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괜찮아져요
시인 이병률이 ‘장작화덕만큼이나 뜨겁다’고 말한 『시골책방입니다』의 작가 임후남의 시골책방에서 띄우는 편지글. 연서도 아닌 이 글을 읽고 누구는 몸을 추스르고, 누구는 이제 나도 괜찮아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고백과도 맞닿는다.
하루하루 살아냅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점점 괜찮아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직도 방황하고, 실수하고, 잘못한 것들을 어쩌지 못해 안절부절하기도 하고, 상처를 주고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아픈 마음을 지나 시골책방에서 만난 자연과 책과 사람들. 그것들은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이 아닌,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열고 닫힙니다. 그것들은 저를 묵직하게 다독입니다.
봄비가 내리는 마당에 서면 흐뭇합니다. 새순들이 봄비를 머금고 훌쩍 자랄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책들 앞에 서면 즐겁습니다. 혼자만의 유영이 은밀하고 온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남기고 가는 파동은 어떤 무늬론가 남습니다.
시골에서 책방을 하면서 나는 점점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시골 책방의 소소한 편지는 따듯하기 그지없다. 햇살 한 줌, 봄바람 한 줄기를 동봉한 편지를 뜯어 보면 봄으로 가는 시골책방의 정원이 보이고, 두릅 한 줌으로 봄을 누리는 호사를 누리는 작가의 식탁이 보인다. 한가한 시골책방에서 콘서트도 하고, 작가와의 만남도 하느라 북적였던 날, 늘 이렇게 북적였으면 좋겠다 생각하다 아이고,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가 하면, 평생 농사꾼으로 살아온 할아버지들이 책방에 찾아오자 농부들의 신발로 씨앗을 퍼뜨리는 냉이처럼 책방이 시골 여기저기에 생기길 바라기도 한다.
시골에서 산다고, 책방을 한다고 괜찮아질 수 있을까. 작가는 그 이유를 뒤늦게 깨닫는다.
“집 마당에서 꺾어 왔어요.”
누군가 꽃을 내밉니다. 누군가 쑥떡을 내밀고, 누군가는 고추를, 누군가는 머위대를 내밉니다.
누군가 제가 읽은 책을 구입해 갑니다. 어떤 지점에서 우리는 만날까 생각합니다.
누군가 저와 함께 글을 씁니다. 그가 돌아가면 그의 글이 저를 일으켜 세웁니다.
시골에서 책방을 합니다.
괜찮은 날들이 많아지고,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도시에서 살 때도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밥벌이를 할 때도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밖으로 나돌았습니다. 원형탈모증과 위장병을 달고 살았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돼요. 숨을 좀 쉬고 싶을 때 여기가 생각나요.”
비로소 알았습니다.
내가 사랑을 받고 있구나. 시골책방을 찾는 사람들로부터 내가 사랑을 받고 있구나. 그래서 내가 괜찮아지고 있구나. -에필로그 중에서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 그것만큼 사람을 살리는 일이 있을까. 그것만큼 사람을 괜찮게 해주는 일이 있을까. 그 흔한 사랑 이야기가 시골책방 편지에서는 때로는 냉이꽃과 벚꽃과 쏟아지는 눈과 함께 은밀하게 적혀 있다. 시골에서 책방을 하는 이야기가 뭐 대단한 게 있을까.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말처럼 괜찮아지고, 한여름 냉장고에서 막 꺼낸 캔맥주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다. 어깨를 쭉 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작가가 자연에서 받았던,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책장을 덮을 때쯤 작가가 받은 사랑을 그대로 받으면서 촉촉이 젖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가 괜찮아지고 있는 것처럼 당신도 괜찮아졌으면 합니다.
부디 아프지 말고, 우리 함께 괜찮은 사람이 되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런 사랑 고백이라니!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젖어들 수 있다면, 젖은 가슴에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울 수 있다면, 그래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다면. 별 것 아닌 시골책방의 편지는 그래서 별것이 되어 장작화덕처럼 뜨끈하게 우리를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