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의 꿈이었다.
빛바랜 꿈이 될 수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품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길의 끝에 오브라도이로 광장을 만났고,
눈앞에는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소노스는 다양한 문화, 역사, 여행,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글쓰기를 하는 부부이다. 이들은 오랜 꿈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해 정보를 찾고 지도로 길을 익히고 유럽의 각각 다른 언어를 공부하며 차근히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까미노 위에 서게 되었다. 저자가 선택한 길은 ‘까미노 포르투게스 데 라 코스타’, 포르투갈의 도시 포르투에서 시작해 대서양을 옆에 두고 북쪽으로 올라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길이다.
많은 산티아고 순례길 중, 그 유명한 남부 프랑스 길이나 그나마 조금은 알려진 북쪽길 대신 우리에게 낯설 수도 있는 까미노 포르투게스 해안길을 택한 것은, 아직은 순례자들이 많지 않은 편이고 거리도 다른 길에 비해 길지 않아 그들의 일정에 맞게, 또 그들만의 걸음과 방식으로 걷기에 알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서양과 함께 하는 이 길을, 이들은 되도록 두 발로 꼭꼭 밟으며 유럽인들의 역사와 종교, 문명과 문화를 보고 듣고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국경을 넘어야 하는 여정이 이베리아 반도의 두 나라를 모두 경험해볼 기회가 되어 저자들에겐 더 이득이었을 수도 있겠다. 문명과 문화, 종교를 함께 느끼고자 노력한 덕분에 이 책은 다른 순례길을 다룬 도서들에 비해 눈에 띄는 특징을 갖게 되었다. 바로 비포 까미노와 애프터 까미노이다
비포 까미노는 포르투갈 성당 기행으로, 본격적으로 순례길을 시작하기 전, 포르투갈의 리스본-파티마-코임브라-포르투의 성당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다. 성당의 구조물에 대한 용어부터 구조, 건축 사조, 역사, 역사와 엮인 성당의 이야기 등을 비교적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애프터 까미노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 3대 성당기행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후, 프랑스 길을 통해 산티아고에 도착할 경우 반드시 지나는 도시인 레온 - 부르고스 - 빌바오까지 역으로 거슬러 가는 여정이다. 이 도시들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3대 성당이 위치해 있으며, 순례길에서도 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도시라, 이 도시들을 거치지 않는 루트를 선택해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을 순례자들, 예비 순례자들까지 만족시켜줄 부분이다.
두 번째 챕터인 까미노 포르투게스 데 라 코스타는 본격적인 순례길 이야기이다. 0일, 순례 전 단단히 준비하며 약품과 밴드, 붕대 등을 사고, 미처 구입하지 못한 우의를 순례 시작 직전 다른 부부에게서 받는 친절과 함께 시작한 순례길은 하루, 또 하루 차근차근 길을 걷고, 마을을 지나고, 포도밭을 가로지르며 산티아고까지 이어졌다.
저자는 까미노를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이 단련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더불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편견이나 차별 없이 우정을 맺고 싶다고 했다. 또 그러는 동안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를 만나고 고정된 틀로부터 벗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까미노에서 바라던 것들이 이루어졌는지, 무엇을 얻고 느끼고 생각했는지에 대한 경험을 담은 13일 간의 기록이다. 마지막 13일 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를 코앞에 둔 그들을 향해, 라며칠 동안 길에서 얼굴만 익힌, 어제 도착한 듯한 순례자가 박수와 환호를 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13일, 280km의 길이 비로소 0km가 되는 순간, 생생한 기록에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치 먼 길을 이들과 함께 걸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