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 댄서에서 감성 충만한 글 쓰는 청춘으로.
이 책은 HOT부터 BTS까지 20년 간 최정상급 무대 뒤에서 춤꾼으로 산 젊은 청춘의 속이야기다. 스무 살에 만나 헤어지고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뒤 다시 만난 평생의 연인을 ‘경제적 능력 없음’의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보낸, 기어코 그녀의 청첩장을 받아 들게 된, 바보 같은 순정남의 속마음이다.
할아버지가 유언처럼 남긴 ‘말 없는 사나이’라는 별명이 꼭 어울리는, 남의 말 잘 들어 주는 보기 드문 순수청년이자, 남들 배려하다 자기 밥그릇 못 챙기는 바보지만 왠지 그 바보 같은 마음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게 되는, 어쩌면 누구보다 인간관계를 잘 아는 고수일지 모르는 사람.
이 책 『오늘 밤은 너랑 함께 소주 한잔 하고 싶어』는 누구나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있을 순수함을 기억하게 하는 100여 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연인에 대한 사랑 뿐 아니라 외로움을 함께 나눈 단짝 친구에 대한 그리움(그 단짝 친구가 강아지라는 특이점이 있지만)과 가족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문득 문득 생각하게 만드는 어릴 적 순박한 감수성으로 무장된 책이기도 하다. 책 제목에 ‘소주’라는 텍스트를 과감하게 넣은 이유는 소주가 연상시키는 쓸쓸한 느낌, 고독, 그리움이거나 외로움, 더불어 소박한 기쁨이나 친밀함을 독자에게 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왕성한 활동 중인 박혜 작가의 40여 개 작품이 글과 함께 본문으로 꾸며진 것은 글을 읽는 독자에게 사랑받는 책이 되기 바라는 에디터의 바람이다.
<출판사 리뷰>
아우라
구름에 반쯤 가려진 태양은
내가 걷는 길에만 햇살을 비춰줬고
그녀가 걷는 길은 그늘 길이었다.
나는 그녀가 추울까 이쪽으로 오라 했고
그녀는 내 눈이 부실까 이쪽으로 오라 했다.
어느 쪽도 좋았던 내가 그녀 옆으로 가자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눈이 부시기 시작했다.
너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라 참 많이도 애썼다.
너에게 내가 잘못한 게 없어도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너에게 나는 참 많이 미안했다.
네가 웃으면 나도 웃었고, 네가 울면 나도 울었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팠고, 네가 죽으면 나도 죽으려 했다.
그런 네가 떠나고 나는 여기 남았다.
네가 없으니 나도 이제 없다.
이 책 『오늘 밤은 너랑 함께 소주 한잔 하고 싶어』의 첫 페이지와 두 번째 페이지 글이다.
차분한 일러스트와 4도 채색으로 만들어진 이 책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글들은 아련한 사랑이야기 같다가도 이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미묘한 지점을 넘나든다.
<러브 어페어> <당연한 건 없다> <그런 사람 있었으면> 같은 글들에서 잊힌 옛사랑이 떠오르다, <지하철에서> <청첩장>같은 글로 넘어갈 때는 왠지 서글픈 마음이 글에 묻어 내 마음도 일렁댄다.
책의 성격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에세이다. 그렇지만 저자 개인적 경험이나 사유로 꽉 채워진 느낌은 없다. ‘네 마음이 내 마음이고, 내 마음이 네 마음’ 같은 공감이 책의 많은 부분에 녹아 있는 까닭이다. 친구와 우정, 부모님과 가족,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사람에 대한 소소하고 착한 저자의 마음씨를 읽으니 복잡했던 머리가 맑게 개이는 느낌이다. 그렇다. 우리는 오늘 도 ‘오늘 밤 누군가와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