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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시대

불신시대

  • 박경리
  • |
  • 문학과지성사
  • |
  • 2021-05-05 출간
  • |
  • 364페이지
  • |
  • 135 X 207 mm
  • |
  • ISBN 9788932038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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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전쟁 이후를 살아가는 여성의 빈곤, 수치, 폭력

하루살이처럼 위태롭고 서글픈 생활이었다. 그러나 그런 불안전한 생활 기반마저 두 달 전에 아주 잃어버리고 말았다. 실직을 한 것이다. 혜숙은 이렇게 궁해져도 도무지 기질만은 옛날과 같이 변하지 않는다. 아니꼽고 더러우면 팩하니 침 뱉고 돌아서버린다. 이러한 성질은 가난한 그를 더욱 가난하게 하였다. (「흑흑백백」)

총알이 오가는 전쟁만큼이나 두려운 것은 이후 끈덕지고 비루하게 이어지는 삶이었다. 전후에 씌어진 박경리의 자전적 소설들에는 특히 자존심 강한 여성이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려가는 동안 느껴야 했던 수치와 모멸이 생생하고 복합적으로 드러나 있다. 대표적으로 「흑흑백백」에서는 남편이 폭사하여 친정어머니와 딸을 부양해야 하는 ‘혜숙’이 구직 과정에서 겪는 편견과 치욕을 그려낸다. 학교 예산을 횡령할 뿐 아니라 한때 제자였던 유부녀 ‘황금순’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장 교장이 ‘혜숙’을 다른 이와 착각하여 문란한 여성이라고 낙인찍는 아이러니를 통해 남편 없는 여성의 경제 활동을 가로막던 다양한 차별의 시각을 꼬집었다.

젊은 중은 들고 온 그릇에다 영가 앞에 차린 음식을 조금씩 덜어놓는다. 나물, 떡, 자반, 과실, 그렇게 차례차례 손이 간다. 마침 먹음직스러운 약과에 손이 닿자 별안간 목탁을 치던 중이,
“그건 그만두구려!”
바락 소리를 지른다. (「불신시대」)

이번 중단편선에서는 실제로 박경리가 아들을 화장터에서 떠나보낸 날부터 집필했다고 알려진 「암흑시대」와, 그로부터 한 달여쯤 지나 죽은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종교에 절박하게 기대던 나날을 담은 「불신시대」도 연이어 실렸다. 작가는 돌발적인 사고로 머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 간 아들이 허망하게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반복적으로 톺으며, 뇌물 없이는 수혈조차 받을 기회가 없고, 명령과 책임 계통마저 분명치 않던 “그야말로 없는 놈에게는 병원이라기보다는 생지옥”(p. 84)이었던 1950년대 의료 시스템의 붕괴 현장을 낱낱이 보여준다. 더하여 신을 섬기고 망자를 추모하기보다는 경제적 이해타산에만 골몰한 종교 의식들을 경험하며 말 그대로의 ‘불신시대’에서 어떻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가 끈덕지게 질문한다.

낭만적 사랑, 혹은 환상

“그래 너는 사실만 가지고 따지는구나. 나를 냉혹하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좋다. 사실 지금까지 난 경구 씨에 대한 내 처사가 옳았고, 그른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내 감정이 모든 것을 포기한 그것뿐이야.”
“회인아 넌 너무 철없다. 넌 뭐라 해두 경구 씨 같은 사람 그리 흔하지 않아요, 난 어디까지나 현실적이야, 그까짓 말 몇 마디 가지구 그럴 것 없잖어? 더군다나 그가 지금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를 생각할 때.” (「계산」)

박경리의 데뷔작 「계산」에서는 실리적 수단으로서의 결혼을 거부하고 순수한 사랑을 지향하는 낭만적 시선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절대적 사랑을 꿈꾸며 약혼자를 떠나려 결심한 여성이 얼마나 절망적인 세태의 벽에 가로막히는가를 그려내며, 현실의 구차함과 이상주의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보여내어 그 균형감을 맞춘다.

“에이잉! 하필이면 일본 애한테, 일본 애하고 S한 조선 애는 전교에서 한 명도 없다. 넌 정말 엉뚱한 짓을 했구나. 그래 마지마 선생이 뭐래든?”
“네가 쓴 거냐고 묻더군. 편지엔 이름도 안 썼는데.”
“그야 글씨를 보면 당장 알지. 그 능구랭이가 모를라구? 그런데 어쩌다 들켰니? 그놈의 계집애가 갖다 바쳤을까?” (「환상의 시기」)

한편 작가 자신의 유년과 진주여고 시절을 재구성한 중편 「환상의 시기」는 이 책의 가장 큰 분량을 책임지고 있는 작품으로,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민이가 일본인 여학생 오가와 나오코에게 반하여 S교제를 청하면서도, ‘일본인’ ‘여학생’을 향한 감정을 부인해야 하는 수치심이 중첩되어 그 긴장감과 흡입력이 높아진다는 특장도 가지고 있다. 책임편집자 강지희는 이 소설이 그간 연구자들에게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국면 이후 식민지 시기의 기억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으면서도 역사적 의미를 찾기보단 사적 체험에 압도되었다 평가받은 점을 지적하며, 실은 이 작품이 “여학생들 사이에서 강렬한 밀도의 동성애적 친밀성을 다룬 소설로, 민족의 경계뿐만 아니라 이성애 정상성과 충돌하는 소설로서 새로 읽힐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비극을 딛고 예술로 향했던 고결한 여성의 일생

장대한 작품 세계를 이루어낸 생이었기에 하나로 단언될 수 없는 박경리의 삶과 소설이지만, 그의 여성 인물에게서 두루 엿보이는 꿋꿋한 생의 의지와 고고함은 작가의 정신을 닮아온 것이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박경리의 회고에서 반복되어 이야기된 “인생이 행복했으면 문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은, 부지불식간에 두 가족을 잃고 무너진 사회 안에서 여성으로서 분투하며 살았던 경험을 향해 있다. 오늘날 박경리를 읽는 일은 단지 과거의 일제강점기와 전후 시대상을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합리에 타협하지 않는 엄준함과 이상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을 배우고 자신의 삶에 녹여갈 계기를 맞는 마중물을 만나는 일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목차


일러두기

계산
흑흑백백
암흑시대
불신시대
벽지
환상의 시기
약으로도 못 고치는 병



작품 해설
환상 없는 밤의 시간 / 강지희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참고 문헌
기획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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