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맛있다!”
음식과 만난 영화, 영화로 기억하는 맛의 세계
<화양연화>에서 가장 황홀한 장면을 만드는 소재 중 하나는 ‘완탕면’이다. 홍콩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자, 현지인의 소울 푸드. 장만옥과 양조위가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교차하는 아련하고도 매혹적인 신. 영화의 테마 음악이, 흔들리는 국수통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감정을 고조시킬 때, 관능의 미장센은 정점에 이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은 그 자체로 캐릭터가 되고, 시절을 반영하며, 플롯을 뒤흔드는 복선으로 기능한다. 때론 짧은 장면에 등장하는 음식이 이야기 전체를 견인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평론가 백정우의 영화와 음식 이야기. 전작인 『영화, 도시를 캐스팅하다』에 이은 두 번째 ‘캐스팅’ 시리즈.
“영화, 이 맛에 본다. 인생, 이 맛에 산다.”
저자가 영화 속 음식에서 찾아낸 것은 결국 삶의 풍경이다. 영화는 삶을 반영하고 시대를 반영하며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다. 음식에는 만드는 이의 마음과 기운과 내면이 담긴다. 둘은 그래서 동색이다. 영화도 음식도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빠진 음식과 영화는 맛없고 재미도 없다.
〈강철비〉의 잔치국수에서 〈고령화 가족〉의 삼겹살구이까지, 분자 요리에서 육식에 관한 담론과 채식주의에 관한 이야기까지, 영화와 음식 사이를 종횡하며 20여 종의 음식 이야기를 맛깔나게 버무렸다. 저자의 이야기는 결국 먹는 것에 관한 근본적 사유이기도 하다. 삶에서 먹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고, 음식은 시절의 살림을 반영한다면서, 가장 사적이고 보편적인 ‘먹는 행복’에 소홀하지 말자는 저자의 당부가 의미심장하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은 단 한 번도 완탕면을 먹지 않는다. 국수통을 들고 나가서 담아 오기만 할 뿐. 왜 그랬을까?
‘식탁의 기쁨’과 ‘극장의 즐거움’을 함께 차려 놓은, 영화평론가 백정우의 미각 에세이에 초대한다. 맛있는 양념은 일러스트레이터 최진영의 위트 넘치는 그림들. 여기에 북디자이너 김은영의 정성스런 상차림이 식욕을 돋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