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이해는 못 해요.”
“책을 읽은 후 내용을 물어보면 아이가 대답을 못 해요.”
“학교에 가서 책을 못 읽을까 봐 걱정이에요.”
한글을 떼면 읽을 수 있는 게 당연하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한글떼기’와 ‘읽기’ 사이에 반드시 ‘읽기독립’ 과정이 필요하다
읽기독립이란, 아이 스스로 문자를 해독하고 뜻을 파악하며 읽기가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한글떼기와 본격적인 독서 사이에는 읽기독립이라는 징검다리가 있고, 이 다리를 잘 건너야 건강한 독서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쌓은 긍정적 독서 감정으로 진짜 행복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아이가 된다.
이 책은 ‘독서공방’을 운영하며 수년간 초등 아이들에게 독서 지도를 해온 전문가가 실제 아이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어떻게 읽기독립을 이루고 스스로 책에 빠져들어 독서를 즐기게 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한다. 책의 줄거리만 파악하며 대충 읽는 아이, 독서를 숙제처럼 여겨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 글자는 읽지 않고 그림으로 내용 파악을 하는 아이 등 학부모들이 고민하는 ‘아이의 독서’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담았다.
“읽기=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아이가 발견할 때까지,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에서 아이가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읽기독립을 이뤄야 할 7~9세의 자녀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문제집을 많이 풀게 하고, 무조건 다독을 권하는 것이 최선일까? 읽기를 지속할 쉬운 방법은 없을까? 책을 많이 읽어 주다 보면 어느 날 혼자 읽기 시작한다는 말을 믿어야 할까? 아이 스스로 읽으면 제대로 읽기나 할까? 어떤 태도와 철학으로 아이를 지도할 것인가?
다른 아이들은 입학 전에 한글을 떼고 책도 잘 읽는다는 소식에 부모의 마음은 더 불안하다. 입학하면 어떻게 되겠지 하다가도 아이가 뒤처질까 봐 걱정한다. 괜스레 아이가 원망스러워지면 음성을 높여 아이를 자리에 앉힌다. “이리 와 앉아. 책 읽어 봐.” 앙칼진 말이 아이에게 닿으면 읽기연습이나 한글떼기는 제자리걸음이 된다. 아이도 지치고 부모도 지치는 현실이다.
점점 떨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문해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를 빗대어 실제 가정의 아이들을 점검해 보고 부모와 지속적으로 함께 훈련할 수 있는 가이드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읽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지도해 나가길 바란다.
제대로 읽은 책이 없다는 고학년 학생을 코칭했다. 독서라고는 전혀 접하지 않은 아이였다. 학습 성취도도 낮고 학교생활에도 소극적인 아이였다. 기준을 많이 낮춰 저학년에게 리뷰가 좋은 책, 아이들이 읽은 후 “이 책 진짜 재미있어요!”라고 별 다섯 개를 매긴 책, 깊이가 있는 그림책을 권했다. 고양이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서 취향을 고려한 책도 중간에 선정해주었다. 일단 분량이 짧은 것이 공통점이었다. 초반에 아이는 아무리 재미있어도 20분을 넘기지 못했다. 읽는 시간을 5분씩 추가하면서 수개월을 훈련하니 아이는 한 시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거뜬히 읽어냈다. 독서에 지구력이 생긴 것이다. 물론 쉬운 책을 주로 읽지만, 읽기능력과 함께 읽기에 대한 감정의 회복이 아주 중요함을 깨닫게 된 사례다. 게다가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가 능동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바뀐 걸 모두가 알아볼 정도였다. 또한 아이는 ‘잘 읽고 싶은 욕구’를 은근히 내비쳤다. 아이의 현재를 성급하게 재단하고 ‘안 되는 아이’라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의 시간은 어른의 시간보다 탄력적이라 마음이 바뀌면 금세 자랄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 아이들의 놀라운 초능력을 믿어 줘야 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