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축을 고민하며 마음으로 건물의 아름다움과 기능의 조화를
평생 추구해온 건축가의 여정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마당에 들어서자 거실 창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이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 모
습을 보면서 나는 창 높이를 아이들 키에 맞춰 낮추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본문 중)
이 책은 한 평범한 건축가가 평생 건물을 설계하고 지어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에세이다. 설계
를 좋아했던 저자는 건축과를 졸업하고 박봉을 감수하며 건설회사 대신 설계사무실에 취업했다.
거듭되는 야근 속에 힘겹게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뒤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건축을 하기 위해
사무소를 열었다. 대부분 남이 의뢰한 건물을 설계하고 지었지만 저자는 가족이 함께 살 집과 부
모님의 집을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목조 전원주택단지 건축을 비롯해 그가
설계한 건물들은 여러 번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건축가로서 괜찮은 이력을 쌓아왔지만 매번 일이 잘 풀린 것은 아니었다. 큰 기회라 생각했던 대
형건물이 추진 직전에 좌절되기도 했고, 건축주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공들인 설계를 포기하기도
했다. 건축가로 일하며 좋았던 시기와 그렇지 않았던 시기 모두 그 중심에 사람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건축을 해달라는 의뢰부터 완성된 건물을 사용하는 것 모두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건물을 짓는 일이 사람 때문에 더 잘 될 수도 있고 그르칠 수도 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나
면 저자의 이야기에서 건물보다 사람이 더 눈에 들어온다. 상황이 어떠하든 설계를 비롯한 건축
과정에 마음을 담는 저자의 진심도 성큼 다가온다. 예술적인 아름다움이나 높은 수준의 공법보다
건물을 이용할 사람을 가장 우선시하는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깃든다.
저자의 말처럼 건물을 짓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 로또 1등 당첨금을 어떻게 쓸지 공상하
는 것 같은 기분이 금세 들지만, 나만을 위한 공간을 세우는 상상으로 책의 여운을 달랠 수 있다.
삶의 마지막을 그려보면서도 여전히 좋은 건축가를 꿈꾸는 저자의 삶을 담은 이 책은 평생 좋은
건축을 질문해온 한 건축가의 성장기이다. 저자와 그의 가족을 포함해 저자가 일을 하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삶의 다양한 면모들을, 건축가라는 직업의 기쁨과 슬픔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