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플랫폼에 모습을 드러낸 열차.
밤새도록 설레어 잠 못 들던 그는 기어이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도시의 적막한 풍경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는 사이,
그의 시선은 여기 없는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당신’은 그의 내면을 송두리째 차지하고 있지만
이다지도 애틋하게, 그가 ‘당신’에게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요?
열차가 도시를 빠져나와 고요한 산과 들로 천천히 나아가면
가지 많은 나무들과 살며시 잎사귀를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바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잔가지 위에 돋아난 연둣빛 새싹들을 오가며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당신’을 향한 설렘과 기대로 두근거리던 그의 마음은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평온한 마음도 잠시, 저 앞에 터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서히 열차를 집어삼키는 터널, 어둠 속으로 빨려든 그에게 두려움이 소용돌이칩니다.
이렇게나 간절히, 그가 ‘당신’에게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요?
같은 물음이 그를 뒤흔듭니다. 머릿속이 뒤엉키고 순식간에 무거운 고독이 내려앉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어두운 터널은 이내 지나갈 테니까요.
밝고 환한 사과꽃이 선물처럼 흩날립니다.
환희에 찬 밝은 빛, 이것이 바로 터널의 결말입니다.
이렇게, ‘당신’을 향해 가는 여정을 통해서 그는 한결 여유롭고 단단해집니다.
열매 맺을 준비로 뒤늦게 피어난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처럼 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은 바로 확신에 찬 그의 마음입니다.
여러분의 ‘당신’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