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가서 걸어보자! 숨도 좀 쉬고!”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그냥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떠난
100일간의 특별한 걷기 여행
걷는 것을 얼마큼 좋아하는가? 걸어서 가면 신발 말고 다른 것을 챙기느라 머리 아플 일이 없고, 누가 새치기를 한다며 얼굴 찡그릴 일도 없다.
어느 여름, 독일 유명지 <슈테른>의 30년 경력 기자 울리 하우저는 태양이 빛나는 남쪽으로 가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집을 나선다. 등에는 아들이 쓰던 작은 배낭 하나를 멘 채, 아무런 계획 없이, 산책하듯 어슬렁어슬렁. 그냥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시작한 여행이다. 또 걷는 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계속 오래 걸으면 우리의 머리와 다리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무척 궁금했다. 이 가벼운 생각은 꽤나 긴 여정이 되었다.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저자는 우리 모두가 평소에 ‘이곳’에서 ‘저곳’까지 정해놓고 서둘러 걷는다거나, 차를 너무 오래 타거나, 너무 오래 앉아 있거나, 우리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역시 이런 틀에서 벗어나고자 빡빡하게 정해진 일정 없이 오직 자신의 발소리만을 들으며 숲과 들판을 걸어간다.
이 책은 우리에게 어서 나가 걸어볼 것을 권한다. 그저 자신을 믿으면서, 당연하듯 교통수단을 이용하지는 말고, 머리로 생각하는 대신 몸을 움직여보라고. 굳었던 근육을 풀어주고 최대한 활용하라고. 자신을 발견하라고. 늘어나는 대로 쭉쭉 뻗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가라고. 하루 종일 신나게 움직이고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던 우리의 어린 시절 그때처럼!
■ 출판사 서평
치열하게 걸을 필요 없어, 굳이 멀리 갈 필요도
그냥 가볍게 나가보는 거야!
이 책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탈리아 로마까지 2,000킬로미터를 100일 동안 걸어간 여행의 기록이다. 하지만 여행의 기간이나 거리에 큰 의미를 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순례길을 완주했다거나, 하루에 몇 킬로미터의 구간을 거쳤다거나, 사전에 철저하게 정보를 찾고, 엄청난 응급장비를 구비해 떠난 스펙터클한 여행기를 기대했다면, 어쩌면 김이 샐지도 모르겠다.
이 여행에서 저자는 치열하게 걷지 않는다. 집을 나서는 순간에도 몇 시간 후에 가볍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떠난 길이었다. 아들이 학교 다닐 때 쓰던 작은 배낭에 옷 한두 벌 넣고, 15년 된 낡은 등산화를 신고서,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근처 산책을 나가듯. 그냥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계속 걸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서. 걷는 것이 좋아서. 다만 아스팔트보다 오솔길을, 빌딩 거리보다 숲속을, 바퀴 달린 것보다 걷는 쪽을 주로 택했다. 덕분에 멧돼지도 만나고, 진드기가 동행자가 되고, 개미떼의 습격을 받고, 산사태를 겪을 뻔하지만.
“우리는 매일 걷지만, 정작 우리 자신이 어떻게 걷는지는 잘 모른다”
〈슈테른〉 스타 저널리스트의 ‘걷는 일’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매일 걷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걸음걸이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여타 걷기 여행기와 색다르게, 이 책에서는 걷기와 발에 관한 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가 에세이로 펼쳐진다.
이 책의 특별한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걷기 전문가들과의 만남에 있다. 저자는 여행하는 동안 보행 전문가, 뇌과학자, 의족 기술자, 응급의학과 의사, 신발 장인, 치료용 특수신발 제작자 등 누구보다 걷기와 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기 발과 신발을 보이고 진단받는 과정에서 바른 걸음걸이에 관한 여러 전문지식을 듣게 된다. 여행의 감상을 넘어 걷기 전문가들의 다채로운 견해들이 펼쳐지는데, 예를 들면 발에 맞는 신발, 걸음걸이의 요령, 최신 유행 운동화의 단점 같은 이야기들이다.
‘걷는 일’에 대해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물리적인 측면의 걷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멀리하고 최대한 야생과 가까워지려고 한 경험 많은 중년 여행자의 시선은 더 풍성한 이야기로 우리를 초대한다. 과거로의 여행을 선사하는 고대와 중세의 길, 옛길 전문가의 고지도, 순례의 길, 괴테의 시와 그림 형제의 동화, 마르틴 루터의 길, 안 맞는 군화를 신고 전장에 나섰던 군인들, 독일 통일 전후로 생겨난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 같은 이야기들이 저자의 여정마다 함께한다.
이 글의 시간적 배경은 녹음이 짙어지는 6월이고, 공간적 배경은 독일, 스위스, 로마를 거치는 숲길과 산길, 강과 들판이다. 사람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유쾌한 55세 스타 저널리스트의 두 발 여행기를 따라 유럽의 푸르른 자연과 유서 깊은 역사, 도처에서 만난 걷기 전문가들과의 의미 있는 대화를 한꺼번에 감상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읽고 있으면 마치 야생 늑대와 금방 마주칠 것 같은 깊은 숲속에 와 있는 기분도 든다.
앉아서 일하고, 서둘러 걷고, 차를 오래 타는 것에만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발 무릎, 엉덩이, 걸음걸이 같은 존재들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책!
저자는 우리가 ‘서 있기 위해 필요한’ 근육들을 가장 덜 쓰고 있다고 말한다.
“침대에서 버스로, 열차에서 사무실로, 자동차에서 주차장으로, 엘리베이터로, 다시 주차장으로, 자동차로. 생필품을 살 때조차 걸을 필요가 없다. 배송비만 내면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와 집까지 가져다준다.” (본문에서)
또 일하던 사무실에서 늘 바깥을 향한 갈증을 느꼈다고도 말한다. 그곳에서는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면 누군가가 블라인드를 내렸다. 빛이 너무 밝다는 이유에서였다. 저자는 일하는 동안에도 항상 먼 곳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눈은 늘 ‘작은 네모’, 모니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더 움직이고 싶었고, 그래서 바깥으로 나가 실컷 걷고 싶었다.
“글루테우스 막시무스. 이건 마치 먼 옛날에 멸종한 공룡 이름처럼 들리지만 사실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서 사무실 의자 방석에 파묻힌 채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엉덩이 근육대둔근의 이름이다. 이 근육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작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쪼그려 앉는 것이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대체 누가 이런 동작을 하겠는가.” (본문에서)
그래서 비로소 이번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 저자는 무척 기뻤다. 이제야 자신의 무릎이 앉아 있는 것 말고도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몸에 대해, 이동수단에 대해, 길에 대해 더욱더 새롭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걷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맘껏 뛰놀던 어린 시절 이후로 잊고 있었던 몸의 감각들을 새롭게 일깨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