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과 불합격, 세상에서 가장 흔한 개인의 위기에 관하여
이 책은 작가가 나태해지거나 교만해질 때마다 꺼내어 스스로 읽어온 글이다. 그리고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삶을 새로 출발하게 되었다는 몇 통의 편지를 받았을 때, 작가는 언젠가 그 때 일어났던 일을 공유하겠다 마음을 먹었다.
준비하던 시험은 황당한 성적으로 떨어지고,
함께할 거라 약속한 이는 떠나가고,
가족이 밉고 또 내가 창피하고,
공부는 해야겠는데 돈을 벌어야 하고
그렇게 마주하기 싫은 치러야 할 일들이 내 앞에 거대한 산으로 남아 있던 때.
그렇게 사실 이 세상에 가장 흔하게 일어나고 별일 아닐 수도 있는 일, 그러나 실은 막상 나에게 벌어지면 너무 싫고 힘든 일, 그런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던 한 사람의 어떤 1년에 관한 이야기다.
미치지 않고서야 살 수 없는 때에 대하여
살다 보면 ‘미치지 않고서야’ 살 수 없을 때가 있다. 당장 둘러싸인 상황을 생각해보면 숨조차 쉬기 싫을 때도 있다.?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지만, 사실 털어놓는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을 때.? 그럴 때 사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피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그 시간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불평을 말하는 입을 잠시 닫고, 주변과 연락도 자제하고, 그저 저의 할 것들을 하며 조용히 실력을 기르는 일 말이다.
‘그는 붙고, 나는 떨어짐’을 어떻게 지혜롭게 견딜 수 있겠는가? 누군가 거듭된 실패와 낮아진 자존감으로 인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다면 이 책을 건내 주겠다.?공부하기 싫어 미칠 것 같은 이들에게도 건내겠다. 차라리 '미치는' 방식으로 한 번 그 시간을 견디고, 시간을 잘 흘려 보내주자고, 그래서 결국 아무도 대신 넘어주지 않을 그 벽을 기어이 넘어보자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담은 책이다.
“<너를 영어1등급으로 만들어주마>에 이어 영어교재를 내놓지 않고 이 산문집을 우리 출판사의 두 번째 책으로 내놓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교재들보다, 이 원고가 누군가에게는 더 많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외롭게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책을 만들겠다는 메리포핀스의 첫 번째 다짐을 이어갈 것입니다.”
19살 수능을 시작으로 1년이라는 ‘카운트 다운’을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대학 진학 이후에도 학점과, 취업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시험의 굴레. 해마다 수많은 청춘들은 ‘붙은 자’와 ‘떨어진 자’ 두 갈래로 나뉜다. 그리고 떨어진 자들의 선택지 역시 두 가지. 그만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거나, ‘끝장’을 보거나.
‘1년만 더 해볼게요’라는 말은 떨어진 자들의 대사다. 지금 출발해도 남들보다 이미 한 두살 혹은 몇 살까지도 늦어버린 이들. 그래도 끝장을 보지 않고서는 안되는 이들.
세상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1년, 그 무심한 네 번의 계절 동안 이들은 봄에 피는 꽃도 싫고, 여름에는 피서 가는 사람들도 싫고, 가을의 찬 공기는 두려운 시험 냄새, 그렇게 맞이한 겨울은 느린 기다림의 고통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책상에 앉아 지식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 ‘늦음’, ‘실패’, ‘도전’, ‘고독’.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먹고 자는 것이 허락되는 그 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까지 배우게 된다.
〈1년만 더 해볼게요〉는 작가 서림의 그 1년의 공부 기억을 담은 산문집이다. 공부도 사랑도 집안도 한 번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일들, 그 일들을 바꾸려면 열심히 하는 것 이상으로 아예 다른 흐름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바닥까지 낮아진 자존감, 하지만 더 내려갈 것이 없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중요한 시험을 볼 때마다 위경련이 나고, 시험 전날 잠이 오지 않아 울고 말았던 ‘유리멘탈’ 그녀의 마지막 도전, 그 네 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이제 모든 것들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경험한다.
“늦더라도 내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해”
가슴에 단단한 검을 하나 꽂고 새로 노를 젓기 시작하자, 그녀에게도 순풍이 불었다.
남들은 1년이 늦어졌다고 말하지만, 그 1년을 든든한 인생의 밑천으로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어디선가 외롭게 공부하는 이들을 위해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