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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s 지금 여기

Heavens 지금 여기

  • 백동흠
  • |
  • 에세이문학출판부
  • |
  • 2021-03-20 출간
  • |
  • 288페이지
  • |
  • 151 X 211 X 17 mm /400g
  • |
  • ISBN 9791190629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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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뉴질랜드 작가 백동흠”은 고국에서 자동차 설계와 연구 일에 13년을 매진하던 중 1993년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 19년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대형 모범택시를 운전했다.
백동흠은 자신이 몰던 택시를 “나만의 도서관”이라 말한다. 4,000cc포드 팔콘 시리즈와 홀덴 코모도에 걸쳐 다섯 대를 몰면서 지구 한 바퀴 4만 킬로미터를 스물다섯 번, 100만 킬로미터쯤 뛰었다. 뉴질랜드 사람은 물론 전 세계 비즈니스맨과 여행자를 다 태웠으며 언어가 다른 각국 사람들, 방언을 들어가며 어깨 옆에서 이야길 나눴다. 남녀노소, 희로애락, 각양각색, 천차만별의 세상을 다 섭렵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고유한 책이었다. 얼추 십만여 권을 읽었을 것이다.
그가 목적지에 손님을 태워다 주면서 인생도 세월도 함께 실어 나르며, 좁은 택시 안에서 벌어지는 별별 이야기들을 가슴에 담아두었다. 손님 중 일부는 전율케 하는 감동으로 아름다운 인생길을 알려줬고, 또 다른 손님은 극한 안타까움을 주어 어려운 이를 헤아리게 되었다. 그렇게 감동과 안타까움 속에 어우러지며 20여 년을 보냈고, 그것들은 밑거름이 되어 그의 인생을 비옥하게 했다. 그 보석들이《Heavens 지금 여기》이라는 꿰어 한 권의 수필집으로 꿰어졌다.
작가 백동흠의 눈길이 향하는 곳엔 언제나 감성이 따라다닌다.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풀어놓다가도, 한편 인생 의미 찾기의 가장 인간다운 몸짓을 담아낸 그의 작품들을 읽으며 작은 위안을 얻기 바란다.

가끔 한 마디라도 우리말을 하는 손님을 태울 때면 그렇게 친근할 수가 없다. 남미에서 왔다는 젊은이들을 쇼핑몰에서 태웠을 때 경험도 특이했다. 그들이 이곳에 유학을 와서 한국 유학생과 기숙사를 함께 썼다고 했다. 그 영향으로 한국어를 익혀서인지 기본적인 말은 곧잘 했다. 아들 또래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자식 둔 아버지 마음에 잘해주고 싶어 꽤 신경을 써줬다. 처음에는 잘한다고 칭찬해주다가 나중에는 까무러치게 놀랐다. xx! 같은 비속어나 욕을 서슴없이 해댔다. 큰일이었다. 그런 말을 쉽게 알려준 한국 젊은이를 찾아 야단칠 수도 없고 참 난처했다. 나쁜 말인 줄도 모르고 불쑥 내지르는 외국 젊은이들을 나무라기도 뭐했다. 그런 말은 F-word(fuck을 대신해서 쓰는 욕설)이니 사용하면 안 좋다고 타일러주었다. 쑥스러웠던지 눈을 말똥거리며 모호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쇼핑한 물품과 상자를 기숙사에 내려주자, 나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 말이 친구에게나 하는 반말인지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내뱉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가!
-〈깬~니~프〉 중에서
(2017년 제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대상 수상작)

성경 맨 처음 말씀이 눈에 어렸다.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s and the Earth. 특히 Heavens에 밑줄을 그었다.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키위 신부님으로부터 영어 성경을 배울 때 들었던 단어다. 히브리 원전에 Heavens는 Now and Here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런즉 태초부터 하늘나라는 곧 지금 여기다.
어머니는 Heavens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신다.
‘어머니, 이제 편히 쉬셔요. 아버지와 함께 하늘나라에서 잘 계셔요. +’
-〈Heavens 지금 여기〉 중에서

나 역시 택시 운전을 하면서도 사람 쬐는 시간이 좋은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손짓하지 않아도 좋은 풍경을 보면, 잠시 주춤하고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편안한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생각이 넘나드는 시간은 평화롭다. 파도가 해변을 따라 밀려왔다 스러지듯 생각이 밀려가고 밀려온다. 나는 몰라도 누군가는 날 보고 위안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도 몰래 어느 누군가의 그림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계가 겨울 속으로 기울어간다. 동그랗게 말린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땅바닥에 스르르 뒹군다.
문득 공감할 수 있는 세상사, 이야깃거리가 성큼 걸어온다. 추억을 불러주는 풍경 이야기를 들어준다. 상상만 해도 편안하고 고맙다. 내 젖은 영혼이 꿈틀댄다. 그리움을 달래며 먼발치 하늘에 희망을 띄워 흰 구름에 흘려보낸다. 상상 속에 나래가 가볍게 하늘로 활개를 친다.
춥고 외롭고 힘들 때, ‘사람만 한 난로가 없다.’고 한다. 마음이 추울 때는 사람을 쬐어야 한다. 햇살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는 것도 사람을 쬐는 일이다. 어깨 위에 따사한 기운이 흘러내린다.
-〈사람만 한 난로가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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