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마음에 쉼표를 그리다’
금쪽같은 내 아이를 키우는데 엄마는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오랜 시간 육아에만 전념한 전업맘들은 가슴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지니고 산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세상에 설 수 있는 내 자리는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지만 정작 엄마로서의 삶을 배우지는 못했다. 출산 후의 삶을 미리 알았다면 자발적으로 엄마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결혼과 동시에 아내이자 엄마가 되어가며 자신도 모르게 ‘나’를 잃어간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엄마의 자존감은 어떠할까?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자책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엄마들의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가정보육을 해야만 했던 2020년은 엄마들의 자존감 상실과 함께 우울감이 더해졌다.
육아 우울증으로 인해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던 나는 추운 겨울, 운명처럼 그림책을 만났다. 그림책은 내 가슴에 쿵 하고 들어섰다. 작은 책 속에서 나의 모습과 상황이 투영된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내가 무심코 지나쳐버렸던 인생의 수많은 단서들이 그림책엔 숨겨져 있었다. 같은 책이라도 읽을 때마다, 그리고 읽는 이에 따라 마음이 닿아 머무르는 곳이 달랐다.
그 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나는 오로지 나를 위해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히려 아이보다도 더 많은 그림책을 읽고 그 책이 너무 좋아서 나만의 방에 꽁꽁 숨겨놓기도 했다. 요즘엔 어른 독자를 겨냥한 그림책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그림책은 아이들보다도 인생 좀 살면서 쓴맛 단맛 다 맛본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