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조그만 사치를 누릴 수 있어
삶은 또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
‘무언가를 소비하며 얻는 작고 빛나는 전환점들’
하루의 끝에서 돌이켜보면 오늘도 많은 것들을 소비하며 보냈구나 싶다. 필요해서 산 크고 작은 물건들, 맛있는 식사를 위한 재료,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 《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은 일러스트레이터 배현선이 무언가를 사고, 쓰고, 누리고, 이용하며 떠오른 생각들을 차곡차곡 그러모은 책이다. 그것은 기쁘거나 슬픈 감정과 이어지기도 하고, 무형의 것일 때도 있으며 크고 작은 변화를 이뤄내기도 한다.
‘고작 며칠’이 아닌 ‘며칠씩이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꽃을 사는 것을 아까워하던 오래전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변화를 느낀다. (162쪽)
어제를 붙여넣기 한 것 같은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면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을 사보면 어떨까? 잠깐이지만, 그 잠깐만큼 몇 송이의 꽃들은 분명 기쁨이 되어줄 것이다.
왼손가락에는 굳은살이 배겼다. 더듬더듬 줄을 퉁기거나 누르던 어색한 손가락들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첫 커버 곡으로 비틀스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연습하게 됐을 때엔 신이 난 나머지 100번쯤 치고 또 쳤고, 그러다 보니 악보를 통째로 외워버렸다. (78쪽)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면 ‘순전히 좋아서 하는 일’을 시작해보자. 취미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도 ‘오히려 그것이 거꾸로 일상의 전반을 뒤흔들며 숨구멍’이 되어준다.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너른 내가 되는 일’
배현선은 소비란 ‘무언가를 써서 또 다른 무언가를 얻어내는 행위’라고 말한다. 요가를 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요가 매트 위에 앉아 몸을 비틀거나 움직이며 비로소 구석구석 나의 몸을 알아가고, 여행지에서 산 향수를 뿌리며 추억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길고양이 간식을 사면서 공존과 균형에 대해 생각하고, 필름 카메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어여쁜 대상을 저장하고 기록할 때도 있다. 네팔행 비행기 티켓을 끊으며 마음속 깊이 간직해둔 ‘히말라야 트레킹’이라는 꿈에도 도전한다. 이처럼 무언가를 사고 쓰고 누리고 이용하는 일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나와 마주하는 계기’가 된다. 또 ‘사랑하는 누군가를 오래 기억’하고, ‘지난 발자국에 새로운 발자국을 포개며 걸어갈 용기’를 준다.
무언가를 사고 쓰고 이용하는 매일
‘오늘의 영수증에 기록된 나다움’
나를 둘러싼 물건, 나의 소비 기록을 살펴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의 취향, 성향, 성격이나 생각, 삶의 모습까지도 드러난다. 그 기록은 단순한 가계부가 아닌 내 삶에 들어온 물건과 내가 보내는 시간, 소중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고 더 잘 기억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아마 생의 모든 순간 동안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이 기록을 통해 일러스트레이터 배현선은 자신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향하는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저자의 사랑스러운 그림과 따스한 생각이 가득한
이 책 《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을
? 어제를 붙여넣기 한 것처럼 일상이 지루한 분
? 취미는 사치라는 생각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망설이는 분
?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분
? 오랜 꿈을 시작할 용기를 얻고 싶은 분
… 오늘도 무언가를 소비하며 나를 위한 잠깐의 행복을 바라는 모든 분께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