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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

  • 조너선비스
  • |
  • 풍월당
  • |
  • 2021-06-10 출간
  • |
  • 240페이지
  • |
  • 122 X 186 mm
  • |
  • ISBN 9791189346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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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한 곡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피아니스트는 얼마나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하는가

엘비스 코스텔로는 음악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이 건축에 관한 춤을 추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산문을 통해 시의 매력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언어로는, 특히 산문으로는 선율과 시간이 섞이면서 발생하는 음악의 매력을 재현할 수 없다. 흔해빠진 해설을 피하고 그 음악의 핵심에 다다르고자 노력하는 전문 작가들마저도, 그 핵심에 관해서는 오직 비유나 묘사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음악에 관한 글을 계속 쓴다. 마치 사랑에 관한 글을 끝없이 써오고 있는 것과 같다. 완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대상의 작은 측면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주 작은 성공을 거두었을 때조차 결국에는 ‘음악을 글로 전달하는 데’ 실패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음악에 관한 글을 쓰고 또 쓴다. 여기에 작은 역설이 있다. 이렇게 명백한 실패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글들이 음악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조너선 비스가 피아노 음악에 대해 쓴 이 책은 이러한 역설의 비밀을 알려 준다. 그에 따르면 음악을 익히는 일 역시 비슷한 역설 속에 갇혀 있다. 확신을 가지려고 끝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확신을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 거꾸로 말하자면 확신을 얻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피아니스트들을 구도자라 부른다.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이해’하고 자신의 손가락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일은 다다를 수 없는 완전을 향한 영원한 노정 위에 있으며, 그의 연주를 듣는 사람은 끝내 완전해질 수 없는 한 인간이 완전을 향해 팔을 뻗는 순간 속에 함께 머무르는 것이다. 결국 피아노 독주를 들을 때, 우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보게 된다. 너무 깊거나 넓은 우주와 그 안에 서 있는 한 인간이다. 음악이 흐르면서 그 두 개의 시점 사이에서, 세상과 한 인간 사이에서, 음악과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피아니스트와 관객들 사이에서 시간이 흘러간다. 피아니스트는, 혹은 우리는 그것을 삶이라고 부른다.

조너선 비스의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는 이런 ‘음악과 삶’의 관계를 느끼게 해주는 진귀한 책이다. 유명한 콘서트 피아니스트이자 출판사를 끼지 않고 자신의 글을 직접 출간한 에세이스트인 비스는 음악 지식과 시적인 문장과 고독한 영혼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나 슈만의 〈새벽의 노래〉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표현하기 위해 ‘음악에 관한 글’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그는 곡의 구조를 분석하고, 악보 속에 담긴 문학적인 메시지를 알려 주면서 명곡이 가진 매력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은 비스 자신의 지난날들과 이어진다. 그는 직업 피아니스트로서 얼마나 열렬히 음악을 파고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열성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지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삶의 문제를 연관시킨다.

이 지점에서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는 독보적인 음악 에세이가 된다. 비스에 따르면 피아니스트는 특히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직업이다. 너무 위대한 음악들을, 혼자서, 너무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악절을 두고도 수많은 해석이 가능한 명곡의 세계는 거의 미로와 같으며, 피아니스트는 홀로 그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에 걸맞은 소리를 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실패의 가능성이 드리워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의심하는 인간은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러나 비스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은 피아니스트가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다. 의심하는 피아니스트는 확신할 줄 모르기 때문에 음악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살피고 발견하며(아르투르 슈나벨의 예가 나온다), 자신의 손가락을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단련시키고(루돌프 제르킨의 예가 나온다), 최소한 자신이 활동하는 동안은 음악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가진 채 산다. 특히 마지막 특성, 즉 사랑에 관한 역설은 아이러니에 기반을 둔 비극 문학이 오래도록 사랑했던 주제다. 남들보다 고통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그 무언가를(예컨대 피아노를, 혹은 삶 자체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가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그 대상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스 역시 섬세하고 내향적인 자신이 피아니스트로 살아가기 힘들 때가 있다고 고백하지만, 그는 그런 대가를 순순히 치르는 이유를 밝힘으로써 피아니스트의 ‘삶’ 한가운데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순전한 사랑이다. 음악이 그에게 외로움과 고통과 불안을 안겨주더라도 그는 음악을 포기할 수 없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세계의 언저리를 방황하는 일만큼 사랑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는 조너선 비스가 몇 년에 걸쳐 전자책으로 각각 출간한 세 편의 글을 모은 책으로, 종이책으로는 세계 최초로 출간되었다. 시간 순으로 배열한 세 편의 글을 읽다 보면 그의 내면이 조금씩 더 무르익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음악과 삶에 대해 그가 말하는 모습은 점점 겸손하고 담담해진다. 다다를 수 없는 경지를 사랑하고 그곳을 향해 조용히 다가가는 사람이 가진 기품이 글 안에 맴돈다.

피아노 음악을 사랑하는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특히 베토벤과 슈만을 이해하는 소중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피아니스트의 작업 과정, 즉 한 곡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고뇌하는 순간들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이 있다. 답이 주어지지 않고 독자들에게 남겨질 그 질문은 사랑에 관한 것이다. 이 수수께끼가 독자들의 마음속에 머무는 동안,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는 한 피아니스트의 삶을 넘어서서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숙제를 밝힌다. 만약 좋은 에세이가 ‘작은 삶의 조각을 통해 잠시나마 세상 전체를 보여주는’ 이야기라면, 이 책도 거기에 속한다. 그렇게, 음악과 삶을 동시에 좋아하거나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는 잊지 못할 책으로 남겨질 것이다.


목차


베토벤의 그림자
은밀한 청자를 위하여
코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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