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여행의 갈증을 단숨에 해소할
한 잔의 농후한 와인이야기
세계 최초 와인MBA 송점종의 유럽 와인대탐험
“지구 반 바퀴를 기꺼이 날아갈 만큼 나는 와인에 반해있었다!”
이토록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문화, 인문, 철학, 지리… 한 잔의 와인에서도 인류의 발자취가 느껴진다. 심지어 인간의 감각까지 좌우하는, 실로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수식이 부족하지 않은 와인. 우연에 의해 시작한 필연이 와인을 탄생케 했다면, 저자의 인생에 있어서도 와인은 지독한 운명이었다. 법학도에게 디오니소스의 와인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좀 더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저자의 와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결국 세계 최초의 와인 MBA와인산업 경영학석사라는 이력(?)을 만들었고, 와인을 업으로 삼지 않으면서도 와인 전문가로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다.
유럽의 산지별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한 풍부한 해설!
와인 여행에 필요한 맞춤정보가 그득!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문명화된 것 중 하나이며, 동시에 가장 자연적인 것이기도 하다.”
유난히 와인을 사랑했던 미국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쓴 투우 소설 『오후의 죽음Death in the Afternoon』에서 서술한 이 문장만큼 와인을 완벽하게 정의한 문장은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와인은 포도 자체의 생화학적 작용에 의해 탄생한 천연 알코올음료이지만, 헤밍웨이의 이 글귀처럼 그것을 마시는 각자의 감성이나 의식에 따라 무한히 가치가 확장되는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Water-Diamond Paradox, 가치와 가격이 전혀 안 맞는 현상)’ 이론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그래서 와인의 트렌드도 문명의 발달과 함께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포도 재배 농법, 품종, 양조 스타일, 레이블, 병마개와 포장 방법뿐만 아니라, 음식과의 조화 등 와인 에티켓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우연에서 필연이 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와인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인간이 언제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고고학자나 역사학자들은 이란의 자그로스Zagros산맥의 쉬라즈Shiraz나 조지아의 카헤티Kakheti 주민들이 최초로 와인을 마셨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와인은 무역과 항해술로 명성이 높았던 고대 페니키아인들을 통해 지중해 연안으로 퍼져 나갔다.
특히 그리스의 와인문화는 로마제국을 통해 다시 전 유럽에 전파되었다.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로마군 병사들이 가는 곳에는 와인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고대의 갈리아(프랑스)를 정복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부터 로마제국의 황제 프로부스까지 로마군 사령관들은 병사들에게 와인 보급과 현지 경제 살리기를 위해 포도밭을 일구게 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께서 타는 목마름으로 고통스러워하실 때 로마군 병사가 마시게 해준 신 포도주 또한 로마군 병사들이 콜라처럼 마시던 와인음료 ‘포스카Posca’였다.
와인의 이러한 역사적 뿌리는 중세까지도 이탈리아의 와인과 음식 문화가 유럽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게 했으며, 프랑스 또한 중세까지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았다. 지금은 프랑스가 이 책의 「프랑스편」을 독차지할 정도로 와인 종주국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기후 때문에 포도를 재배할 수 없었던 영국에서도 와인을 수입해 마셨고, 이는 이 책의 「유럽편」에도 나오듯이 유럽 와인의 변방 포르투갈에서 와인 산업을 크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유럽 와이너리 명가들 취재, 그 대장정의 기록
저자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와인과 와이너리를 찾아다녔다. 그 여정이 유럽에서의 차량 이동 거리만 어림잡아 20만 킬로미터를 넘는다. 지구를 다섯 바퀴나 돌아야 하는 거리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이던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가기 위해 10년 동안 여행한 것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와인 오디세이아Wine Odysseia』로 명명했다. 물론 그동안 방문했던 지역과 와이너리가 워낙 방대해 이 책에서는 유럽의 주요 와이너리들만 소개되었다. “독일과 동유럽, 그리고 신대륙의 와인은 다음 책에서 다뤄야 할 것 같다”며 저자는 다음에 들려줄 이야기를 천사의 선물처럼 아주 조금 남겨두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저자가 방문한 와이너리 주변의 여행지, 레스토랑, 호텔, 추천 일정까지 소개하여 와인 초보나 유럽 여행 초보도 부담 없이 와이너리 투어를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와인 전문가다운 깐깐한 리뷰는 기본이며, 보고 먹고 자고 이동하는 등 여행의 핵심 정보를 안내하는 점에도 소홀함이 없다. 이렇듯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역사적인 이유로 ‘와인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유럽’의 다양한 와인들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려주는 여행가이드북이다. 아울러 방문지의 역사, 문화, 예술 등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맛깔스러운 설명도 곁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