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해질녘 보랏빛

해질녘 보랏빛

  • 히구치 이치요
  • |
  • 궁리
  • |
  • 2021-04-12 출간
  • |
  • 264페이지
  • |
  • 142 X 210 mm
  • |
  • ISBN 9788958207115
판매가

13,000원

즉시할인가

11,700

배송비

2,3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11,7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여성들의 말없는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시대에
고결하고 단단한 문학의 목소리로 답하다
히구치 이치요가 살았던 메이지 시대는 국민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하던 격변기였으나, 사회는 아직 봉건제에 얽매여 있었고, 신분제는 철폐되었지만 빈부 격차가 여전했고 여성의 희생 위에 사회가 유지되고 있었다. 시민 세력의 남성들은 새롭게 얻은 사회적 지위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여성을 가정에 머무르게 했다. 물론 일부 전문직이나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직종(교사나 간호사)에서 일하는 여성이 극히 드물게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집 안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남성이 경제 활동을 통해 재산을 쌓으면, 여성들이 집 안에 머물며 살림을 하고 대를 이어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지켜줄 아들을 낳아 키워주기를 원했다. 히구치 이치요는 작품 속에서 여성들의 말없는 순종과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가부장제도 바깥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아픔을 작품에 섬세하게 녹여낸다.
히구치 이치요는 오빠와 아버지를 연이어 떠나보낸 후 열여섯 살에 호주가 되어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빨래와 바느질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다, 호구지책으로 요시와라 유곽 근처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유녀들의 삶과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키 재기」나 「흐린 강」 같은 작품 속으로 녹아들게 된다.
원래 농민이었던 이치요의 아버지는 사족(士族) 신분을 사서 도쿄부의 관리로 일했으나, 새로운 메이지 시대에 적응하려고 시작한 사업의 실패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급기야 집안이 망한 후 약혼자로부터 파혼을 당하면서 이치요는 결혼제도를 누구보다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결과 이치요의 작품은 결혼제도 안팎에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비애를 잘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그 모습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져 더욱 비통함이 느껴진다.

“열여섯, 열일곱까지는 꽃이야, 나비야, 귀하게 컸는데…” 쇼타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요즘 요시와라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읊조렸다.
“이제는 이 일이 익숙해져…” 하며 몇 번이고 노랫말을 되뇌며 걸어가는데, 늘 그렇듯이 셋타 소리가 높이 울렸다. 쇼타로의 작은 몸은 들뜬 사람들 틈에 섞여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인파에 밀려 요시와라 모퉁이까지 갔을 때, 유녀를 보살피는 아주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미도리가 보였다. -「키 재기」에서

차라리 그냥 돌아갈까? 돌아가서 다로 엄마라 불리며, 그냥 하라다의 사모님으로 살까? 부모님은 주임관 사위를 자랑할 수 있고, 나만 절약하면 가끔 입에 맞는 음식이나 용돈도 드릴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생각대로 이혼하면 다로는 계모 밑에서 고생해야 하고, 부모님은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세우고 있던 콧대가 푹 꺾일 거야. 그리고 동생의 앞날은… 아아, 이 한몸 살겠다는 마음으로 그 애의 출세 길을 막아선 안 돼. 돌아갈까? 돌아가야겠지? 그 악마 같은 남편에게 돌아가야겠지?” -「열사흘밤」에서

체념하는 비애의 감정에서, 다른 선택을 향한 기대까지
히구치 이치요 대표작과 일기 선집
「키 재기」는 요시와라 유곽 근처에 사는 어린아이들의 성장기를 통해 가난한 서민과 유녀의 삶을 더욱 비통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흐린 강」은 강한 자의식을 가진 유녀 리키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려 보인다. 「열사흘밤」은 결혼제도에 갇혀 자신의 감정도 생각도 억눌러야 하는 여성의 아픔을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며, 「가는 구름」은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는 삶의 애처로움과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섣달그믐」과 「해질녘 보랏빛」은 기존의 작품과 다른 결을 담아내는데, 두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해질녘 보랏빛」은 이치요가 스물네 살 나이에 요절하면서 영원히 미완으로 남게 되었지만, 그 자체만으로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다.
책의 말미에 수록된 「달과 꽃과 먼지의 일기」는 히구치 이치요가 소설가이자 아사히 신문 기자 나카라이 도스이에게 소설 지도를 받기 시작한 이후의 일기 중 몇 편을 간추린 것이다. 도스이에 대한 내밀한 감정의 흔들림뿐 아니라 가난한 작가로서 직업에 대해 느끼는 회의, 여성 작가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대한 불편함까지 담고 있어 히구치 이치요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다.
히구치 이치요의 작품들은 대화문이나 문단 구분이 없는 19세기 일본어로 쓰여 있다.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어 직역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독자들에게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하는 데 주력하여 작업했다.

아내는 가던 길을 되돌아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밤바람이 불어 차갑게 온몸을 스쳤고, 한바탕 꿈같던 생각들은 또다시 바람에 날리듯 사라졌다. ‘아니야, 그처럼 마음 약한 쪽으로 끌려가선 안 돼. 처음 그 집에 시집갈 때부터 도지로를 남편으로 생각하지 않았어. 이제 와서 새삼스레 무슨 의리를 찾는 걸까.’ 아내는 두건 위로 귀를 누르며 걸음을 재촉했다. -「해질녘 보랏빛」에서

말없는 달과 꽃의 목소리가 되고 싶었던
작가가 남긴 시대의 고전
가난과 생의 고단함 속에서도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작가 히구치 이치요는 어머니와 함께 요시와라 근처에서 1년가량 운영했던 잡화점을 문 닫고 집필에 집중한다. “나는 하루의 편안함을 탐내느라 백 년 후를 근심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일기에 쓰고 나서 얼마 후였다. 그 후 ‘기적의 14개월’ 동안 「키 재기」, 「흐린 강」 등의 수작을 발표하였고, 스물네 살의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가 남긴 작품은 진흙탕 같은 이 세상을 온몸으로 아파하며 쓴 글이라 쉬이 읽을 수 없다. 히구치 이치요는 당대 문단이 단지 자신을 ‘여성’ 작가인 것에만 흥미로워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여전히 소외된 사람들과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해야 하는 지금, 히구치 이치요의 작품이 오래전 고전으로만 읽혀서는 안 된다는 점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장맛비와 까마귀가 한동안 울어대는 소리에 선잠의 꿈에서 깼다. 방금 꾸었던 꿈속에서는 내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그것을 그대로 이해해주어 기뻤다. 꿈을 깨니 다시 이 세상의 나로 돌아와 있었다. 이곳에선 입 밖에 내면 안 될 일과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연이 꽤나 많다. -「달과 꽃과 먼지의 일기」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여온 여성 작가들의
품격 있고 당당한 행진, 에디션F 시리즈!

그 여자가 온다.
사슬을 끊고 감옥을 벗어나서
왕관을 벗고 영광을 걷어차고서
그저 살아 숨 쉬는 사람으로 온다.
-샬럿 퍼킨스 길먼

에디션F 시리즈는 주제와 작가들을 좀더 세심하게 나누어 궁리출판만의 색깔 있는 문학선집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에디션F의 ‘F’는 ‘feminism, female, friendship’을 상징합니다. 이 시리즈는 여성 작가가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작품들을 골라 여성 번역가가 작업을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에디션 F 01 『내가 깨어났을 때』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3부작 1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임현정 옮김

에디션 F 02 『허랜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3부작 2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임현정 옮김

에디션 F 05 『제인의 임무』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가 이디스 워튼 단편선
이디스 워튼 지음 | 정주연 옮김

에디션 F 06 『가든 파티』 20세기 단편문학의 정수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 정주연 옮김

에디션 F 08 『해질녘 보랏빛』 일본 근대 문학의 선구자 히구치 이치요 작품선
히구치 이치요 지음 | 유윤한 옮김
(계속 출간됩니다.)


목차


섣달그믐ㆍ7
키 재기ㆍ31
흐린 강ㆍ101
열사흘밤ㆍ149
가는 구름ㆍ175
해질녘 보랏빛ㆍ195
달과 꽃과 먼지의 일기ㆍ201

옮긴이의 말ㆍ247
수록 작품의 원제명ㆍ256
히구치 이치요가 걸어온 길ㆍ257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1800-7327
교환/반품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11 1층 / (주)북채널 / 전화 : 1800-7327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