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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 양창모
  • |
  • 한겨레출판사
  • |
  • 2021-04-05 출간
  • |
  • 288페이지
  • |
  • 준비중
  • |
  • ISBN 979116040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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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좁은 길과 높은 언덕 넘어
질병 아닌 ‘사람’을 만나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환자와 의사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 안에 들어서면 누가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닌데 금방 얘기를 끝내고 나가줘야 할 것 같다. 의사는 좀처럼 환자의 얼굴을 보고 말하지 않는다. 환자보다 모니터의 차트와 사진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더 많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짧은 진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왕진을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환자는 ‘한 사람’으로 자신의 삶 속에 앉아 있다.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 하나만 눈에 들어와도 그는 이미 특정 질환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 의사에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과잉 진료나 3분 진료가 불가능하다. 왕진이 환자의 입장에서도 물론 필요하지만 의사에게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왕진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 진료실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절대 같은 의사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90쪽)
이 책의 1부 ‘찾아가야 보이는 세계’는 그 왕진이라는 경험이 알려준 ‘진료실 너머’에 관한 기록이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는 여든의 노인이 고작 ‘멀미’ 때문에 몇 년째 병원을 못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말로만 들었을 때는 의아했지만, 높은 고개를 넘어 실타래처럼 꾸불꾸불한 길을 지나다 속이 울렁거려 차를 잠시 세우고 나서야 저자는 노인을 이해하게 된다. 당뇨에 중풍, 치매까지 동반된 남편에게 아침저녁으로 인슐린 주사를 놔줘야 하는 아내는 눈이 침침해 주사기의 단위를 읽을 수 없고, 결국 저자는 이 노부부의 이웃에 사는 다른 당뇨 환자에게 할아버지의 주사를 부탁하고 나온다. 굳어진 무릎 관절 탓에 몇 년간 바깥 구경 한 번을 못한 할머니의 골방엔 지린내를 없앤다고 자식들이 갖다 놓은 숯이 덩그러니 있다. 이러한 삶의 맥락 속에 놓여 있는 환자를 의사가 그저 모니터 안의 차트가 말해주는 ‘질환’으로 치환하기는 어렵다.

“마을 주민들 간의 관계가 어떤지는 통증 주사를 놓아보면 대번에 안다. 통증 주사를 맞고 있던 신 할머니가 그런다. ‘여기 옆집 송 씨도 허리가 아파서 애를 쓰잖아. 허리 아프다면서 일을 할 건 다 해.’ 거기를 가보란 얘기다. 송 할머니 집에 가면 또 그런다. ‘이 위에 윤 씨 있잖아. 그이가 그렇게 무릎이 아픈가벼.’ (…) 서로가 서로를 돌봐준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_42쪽


‘의사 놈들’과 ‘의사 선생님’ 사이
어른거리는 얼굴들

저자가 의사 생활 내내 왕진만 했던 것은 아니다. 2부 ‘어른거리는 얼굴들’에서는 평범한 봉직의로 일하는 동안 마주쳤던 사람들, 고민했던 문제들, ‘의사 놈들’과 ‘의사 선생님’ 사이의 후회와 반성이 때론 격렬하게, 때론 담담하게 그려진다. “2분마다 환자가 들어오는 곳에서 정성 어린 진료를 하려면 인공지능 수준의 판단력과 부처님 수준의 마인드 컨트롤이 동시에 가능해야 한다”(118쪽)고 저자는 말한다. 좋은 의사가 되려는 마음과 달리 한국 사회의 의료 현실은 그를 차갑게 시험한다. 진료실 밖에 환자들이 밀려 있을 때면 당장 앞에 있는 환자를 빨리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며 그는 괴로워한다. ‘의사로서 정말 이게 바닥일까.’ 하지만 그에겐 ‘어른거리는 얼굴들’이 있었다. 아직 냉기가 가시지 않은 봄 산에 올라가 직접 딴 나물을 건네주는 할아버지의 딱딱한 손, 새벽부터 개천 주차장 구석에서 야채를 팔다 병원 문 열자마자 약을 타러 와서는 얼른 가봐야 한다고 재촉하는 할머니의 빠듯한 하루, 오르막길에서 당신 몸보다 더 큰 리어카를 두고 어찌할지 몰라 하는 노인들이 병원까지 걸어왔을 시간…. 저마다 고단한 삶을 살아내려 애쓰며 아픈 몸을 다독이는 이웃들의 풍경은 ‘좋은 의사가 되려면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고 마음먹게 만든다.
처음 의사 생활을 시작한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의 이야기도 나온다. 동문 모임에 가서 의료생협에서 일한다고 하면 “그게 뭔데요?”라는 시큰둥한 반응들이지만, 동일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받는 것의 절반도 안 되는 월급으로 일한다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된다. 차로 한 시간 넘는 거리를 일부러 찾아와 통증 치료를 받는 노부부가 복숭아를 보내줬다는 이야기에는 무반응이었던 이들이 갑자기 저자를 존경하는 듯 바라보는 것이다. 돈이 지배하는 병원이 싫어서 시작하게 된 일에 대한 가치도 돈으로 저울질되는 아이러니.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뜻’ 이전에 물질로 교환되기 어려운 행복으로 지탱된다는 걸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그리고 3년 후 원주의료생협은 전국에서 동일 질환으로 처방하는 약의 개수가 가장 적은 상위 5퍼센트 병원에 든다. ‘어른거리는 얼굴들’을 보지 못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인 것은 분명하다. 열은 떨어져야 하고 기침은 줄어야 하고 산소 수치는 정상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진료실 안에서 내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환자로서만 있는 것이 아니듯 진료실 안에서 나 또한 의사로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픈 사람과, 그 아픈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또 한 사람이 진료실 안에 함께 있는 것이다. 그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질환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때론 그 상호작용이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환자에게 더 큰 의미가 되고 그럼으로써 의사 본인도 큰 의미를 갖게 되기도 한다.”_180쪽


세상의 중심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 고통, 보이지 않는 세계 쪽으로 움직여온 저자의 삶은 ‘공고한 엘리트ㆍ기득권 계층’이라는 의사에 대한 세간의 관념을 깨뜨린다. “환자들은 진료실을 나가도 환자로서의 삶이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의사의 역할은 진료실을 나가는 순간 끝나는 걸까.”(284쪽) 지금 여기의 공동체에 던지는 저자의 근본적인 질문은 3부 ‘우리를 마중하는 세계’에서 더 명료해진다. 사회적 고통에 대한 태도는 그 사회 자체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그는 말한다. 아픈 사람이 움직일 때 통증이 일어나는 부위에 온 신경을 집중하듯이 사회가 변화의 방향을 정할 때는 그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논쟁의 중심이 됐던 의사 파업과 의대생들의 고시 거부, 지역의사제 공론화 등을 바라보며 저자는 ‘밥그릇 싸움’ 이후의 시간에 대해 묻는다. 국가와 의료의 본질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 힘이 시민들의 건강에 고스란히 연결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목소리를 던진다.

“공공의료의 결여가 누군가에게는 추상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고통이다. (…) 지난 수년 동안 할머니의 집을 방문한 사람은 최근의 나를 제외하면 딱 두 사람뿐이었다. 요양보호사와 이상한 사람(병원 브로커로 의심되는 그는 원하지도 않는 한의원 진료를 보게 해서 할머니를 화나게 만들었다). 행정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여기에 와서 현장을 보는 일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골집에 갇혀 누워 있는 분들의 목소리는 결코 복지 공무원의 책상머리까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_219~220쪽

한 사람의 건강을 넘어 한 사회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찾아 나서는 저자의 일상은 시민사회 곳곳으로 넓어지는 동시에 ‘가장 아픈 곳’으로 수렴되기를 반복한다. 생활방사능 문제로 시청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고, 골프장 반대 농성을 위해 도청 앞에서 밤새 천막을 지킨다. 아파트 동대표에 홀로 입후보해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최저임금 문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의사의 길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그는 막다른 골목에 낙심하다 이웃의 손길 하나에 다시 일어서고, 또다시 한계를 실감하는 순간 슬픔에 잠기다가도 ‘마음이 있으면 길은 보인다’고 믿으며 왕진가방을 챙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웅크린 아픔이 있듯 보이지 않는 마을에 이런 의사가 있다. 사랑이니 휴머니즘이니 하는 것들이 떠나간 듯한 시대,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는 사랑과 인간을 믿는 한 의사가 ‘평범한 이웃들’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다.


목차


600회가 넘게 어르신들의 집 문지방을 넘나들며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목 디스크로 팔이 저린 김 할머니의 침실에서 너무 낮은 베개를 보았을 때, 허리 디스크로 다리를 들 수조차 없던 박 할아버지가 앉은뱅이 밥상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 식사하는 걸 보았을 때, 무릎 관절염으로 오전에 통증주사를 맞고 온 송 할머니가 쪼그려 앉아 방에 걸레질하는 걸 보았을 때 어르신들에게는 ‘집이 곧 병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_13쪽

처음 시내 인근 지역으로 왕진을 갔을 때는 그래도 집의 형태를 갖고 사는 분들을 만났다. 방으로 들어가는 번듯한 문도 있고 창문도 있고 간소하지만 부엌도 있는 그런 집. 시내에서 멀어질수록 방과 방의 경계선이 점점 사라졌다. 여기가 안방인지 부엌인지 거실인지 알 수 없었다. 먹다 남은 찬거리와 음식들이 펼쳐놓은 이부자리 옆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다가 집과 집 아닌 것의 경계선도 점점 사라졌다. 멀리서 보면 집인데 가까이서 보니 움막이었던 곳도 있었고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분들도 만났다. 컨테이너 옆에 간이 천막을 쳐놓고 부엌 대용으로 쓰고 있었다. 장마가 끝나고 한여름이 되면 땡볕에 데워질 컨테이너 안이 벌써부터 걱정스러웠다. 그러다 마지막엔 제발 컨테이너라도 하나 장만하시라고 권유해드리고 싶은 할아버지를 만났다. 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비닐 포대 더미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곳이었다._52~53쪽

최 실장이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빈곤층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병원 직원들이 빈곤층’이라고. 백만 원 월급으로 네 식구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부터 파산 신청을 한 사람까지. 하지만 그 말을 하고 있는 최 실장도 병원에서 겨우 교통비나 타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누군가 귀띔해줬다. (…) 돈 없는 환자에 돈 없는 병원.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나는 내게 물었다. 만약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길어져서 입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감당할 수 있는가.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수술을 못할 것 같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릴 용기도 없기는 마찬가지였다._69쪽

진료실에서 나는 환자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질환과 마주한다. 질환이라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에게 질문하고 청진하고 촉진하며 그것의 정체를 밝히는 데만 집중한다. 정체를 밝히는 데 성공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간혹 실패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 실패에서 ‘사람’을 궁금해하지는 않는다. 궁금해할 여력도 없다. 진료실이라는 창백한 멸균 공간에 환자가 들어올 때 그는 자신의 맥락을 모두 버리고 들어온다.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곳에서 살고 무엇을 하는지와 같은 삶의 맥락은 진료실에 들어온 순간 모두 사라진다. 모든 것이 마술처럼 사라지고 오직 한 가지, ‘증상’만 남는다._88~89쪽

촘촘히 싸놓은 신문지를 열어보니 산나물이었다. “양이 얼마 안 돼서 병원 직원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할 수가 없어갖고 병원에 못 들어가고 원장님을 밖에서 기다린 거야.”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밖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리셨다 한다. “이 귀한 걸 왜 저에게….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께 거듭 인사하고 헤어져 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에 타려는데 멀찍이서 할아버지가 낡은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내가 가는 걸 지켜보고 계셨다. 너무 오래돼서 제대로 갈 수나 있을까 싶은 녹슨 자전거는 엔진을 장착한 상태라 그나마 가동이 가능한 듯 보였다. 갑자기 내 차가 낯설어졌다._130~131쪽

할아버지가 진료실을 나가면서 말씀하셨다. “그런데 내 가슴이 여자처럼 나와서 대학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다시 들어오시게 해서 확인해보니 여성형유방(gynecomastia)이었다. 이미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치료제(타목시펜)도 처방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남자의 가슴이 여성처럼 나오는 경우,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약물이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전의 약들을 그대로 복용하고 있었다. 복용하는 약을 모두 가져오도록 했다. 여성형유방을 유발하는 약품 목록과 일일이 대조해보면서 원인이 될 만한 약들을 빼고 대체약을 처방했다. 시간을 보니 20분이 넘게 걸렸다. (…) 아마도 할아버지를 위한 20분 진료가 허락되지 않았을 대학병원은 약 부작용을 약으로 치료하려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실력 없는 의사보다도 시간 없는 의사가 더 많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처럼 시간이 많은 의사도 필요하다._162~163쪽

가래가 차서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의 가래 흡인을 부탁해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던 간호사. 생명징후가 흔들리고 산소포화도가 9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던 당직 의사. 호흡이 불규칙했던 아버지에게 다가가 청진을 해보거나 맥을 짚어주었더라면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의사에게 돌봄을 받고 있다 느끼고 가셨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그런 의사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나서야 장의사처럼 나타나서 사망 선고를 하고 가버렸다는 전공의. 그는 결국 그런 수련 과정을 통해 무엇을 체득하게 될까._181쪽

‘3, ·8, ·12, ·4, 9’ ‘5, ·11, ·4, ·9, 2’. 달력의 큼지막한 날짜 앞에는 알 수 없는 숫자가 깨알처럼 쓰여 있었다. 30년 넘게 당뇨를 앓아오신 김 할아버지는 콩팥 기능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하지 마비 상태였다.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 혼자 할아버지 병 수발을 몇 년째 해오고 계셨다. 임대아파트에 두 분만 덩그러니 살고 계셨다. “할머니, 달력의 저 숫자가 무슨 뜻이에요?” “할아버지 그린비아 드신 시간이요.” 그린비아는 밥을 넘기지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드리는 캔으로 된 유동식이다. “그럼 숫자 앞의 점은 뭐예요?” “그때 혈당 쟀다는 표시요.”_205쪽

병원 진료가 예약된 날은 아침 일찍 콜밴을 부르고 요양보호사가 오면 나갈 준비를 한다. 요양보호사는 할머니를 업어 콜밴에 옮겨 태운다. 할머니의 뼈는 귀한 도자기나 다름없다. 옮기다가 조금이라도 부딪히면 바로 골절된다. 오죽하면 다리를 주물러드리고 싶어도 뼈가 부러질까 봐 못 한다고 요양보호사가 얘기할까. 대학병원에 도착하면 이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휠체어로 옮겨 탄다. 순환기내과에 갔다가 3분 진료, 내분비내과에 가서 또 한참을 기다려 3분, 다시 정형외과에 가서 또 3분, 그렇게 몇 분짜리 진료를 보기 위해 하루를 다 쓴다._ 218~219쪽

대학병원에 인턴 수급이 되지 않았을 때 어떤 파국적 상황이 벌어지는지 누구보다도 의대생들이 잘 알고 있다. 의대생들이 승리를 자신했던 것은 그들 스스로, 의료가 공공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 의사들의 힘은 의료의 공공성에서 온다. 아무나 의사가 될 수 없어서 의사가 힘이 있는 게 아니다. 모두가 의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의사들에게 힘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가 의사들에게 군 입대를 공중보건의로 대체할 수 있게 허용한 것도, 의대생들이 의사고시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도 공공의료에서 일할 단 한 명의 의사가 아쉽기 때문이다._228쪽

나는 ‘의사 놈들’이 될 수도 있고 ‘의사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아무런 접촉이 일어나지 않는 세계 속에 갇혀서 오직 자신의 욕망, 자신의 고민만 들여다보는 사람. 그것이 내가 있었던 의사들의 세계다. 진료실은 의사를 자폐적 세계에 가둔다. 타인의 고통에 누구보다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둔감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에 가능해진다. 왕진을 갈수록 의사들의 진료실을 혁파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진료실이란 공간은 단순히 환자를 증상의 덩어리로 보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 하여금 환자들의 삶에 눈을 감게 만드는 눈가리개 역할도 한다._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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