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친 날 나에게 그림 그리는 시간을 선물하세요.”
다시는 오지 않을 계절의 빛깔을 관찰하고 기록하다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 민미레터의 신간
민미레터는 작업실에 앉아 유심히 창밖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 동안 관찰의 시간을 보내고 특별한 스케치도 없이 그날의 풍경을 담아낸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풍경 같지만 민미레터의 도화지 속 풍경은 매일매일 다르다. 물을 머금은 듯한 초록의 나뭇잎은 휴식의 기운을, 하얀 담벼락에 핀 초여름의 장미는 설렘마저 자아낸다. 이렇듯 면밀한 관찰을 통해 표현된 일상은 작품이 되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으로 가닿는다. 매일 반복되는 듯하지만 계절은 조금씩 흐르고 있음을, 우리의 묵은 고민도 어느새 사라질 것임을 이야기한다.
“초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장미는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꽃 중 하나입니다. 어느 봄에는 저의 울음을 멈추게 해주었고, 또 어느 봄밤에는 저를 한껏 들뜨게 해주었습니다. 이번에 피는 장미는 제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요? 봄은 매해 오고, 같은 꽃이 피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건넸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글은 뒷전으로 두고 창문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한참 넋을 놓습니다. 그러다 한 생각에 머무릅니다. 저 초록 바람을 어떻게 담아야 할까?” _6쪽 ‘들어서며’
물로 표현하는 자연의 농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잔상의 예술, 수채화
민미레터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번짐과 덧댐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인위적인 것 없이, 무엇하나 도드라지지 않은 색과 물로만 채워진 세계. 물을 머금은 자연의 풍경은 다채로운 잔상을 떠오르게 한다. 여백을 이루고 있는 맑은 물빛은 행복했거나 슬펐던 기억, 그리웠던 누군가를 소환해낸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던 그 잔상들은 상기의 과정을 거쳐 더 깊게 각인되거나 마음에서 떠나기도 한다.
“오후의 노란빛이 그때의 기억을 소환해낸 것을 보면 흘러간다는 것이 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 내 발을 어루만지며 빠져나가는 물살처럼 시간은 그렇게 나를 그 자리에 두고 저대로 흘러간다. 가볍고 흐릿한 것들은 데려가고 무거운 것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긴 채. 어쩌면 흐르는 시간에 두 발 담그고서 휩쓸려가는 것과 남은 것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게 우리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거라고 내내 오해하면서.”
몇 페이지? _71쪽 ‘흐름의 감각’
“같은 녹색도 섞는 색에 따라 시간의 빛과 계절감이 다르게 느껴진답니다.
여기에 나오지 않더라도 녹색에 다른 여러 색을 섞어 여러분만의 빛깔을 만들어보세요.“
물만 있으면 누구나 예쁘게,
일상을 맑은 빛으로 물들여 예쁘게 간직하는 일
현재는 수강생들을 만날 수 없어 잠시 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그리기 수업을 이어오면서 수강생들과 함께 전시를 개최한 적도 있다. “단 6주의 수업을 마쳤을 뿐이지만, 이후 1년간 스스로 꾸준히 그리면서 마음을 표현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 민미레터는 감성 수채화 작업을 통해 일상의 권태로움을 잊고 계절의 변화를 함께 관찰하면서 마음의 묵은 색을 덜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분명 같은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그려낸 풍경은 다르다. 각자의 마음이 투영된 결과이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달려간들
그 끝에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페이지 속 계절을 함께 걸으며
잠시나마 평온의 순간을 누릴 수 있기를
무언가를 자세히 바라보기보다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일이 일상이 된 시절이다. 계절의 변화 앞에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아쉬움이 앞선다. 그럼에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을 잠시라도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한다. 길을 걷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거나 손가락을 펴 바람의 방향을 느껴보는 것,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가만히 느껴보는 것. 그렇게 가만히 느끼다보면 어느새 계절이 여러분의 코앞에 와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남과 똑같이 주어진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365일 중 단 며칠이라도 여러분의 계절을 기록하며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순간, 이 계절이 평온함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가득 담았다.
“이 책을 통해 계절이 선물하는 모든 꽃에게 인사를 전하고, 어제와 다른 오늘의 하늘색을 발견하며, 무용한 것들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낭만주의자가 한 명이라도 더 는다면 책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지 속 계절을 함께 걸어줘서 고맙습니다.”
_199쪽 ‘나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