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쓰고 그리며 나를 발견하는 ‘책 속의 심리상담실’
나를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상담가 없이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자가심리상담 안내서’
우리는 감정과 마음의 문제로 한 번쯤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내키지 않아,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는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조용히 나를 마주한 채, 마치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기분을 경험해볼 수는 없을까? 이 책은 그런 바람을 기대하는 독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오랜 현장 강의와 상담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자가 독자 스스로 해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자상하게 설계한 ‘자가심리상담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책 속의 심리상담실’이다. 독자는 책을 단순히 읽는 데서 나아가 쓰고 그려보는 작은 수고, 참여적 행위를 통해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정리되지 않은 지난날의 행동, 선택, 감정, 생각 들을 돌아보며 그 의미를 깨닫고 인생을 재구성해보는 계기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은,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게 하는 데 있다. 상담가는 내담자가 이야기를 잘할 수 있게 적절한 질문으로 과정을 이끌어야 하는데, 이 책 곳곳에는 잘 짜인 ‘질문지’들이 풍성히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실제 상담실에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충분히 받게 된다. 전문예술심리상담가인 저자는 ‘인생 미술관’이라는 상상의 공간을 마련하여 독자를 초대한다.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를 7단계로 나누고, 그 시기의 중요한 심리과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다양한 심리이론과 화가 및 그의 작품에 대해 들려주면서 독자의 기억과 관련하여 질문한다. 그 질문 앞에서 과거의 일을 떠올리고, 생각한 것을 쓰고 그리면
우리는 생애주기에 따르는 심리과제를 건강하게 극복했을까?
저자는 특히 현대 여성의 생애에 주목하며, 에릭슨의 생애주기를 여성의 삶에 맞게 7단계로 구성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삶의 시기마다 성취해야 하는 심리과제가 주어진다. 유년기의 ‘분리 불안에서 자율성의 획득’, 아동기의 ‘열등감 극복과 근면성 기르기’, 청소년기의 ‘나다움의 발견’ 등인데, 이런 심리과제들을 해결하면서 성격이 형성되고 그 시기에 맞게 성장한다. 그런데 건강한 갈등과 극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심리적 상처가 생기고 훗날 예상치 못한 문제를 겪는다.
누구에게나 문제가 있다.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현재는 물론 과거의 자신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자책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유년기부터 현재까지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기억을 돌아보고 그때 내 감정과 행동에 대해 ‘왜 그랬을까’ 질책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당시 나이와 상황에서 우리는 최선을 선택했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애썼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나를 보는 관점을 바꿈으로써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의미들을 엮어 내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다시 만난다
흩어진 기억들은 ‘의미’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진다.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때마다 우리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데, 그 원동력은 바로 ‘지난 경험에서 스스로 깨달은 의미’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단편적으로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성찰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그러면서 현재의 나와 관련 지어 그 경험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과거의 나는 어디쯤 있었고, 지금의 나는 어디에 있으며, 미래의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가늠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며,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나를 일으켜준 내 인생의 주제와 의미가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 그 의미들을 엮어 내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다시 만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다짐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며, 이 책에서 함께 해보자고 말하고 있다.
나 자신과 깊이 이야기하는 동시에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책
이 책에서 쓰고 그린 개인적인 이야기를 혼자 간직할 수도 있지만, 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나누어도 좋겠다. 이 책은 둘 또는 여럿이 대화 모임에서 활용하기에 유용하게 구성되었다. 인간의 전 생애주기를 다루고 있어 특정 나이와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읽는 이가 이삼십대라면 중년기나 노년기를 읽으며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어머니와 딸, 연인, 부부가 읽으며 갈등과 문제를 한번 점검해보는 시간도 된다. 이처럼 『당신은 생각보다 잘 살았습니다』는 나 자신과 깊이 이야기하는 동시에 타인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책이다. 나의 경험을 들려주고 너의 경험을 수용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나를 더욱 선명하게 발견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은 생각보다 잘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