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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을 걷다

얼음 속을 걷다

  • 베르너헤어초크
  • |
  • 풍월당
  • |
  • 2021-04-20 출간
  • |
  • 160페이지
  • |
  • 122 X 188 mm
  • |
  • ISBN 9791189346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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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내가 걸어서 파리에 간다면 그녀는 죽지 않을 것이다
독특한 세계관을 지닌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그러나 1974년 11월에 독일 뮌헨에서 시작해서 한 달 뒤 파리에서 끝난 이 작은 사건만큼 기이한 일은 드물 것이다.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당시 독일 영화의 미래로 꼽히던 젊은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는 1974년 11월 23일에 긴급한 전화를 받는다. 대학생 때 만난 평생의 은사이자 전후 독일 영화의 정신적 지주인 로테 아이스너가 위독한 상태이니 어서 그가 입원한 파리의 병원으로 오라는 이야기였다. 서둘러 짐을 싸던 헤어초크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거나 계시를 받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곳 뮌헨에서 파리까지 걸어간다면 아이스너가 죽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짐과 돈만 챙긴 채 춥고 습한 중부 유럽의 겨울 한가운데를 뚫고 파리까지 걸어갔다. 이 책은 그가 이 기이한 여정 중에 육필로 남긴 기록을 거의 그대로 담은 것이다. 말 그대로 얼음 속을 걸어 파리로 향했던 이야기를.

몽상과 현실이 뒤섞인
어느 기이하고 아름다운 여행기

극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그저 이 스토리를 길게 늘여 담았다면, 예컨대 아이스너가 자신과 영화계에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영화와 삶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지에 관해 썼다면 이 책은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역사상 가장 광인에 가까운 인물을 꼽으라면 한손에 꼽을 수 있는 헤어초크의 일대기만 보더라도 이보다 더 극적이고 괴상한 사건은 여럿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이 도보 여행의 가장 기이한 점은 다음과 같다. 가장 이상한 일도, 가장 극적인 일도 아닌데 수십 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에게서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얼음 속을 걷다』에서 이 극적인 도입부는 방아쇠에 불과하다.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불꽃을 뿜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아직도 이 일화를 잊지 않는 이유는 이 방아쇠를 통해 급격히 타오르기 시작한 ‘광인’ 헤어초크의 내면을 만났기 때문이다.

베르너 헤어조크, 수수께끼의 전도사
2차 세계대전 이후 무너져 버린 독일 영화는 1970년대에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서 재건의 시기로 들어섰다. 바로 프랑스의 누벨 바그와 그들 자신의 ‘할아버지’인 독일 표현주의의 세례를 동시에 받은 젊은이들이 내보인 ‘뉴 저먼 시네마’였다. 이 새로운 물결 속에서 가장 앞서 나간 인물은 빛과 시를 함께 다룰 줄 아는 음유시인 빔 벤더스였다. 그러나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끌어 가던 또 한 명의 천재 베르너 헤어초크는 언어와 서사를 다루는 측면에서 빔 벤더스와 상반된 길을 갔다. 헤어초크는 언어적 측면, 즉 대사와 서사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는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특징이라 할 인과와 언어와 서사가 작동하지 않는 지점을 사랑했다. 그가 창조한 인물들은 설명할 수 없는 사건과 제어할 수 없는 열망(여기에는 심지어 권태도 포함돼 있다)으로 가득하고, 그렇게 원인 모를 신열에 들뜬 인물들은 애초에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거기에 있었던’ 주위 세계(자연, 빛, 그림자)에 둘러싸여 포위당한다. 격렬한 포효와 침묵으로 얼룩진 그의 초기 극영화들과 다큐멘터리들은 이처럼 인간적인 상식을 무너뜨리고 그 폐허 위에서 새로운 힘을, 이름조차 지을 수 없는 열망을 찾고자 한다. 이 열망은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 나옴 직한 광적인 구도자를 연상케 한다. 대체 헤어초크의 내면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길래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가? 『얼음 속을 걷다』는 그 내면을 드러내 보이고 독자를 그 폭풍 속으로 초대한다.

몽상과 기억과 풍경을 하나로 녹인 뜨거운 폭풍
『얼음 속을 걷다』는 평범한 도보 여행 일지일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고독 속에서 명명할 수 없는 내면의 열망을 관찰했던 헤어초크는 스스로 부여한 계시에 따라 떠난 이 여정 역시 내면의 열망을 통해 재구성한다. 한겨울 유럽 내륙의 숲과 산등성이를 돌파하는 그와 늘 함께 하는 것들은 세상의 종말을 묘사한 소설을 연상케 한다. 눈보라와 추위, 어디에나 존재하는 까마귀, 죽었거나 늙은 동식물들, 발과 사타구니의 통증…… 언어는 이 우울하고 어두운 존재들을 틈틈이 반복해서 묘사하다가 지쳐 쓰러진다. 그렇게 언어와 인과와 의미가 쓰러진 자리에 계시를 얻은 자들 특유의 비전(vision)이 출현한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몽상들이 현실을 점점 잠식하면서 독자는 헤어초크가 실제로 경험한 것과 그가 ‘본’ 것들을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비(非)의미의 뜨거운 폭풍 속으로 말려드는 것이다. 그 폭풍 속에 담긴 세계는 기이하게 아름답다. 커다란 개가 목줄에 매달린 주인의 시체를 끌고 산책을 나선다. 어떤 새들은 땅의 내부에서, 중력의 중심에서 솟아나온다. 바짝 붙어 달리는 두 화물차의 운전기사는 때로 서로의 차로 건너간다. 간호사는 바싹 마른 시체에게 수액을 공급한다. 고독하고 가난한 여자는 그에게 죽은 세 아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수조에 온갖 희귀한 생선을 담고 있지만, 그것들을 절대로 팔지 않는 생선 요리 가게가 있다.
『얼음 속을 걷다』는 그렇게 특별한 여행기다. 영화 역사상 가장 독특한 시선을 가진 감독이 실제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 작가들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모든 감각을 극대화시켜 세상을 녹여냈을 때, 독일의 한 영혼은 모든 즐거움을 유폐하고 스스로 택한 고난 속에서 목격한 환상과 계시로 세상을 재구축했다.
그간 폐허 위에서 다시 피어난 독일 영화 속에 어떤 특별한 피가 흐르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이 짧은 여행 일지는 단번에 그 피를 뿜어내는 심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 심장으로 향하는 여정은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울 만큼 괴이하고 피로하며 아름답다. 만약 육체의 고난 속에서 마음을 텅 비워 버리고 그 안에 예기치 못했던 생각과 이미지를 담는 게 도보 여행(혹은 순례)의 목적이라면,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도보 여행기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목차


서문

얼음 속을 걷다

후기를 대신하여
로테 아이스너에 대한 찬사
헬무트-코이트너 상 수상 축하 연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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