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 이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늘도 신림동 고시촌 및 대학 고시반에서는 5급 공채(고시)를 준비하는 수많은 수험생들이 있습니다. 수험생들은 합격이라는 희망 하나로 좁은 고시원, 원룸을 터잡아 조금이나마 식사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고시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학업에 정진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군 전역 이후 늦은 나이에 고시촌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험은 마음같지 않았습니다.
먼저 1차시험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1차시험인 PSAT을 잘못 준비한 탓에 1차시험을 연이어 탈락하였습니다. 다만, 연이은 탈락 속에 어떻게 1차 시험을 준비하면 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1차 시험을 어떻게 보면 되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다행히 1차 관문은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고비가 있었습니다. ‘행시의 꽃’이라 불리는 2차 시험이 있었던 것입니다. 1차 시험은 즉흥적인 상황판단 능력과 순발력이 중요하였다면, 2차 시험은 본격적으로 5개의 이론과목들을 공부하여야 하고 이들 과목들의 주요 이론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글을 10페이지씩 써야 하는 시험입니다. 과거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의 현대판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면접의 중요성이 높지 않았던 예전에는 2차 시험까지만 합격하면 최종 합격으로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
이 2차 시험에서 3번의 낙방을 하였습니다. 군 제대 이후 정말 오랜기간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고, 교과서도 수없이 반복해서 읽어봤다고 자부하였지만 결과는 낙방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공부가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였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런데 한번 떨어지고, 두 번째 떨어지고, 세 번째 떨어지면서 뭔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시험 준비를 잘못된 방향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열심히 공부했는지와 어떠한 답안을 쓰는 지는 정말로 다른 것이며, 수험생 입장에서 성실하게 오래 공부한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실력과 노력은 오직 답안으로만 평가되며 합격할 수 있는 답안을 써야만 합격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즉,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글쓰기 능력, 그리고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른 공부보다 더 중요했었습니다.
‘이론과 내용을 많이 아는 것보다 문제와 출제의도에 맞는 답안을 쓰는게 더 중요하다’, ‘많이 아는 것보다 답안을 쓸 만큼만 알면 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차 시험을 준비하게 되면서 공부분량도 크게 줄어들었고 시험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2차 점수도 어느정도 안정권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어떤 수험생은 짧은 수험기간 안에 합격을 할 수 있었는지, 같은 학원강의를 듣고 누구는 고득점을 받고 누구는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해에는 준비기간이 매우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공부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수험기간 내내 제게 이 점을 알려주는 사함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2차 시험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글쓰기’의 방법과 이에 기반한 공부방법은 수차례 시험에 탈락하면서 혼자 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고시의 길. 그 어둠 속에서 어떻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지 모르고 헤매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5년이라는 시간을 바쳤지만 지금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합격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시간을 절약하고 하루, 일년이라도 일찍 국가와 사회의 든든한 일꾼이 되어 공익에 기여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2차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않는 것이 단지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수험생들이 알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전략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행시 시험중 2차 시험에서 중요한 글쓰기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글쓰기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최대한 자세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읽고 목차를 구성하고 답안을 작성하는 제 사고방식과 글의 흐름들을 수험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표현과 구성에 신경을 썼습니다. 다만, 실제 시험을 본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으며 중간중간 틈틈히 시간날 때 글을 썼기 때문에 오류나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 부분 감안해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고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쓰는 와중에 태어나 준 이쁜 아기와, 힘든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