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좋은 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이야기 한 것이다.
김경주의 생각에 공감하는 심광현 교수는 이렇게 황창령의 시론을 풀어 설명했다.

""물경"이란 사물의 빼어난 경계가, "정경"이란 기쁨과 슬픔과 고단함과 희망 등 온갖 정서의 깊은 뿌리의 경계가, "의경"이란 삶의 참된 의미의 경계가 몸과 마음속 깊이 침잠 되도록 한 후에 상상력을 통해 이 삼자를 연결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말과 같다."라고.

그러면서 심광현 교수는 사회적 모순에 분기탱천하던 김경주의 청년기의 그림이 "물경" "정경" "의경"이 따로 놀았다면, 세월의 풍상을 겪으면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세상의 뿌리 깊은 모순과 자신의 마음 간의 어긋난 간극을 채워나가는 지혜를 얻게 되면서 "물경" "정경" "의경"이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고 했다.

I. 수묵화

독학으로 수묵을 익힐 때부터 근래의 작품들까지 김경주의 수묵화들을 보여준다.
그의 수묵화의 시작은 그보다 먼저 그가 작업했던 판화가 갖는 표현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고, 보다 민족적 감성을 표현하기에 더 적합한 양식으로 수묵을 택한 것일 수 있다.

"목판화는 윤곽을 칼로 떠냄으로써 표현이 단순·강렬해지는 대신 대상을 그 안에 냉동시킨다. 그 선은 뚜렷하되, 뚜렷하기 때문에 얼어붙어 있다." - 황지우

그의 판화가 암담한 현실에 대한 직설적인 외침에 가까웠다면, 그의 수묵화는 더 깊게 스며들고 넓게 울리게 하는 차원으로의 변경일 수 있다. 우리네 삶을 담아내기에는, 흑백 대조의 강렬한 판화가 갖지 못한 농(濃)의 묘미와 그 표현의 필요를 절로 깨닫는 차원이라 하겠다. 우리의 전통음악 연주기법의 중요한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농현(弄絃)처럼, 서양 음악의 고정된 음(音)들 사이를 징검다리처럼 옮겨 다니는 것이 전부가 아닌, 그 음들 사이를 잡고 흔들어서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깊고 넓은 세계처럼.

김경주의 수묵화는 전통 수묵화 기법을 굳이 따르지 않는다. 자신의 심상(心象)과 대상의 정서를 일치시키고 그것에 가장 걸맞은 김경주다운 화법을 만들어 표현하려는 그의 의식 때문일 것이다.
전통 수묵화가 소재로 삼아온 대상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로지 그가 살아 발 딛고 선 고달픈 현실과 그 의미를 내포한 생활 속의 경물을 그려왔다. 그래서 그의 수묵화는 "현실주의 수묵화"라고 불린다.

II. 판화

1980년대 판화 운동을 대중적으로 기폭 시키는 데 매우 크게 기여했던 "오월시 판화집"은 김경주를 비로소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
1983년 오월시 동인들과 함께 한 "오월시 판화집 -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 있어라"의 출간은 시와 판화가 "오월"로 상징되던 시대의 아픔을 형상화한 고단한 작업이었다.

그때 김경주는 이렇게 말했다.
"유독 미술이라는 작업만은 그 일품성(一品性) 때문에 전시장 안의 미라(mummy)가 되거나 특정 애호가의 독점물이 되고 만다는 사실이, 복제 가능한 장르인 판화로 하여금 "전달"이라는 기능의 확산을 수행토록 해볼 수 있지 않을까 …"

사람다운 삶과 민주주의에 대해 입막음 당한 암담한 1980년대의 부조리에 저항하기 위한 예술매체로 판화가 제격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김경주의 판화들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1980년대 운동권 전체의 모든 문건을 장식하며 복사되어 나갔다.
그때의 "오월시 판화집"의 판화와 그 이후의 판화를 여기에 보여준다.

김경주 판화의 표상 능력은 뛰어나고 시적이다. 죽음의 고비를 넘어 온 삶에 대한 그의 꿰뚫는 듯한 응시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깊은 침묵이 느껴지는 그의 판화는 마치 한 시대의 소리 죽인 부음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III. 드로잉 유화

김경주의 드로잉과 유화의 일부를 보여준다.
콘테나 오일 파스텔로 그린 단순한 드로잉만으로도 그다운 묵직한 정서를 거뜬히 담아내고 있다.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유화 등을 보면, 판화나 수묵화와는 달리 다양한 화료(畵料)와 색깔로 드러내는 김경주의 그림 세계의 넓은 폭을 느끼게 한다.
그의 유화를 보고 시인 이영진은 "의미와 서정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이 광경은 세계와 있는 그대로 동화되어 가는 자의 직관과 통찰이 또 다른 지평을 열어간다"라고 했다.

IV. 그림 읽기 세상 읽기

그는 글로도 잘 표현한다. 여러 매체에 실었던 그의 산문과 칼럼을 모았다. 그의 그림에 조응하는 그의 글을 함께 읽을 수 있고, 거기서 삶과 세상을 느끼고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알 수 있다.

"나는 나에게 갇혀 있다. 그동안 무던히도 해찰을 부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만 했던 죄로 그 빚을 갚기 위해 오도 가도 못한다. 나의 역할이 곧 나라고 믿었는데 어느 것 하나 온전하게 수행해 낸 것 없이 세월만 갔다.
내 덫에 내가 치여서 난 상처를 아물리느라 그냥 가만히 엎드려 있는 동안 내게 위안이 되어 준 것은 내 그림자였다. 그동안에도 바람은 불고 꽃은 피고 구름은 떠다녔다. …"

또한 그는 노래로도 그가 품은 바를 잘 표현한다. 잘 부르기도 하지만 잘 만들기도 한다.
그의 노래 실력과 작곡 솜씨는 아마추어의 수준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대학가와 운동권을 뒤덮었던 것은 그의 판화만이 아니라, 그가 만든 노래도 민주화 투쟁의 현장에서 울려 퍼졌었다. 김남주 시인의 "노래"라는 시에 곡을 입혀 만든, 일명 "죽창가"의 악보도 여기에 실렸다.

V. 김경주와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그의 등장에서부터 근래까지, 김경주와 그의 작품을 바깥의 시선들은 어떻게 보았는지 알 수 있는 글들을 모았다.

1983년, "오월시 판화집"의 출간에 부친 황지우 시인의 〈시와 판화, 그 "판"의 이중충돌에 대하여〉.
1984년, 월간지 "마당"에 유홍준 교수가 기고한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는 화가〉.
1991년, 김경주의 첫 번째 수묵화전에 부친 황지우 시인의 〈침묵의 내성적 근력(筋力)〉.
2002년, 전시와 "화창한 날의 상처" 출간에 부친 이태호 교수의 〈마르지 않는 그리움, 그리고 침묵〉.
2002년, "화창한 날의 상처" 출간에 부친 이영진 시인의 〈대지 위를 걷는 외로운 자의 행로〉.?
2008년, 정지원 시인의 "내 영혼의 그림여행"에 적은 〈조금만 더 쳐다오. 시퍼렇게 날이 설 때까지〉.
2021년, "대동문화"에 기고한 은미희 소설가의 〈다시 돌아와 화구 앞에 앉은 화가 김경주〉.

이 글들을 읽다 보면, 김경주의 그림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고 어떻게 무르익어 갔는지를 다른 분들의 눈과 글을 통해서 알게 된다.

다시 김경주

그를 부르는 다른 일들에 얽매어 한동안 그림을 가까이하지 못했던 그가 최근 다시 수묵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만든 비대면의 결과이다. 그는 그 고립을 도리어 창조의 시간으로 바꾸어 낸 것이다.
그렇게 최근에 그린 그림들은 어쩌면 붓을 들지 못했던 그간의 시간만큼 아직은 그의 붓놀림이 무거울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도리어 그동안의 세월이 주는 삶의 깊이 때문일까? 그림에서 훨씬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걸작이어야 한다"는 화가의 강박이 그림에서 느껴지지 않아서 보는 이를 편하게 하는 것일 거다. 그래서 또한 그림들이 부침과 편차가 적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판소리 가객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창(唱)을 수련하여 높은 경지에 이르고 거기에 연륜이 더해지면, 그의 스승과는 다른 그만의 독특한 창법을 이루게 되고 새로운 류(流)가 만들어진다. 아마도 머잖아 완성될 김경주류(流)에 대한 징후를 느끼게 된다. 기다려 볼 일이다.

그의 그림과 글이 담아내는 세계를 뭇 사람들이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목차


들어서는 글 -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길의 노래 - 심광현

I. 수묵화
II. 판화
III. 드로잉·유화
IV. 그림읽기 세상읽기
V. 김경주와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들
* 다시 돌아와 화구 앞에 앉은 화가 김경주 측백을 보다 - 은미희
* 조금만 더 쳐다오. 시퍼렇게 날이 설 때까지 - 정지원
* 침묵의 내성적 근력(筋力), 金京株의 현실주의 수묵(水墨)에 대하여 - 황지우
* 시와 판화, 그 "판"의 이중충돌에 대하여 - 황지우
*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는 화가 - 유홍준
* 마르지 않는 그리움, 그리고 침묵 - 이태호
* 대지 위를 걷는 외로운 자의 행로 ­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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