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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프리미엄

교육 프리미엄

  • 김창환 ,변수용
  • |
  • 박영스토리
  • |
  • 2021-03-15 출간
  • |
  • 240페이지
  • |
  • 규격外
  • |
  • ISBN 97911651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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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한국학 총서 서문: 한국의 교육과 사회이동

최근 들어서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이동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부모 세대와 다른 직업과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부모세대보다 더 좋은 직업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한국 사회의 오래된 가치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관에 대하여 비판적인 인식도 많다. 자녀의 직업과 지위는 개인적 노력보다는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 재산 등 다양한 가정배경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회이동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며 불평등구조는 더욱 고착화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이동의 계층사다리가 사라졌다” 혹은 “사회적 지위향상의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주장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다.
또한 사회이동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때 자주 등장하는 문제는 교육의 사회이동 효과이다. 소수의 집단만이 교육을 받는 전통사회와 달리, 현대 한국사회는 최소한 초·중등학교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전 국민에게 동등하게 제공해 왔으며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교육기회를 활용하여 좋은 일자리를 선택하고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교육은 현대적 사회계층 이동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한국사회에서 교육열이 높고 명문대학 진학 욕구가 강한 것은 이러한 사회이동의 순기능적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교육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교육을 통한 사회이동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가정배경이나 거주지역에 따라서 더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달라지며,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 재산 정도 등이 자녀의 명문 학교 진학률,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직업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학력층 청년세대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됨에 따라서 고등교육이 사회적 지위형성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혹은 교육을 통한 세대 간 사회이동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교육과 사회이동은 교육기회 확대와 사회구조 변화를 경험한 많은 국가에서도 주요 관심사항이다. 학자들은 부모·자녀 세대 간 직업지위의 연관성 혹은 교육기회 확대에 따른 사회이동 결과 등을 분석하고 국가·시기별 사회이동의 개방성 혹은 폐쇄성에 대해서 다양한 결론을 제시하였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으나, 이들의 연구에서도 단일한 결론이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 사회이동에 대한 학계의 논의를 고려할 때, 한국사회의 사례를 연구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교육팽창 경험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예외적인 사례이다. 근대적 교육제도를 도입한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도 대부분 교육기회를 확대해 왔으나, 한국은 이러한 국가보다 더 빠른 속도의 교육팽창을 경험한 바 있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고등교육 이수자가 가장 많고 여성의 고학력화 경향이 매우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러한 교육팽창은 ‘고도성장’ 혹은 ‘압축성장’으로 지칭되는 역동적인 사회변동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해방 후 산업화가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시기,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고도성장기, ‘IMF위기’로 상징되는 경제위기 시기, 세계화와 정보화의 흐름이 본격화된 시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시기별로 다른 특징을 나타내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경험하였으며 교육팽창도 이러한 거시적 변화의 흐름에서 나타났다. 각 시대별로 인구구조, 직업구조, 교육제도, 노동시장 작동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변화하면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교육성취 정도가 변화하였고 사회이동의 형태와 가능성도 시기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사회이동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이 주제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사회이동 가능성과 교육의 사회이동 효과 등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의 사회이동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하였으며, 최근 들어서 사회이동 가능성이 축소되었는가? 교육기회가 팽창되는 상황에서, 고등교육 제도의 확대는 교육불평등을 완화시켰는가 아니면 강화시켰는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고등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교육이 직업이나 임금 등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고학력화 되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달라져 왔는가? 교육기회 확대는 남성과 여성에서 어떻게 상이하게 나타나는가? 여성의 고학력화는 여성의 노동시장 지위와 사회진출, 결혼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 연구총서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사회학자와 교육학자 5인이 교육과 사회이동을 주제로 3년간 공동 연구한 결과이다. 연구진들은 한국과 미국에서 사회이동, 교육불평등, 사회계급, 노동시장 등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다양한 학술모임에서 교류하면서 최근 한국사회의 경험에 대하여 논의해 왔다. ‘한국의 교육과 사회이동’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부터 3년간(2015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연구비를 지원 받아 세부 주제별 실증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팀은 ‘부모 계급, 자녀 학력, 자녀계급’의 삼각형 연구모형을 활용하여 한국 사회이동의 세 가지 경로를 분석하였다. 이른바 OED로 지칭되는 이 연구모형은 학계 전문가들이 세대 간 사회이동을 연구하는데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분석틀로서, 부모계급(Origin)과 자녀계급(Destination)의 연관성, 부모계급(Origin)이 자녀교육(Education)에 미치는 효과, 자녀 교육(Education)이 자녀계급(Destination)에 미치는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연구팀은 교육과 사회이동이 성별로 상이하다고 가정하고, 여성의 고학력화 경향과 사회이동을 별도로 분석하였다.
《한국학총서》 4권은 이러한 삼각형 모형에 따른 연구결과이다. 1권은 “세대 간 사회이동 변화”, 2권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의 교육 결과”, 3권은 “교육 프리미엄”, 4권은 “교육, 젠더와 사회이동”을 주제로 한다. 독자들이 4권 주제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읽는다면, 한국의 교육과 사회이동에 대한 전체적인 논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권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권(“세대 간 사회이동 변화”)은 부모의 계급이 자녀의 계급 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시기별로 분석하고, ‘한국 사회가 사회이동의 관점에서 얼마나 개방적으로 변화하였는가?’를 설명하였다. 사회이동과 관련하여 절대적 이동(absolute mobility)과 상대적(relative mobility) 이동을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사회조사자료를 기초로 한국사회의 세대 간 사회이동 추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으며, 국내외 세대 간 사회이동 현실을 비교하였다.
2권(“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의 교육 결과”)은 지난 반세기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교육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계층 이동에 있어 교육의 역할에 대한 사회학적 이론을 검토하고, 한국 사회의 교육기회 확대 과정과 교육제도 변화를 고찰하였다. 교육과 사회계층이동 조사, 인구총조사, 국제학생학업성취도평가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에서의 교육 불평등 변화 양상을 분석하였다.
3권(“교육 프리미엄”)은 개인의 교육성취가 임금과 직업 등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였다. 교육과 노동시장에 대한 국내외 이론을 검토하고 한국사회의 교육과 임금·직업 등 노동시장 성취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다양한 사회조사 원자료를 활용하여, 한국사회에서 학력과 노동시장의 연관성, 특히 고학력층의 노동시장 성과를 분석하고 연령집단 혹은 성별로 비교하였다.
4권(“교육, 젠더와 사회이동”)은 한국사회에서 교육과 계층화 과정의 성별 차이를 설명하였다. 교육제도 변화가 교육성취, 임금 및 사회이동에 미친 효과를 성별로 구분하여 연구할 필요성을 설명하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별에 따른 교육과 사회이동의 연관성을 이론적으로 정리하였다. 특히 여성의 경우, 교육을 통한 사회이동은 직업을 통한 사회이동과 결혼(남편)을 매개로 한 사회경제적 지위획득 두 가지로 나타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현재의 연구결과를 사회이동의 삼각형 모형으로 종합 정리하면, 한국의 사회이동이 시기·연령별로 크게 다른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사회이동의 첫 번째 경로인 부모세대(Origin)와 자녀세대(Destination)의 계급 연관성은 약화되었다. 절대적 이동은 산업 및 직업구조 변화의 지체로 인하여 더 이상 크게 늘지 않지만(상승이동은 줄어들고 하강이동은 늘어남), 상대적 이동은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의 개방성이 더 늘어난 것이다. 또한 ‘학력’을 기준으로 할 때, 가정배경(Origin)이 자녀의 교육(Education)에 미치는 효과가 예전보다 더욱 강화되었거나 이러한 학력의 노동시장 효과가 변화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대학이라는 고학력이 임금수준과 직업획득에 미치는 효과도 일시적인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대학졸업자 등 고학력층의 노동시장 성과도 크게 변화하였다는 실증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이동 경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사회이동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해왔던 것은 교육과 노동시장이 긴밀하게 연계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제도 변화에 따라서 대학졸업자 등 고학력층은 양적으로 빠르게 늘어났으며, 동시에 전문·관리·사무직 등이 확대되면서 노동시장에서의 상층이동 기회도 증가하였다. 교육팽창과 노동시장 확대가 비교적 긴밀하게 연계되면서, 학교졸업자들의 노동시장 이전(transition from school to work)은 안정적으로 지속되었다. 그러나 1997년의 경제위기 이후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성은 약화되고 있다. 고학력화 경향은 더욱 강화되지만, 노동시장은 안정적 일자리와 불안정한 일자리로 분화되고 있다. 고학력층은 학교졸업 후 선배세대와 마찬가지로 고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노동시장은 과거와 같이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 연구에서도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한국사회에서 상대적 사회이동은 증가하였으나, 최근에는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서 사회계층구조의 상층부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줄어들어 절대적 사회이동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이동이 줄어들고 더 나아가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은 이러한 절대적 사회이동감소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교육성과를 학력이 아니라 ‘학업성취’ 개념으로 해석하면, 가정배경의 효과는 최근에 좀 더 명확히 나타났다. 노동시장에서의 고학력층 일자리구조가 분절화되면서 단순히 대학졸업생이라는 ‘학력’이 아니라 명문대학 입학 혹은 전문직 진출이 용이한 전공 졸업자가 더욱 중요해지고, 이를 위해서는 초·중고등학교 단계의 ‘학업성취’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따라서 가정배경 요인이 자녀의 학력보다는 사교육 및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들어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한국사회의 교육불평등 현실로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 교육불평등의 사회이동 효과에 대해서는 실증적인 분석이 쉽지 않다. 가정배경의 학업성취도 효과가 명확한 집단은 수월성교육을 강조하던 1990년대 중반기 이후에 태어나거나 중·고등학교를 다닌 젊은 연령층이다. 이 연령층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아직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았다. 일부는 아직 대학을 졸업할 만한 연령이 아니며, 20대 중반의 연령층도 졸업을 미루고 스펙 쌓기에 집중하거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배경별로 학업성취도가 달라지는 20대 연령층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계급지위(Destination)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연구는 앞으로 학업성취도 혹은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의 종류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장기 시계열적 자료를 확보할 때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 과제의 일부 연구성과는 국내외 학술대회자료집과 학술지에 게재된 바 있다. 4권의 연구주제를 3년간 연구하면서 연도별로 세부 주제를 분석하였고, 일부 연구 결과를 ?한국사회학? 혹은 ?교육학연구?에 논문으로 게재하였다. 또한 국제사회학회(International Sociological Association)의 학술대회 혹은 사회불평등 국제심포지엄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경험을 국내외 전문가들과 토론한 바 있다. 이 연구총서는 이러한 연구과정 및 성과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결과물이다. 이러한 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그리고 3년의 연구기간에 훌륭한 연구조교 활동을 수행했던 공주박사와 연구결과에 대하여 귀중한 조언을 해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연구총서가 교육과 사회이동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사회적 인식 형성에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국내외 학자들이 이 연구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학문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한국의 교육과 사회이동 경험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교육과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생산적인 담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0년 11월 25일
저자 일동

[서 문]

이 책을 작성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부터 최종본을 심사받는 와중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코로나 1차 대유행이 있었던 2020년 4월 고용동향을 보면 대졸 이상의 전년 동기 대비 실업률은 0.7%포인트 줄었는데, 고졸은 0.1%포인트 늘고, 중졸 이하는 1.3%포인트 늘었다. 대졸 실업률이 감소한 것은 고용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팬데믹이 벌어지면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비슷한 현상이 저학력자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팬데믹의 타격은 저학력층에서 더 컸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4월 실업률이 고졸 이하는 19.2%로 치솟았는데, 대졸 이상의 실업률은 8.5%에 머물렀다. 1월에는 학력 간 실업률 격차가 3.5%포인트에 불과했는데, 4월에는 10.7%포인트로 벌어졌다. 팬데믹이 학력에 따라 상이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한국과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으로 저학력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990-2017년까지 76개 국가에서 발생한 사스, H1N1, 메르스, 에볼라, 지카의 효과를 검토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이 고학력자에게 끼친 영향은 거의 없는데, 저학력자는 고용률이 낮아졌다.
지난 수십 년간 대졸 이상의 고학력층과 고졸 이하의 저학력층의 격차가 증가한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인구가 대학 교육을 받아서 노동시장에 대졸 학력자의 더 많은 공급이 이루어졌지만 학력 간 노동시장 성취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었다. 이 현상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사회학, 경제학, 정책학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한국은 교육의 가치가 상승하기보다는 대학 교육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담론이 지배적이었다. 한편으로는 대다수의 인구가 더 많은 교육을 받기 위해 수많은 자원과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불평하는 모순적 태도가 만연했다. 노동시장에서 교육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면 시간과 재정 양자의 측면에서 교육 투자를 줄이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교육을 받는 교육 팽창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현상을 가장 앞서서 주도하는 국가가 한국이다. 한국은 가치가 하락하는 분야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비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는가?
미국 교육의 목표를 나타내는 슬로건 중 하나는 “모두에게 대학 교육을(College for all)”이다. 한때 80% 이상의 고교 졸업생이 대학에 진학했던 한국이 미국의 모범 사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왕왕 한국의 교육을 미국이 따라야 할 대상으로 언급하는 게 우연이 아니다.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국가 비교 연구를 하는 많은 미국 학자들도 한국을 모범 사례로 꼽는다. 교육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계층 간 교육 수준 격차가 벌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었고, 교육의 노동시장 성취도 좋아서, 경제발전이 계속 이루어지는 모범 사례가 한국이다. 왜 외국의 학자들은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고 모범 사례로 삼을까? 도대체 어떤 태도가 더 사실과 부합하는가? 한국에서 교육의 가치는 하락하였는가, 아니면 다른 나라처럼 상승하였는가?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 교육의 노동시장 가치 변화를 장기 추적한다. 가용한 가장 긴 기간의 자료를 이용하여 교육 수준에 따른 직업성취와 소득 수준의 절대적 상대적 가치를 추적한다. 과거에는 대학 교육을 받으면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었는데, 최근에는 대학 교육의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는지, 과거에 대학 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직업 지위와 소득 수준이 최근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지위나 수준보다 더 높았는지 장기 변화를 검토한다. 결론은 한국에서 교육의 가치는 여전히 높고, 최근 그 가치가 떨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직업 지위의 측면에서도 소득 수준의 측면에서도 대학 교육의 가치는 낮아지지 않았다. 대학 교육의 상대적 가치가 낮아진 특정 시기가 있지만, 이 시기는 교육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최근이 아니라, 1980년대이다. 극소수의 인구만이 대학교육을 받았던 1970년대 이전 고도성장기에 대학 교육을 받은 소수가 그들의 기여분보다 더 많은 과실을 누렸다. 전반적 불평등이 줄어들고 대학 교육이 팽창하기 시작한 1980년대에 대학 교육의 초과 이득이 줄어들었다. 학력 간 격차 감소와 전반적 소득 불평등 감소가 이 시기에 동시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학력 간 유의미한 격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고등 교육 이수자의 직업, 소득 성취가 미이수자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 사회 전반에 격변을 가져온 1997년의 경제 위기 이후 대학 교육의 폭발적 팽창이 이루어졌지만, 교육의 상대적 가치가 낮아지기보다는 오히려 높아졌다. 청년 세대도 이전 세대와 유사한 수준의 교육 프리미엄을 경험하고 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이 책의 주제인 교육과 노동시장의 관계가 왜 중요한지를 논의한다. 교육의 노동시장 성취는 너무나 명확해서 둘 간의 관계가 왜 중요한지를 논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회학의 이론적 맥락에서 그리고 한국 사회의 논의 지형과 변화의 현실적 맥락에서 교육과 노동시장의 관계 논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는 것은 이 문제를 새로운 시작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2장에서는 교육과 노동시장에 관련된 기존 이론을 검토한다. 이론은 현실적 변화의 추상이라고도, 현실적 변화의 가능태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의 사회학 이론은 형이상학적 논리가 아니다. 일도양단으로 현실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예견하는 도구도 아니다. 사회학에서 거대 이론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어진 사회적 제약 내에서 사회적 변수 간의 예상되는 관계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중범위 이론(middle range theory)”이 지배적이다. 여기서는 교육과 노동시장의 관계에 대한 중범위 이론들을 소개한다. 3장부터 5장까지는 한국의 교육과 노동시장 성취의 관계에 대한 경험적 분석이다. 3장에서는 직업을 중심으로, 4장은 소득을 중심으로, 5장에서는 청년층에 국한해서 교육의 성취를 검토한다. 직업을 중심으로 한 검토는 다른 어떤 노동시장 변수보다 장기적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 자료를 이용하여 1960년 이후부터 2015년까지의 교육 수준에 따른 직업 성취도 차이를 연구한다. 4장에서는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주로 이용하여 1990년 이후 2019년까지 학력별 소득 격차 변화를 추적한다. 가계동향조사 자료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30년간의 소득 변화와 불평등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데이터이다. 가계동향조사 자료의 미비점은 통계적 기법으로, 그리고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한국노동패널조사를 이용하여 보완하였다. 5장은 청년 세대의 교육수준별 노동시장 성취가 이전 세대와 최근 세대에 큰 차이가 있는지 검토한다. 일반적 예상과 달리 청년 세대의 노동시장 성취는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6장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의 교육수준별 노동시장 성취를 국제성인역량조사(Program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PIAAC)를 이용하여 비교하였다. 이를 통해 세 국가 간의 유사점과 이질성을 드러낸다. 변수용 교수가 6장의 집필을, 나머지 장들은 김창환 교수가 담당하였다. 책을 진행하면서 중앙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인 공주 박사와 캔사스 대학 박사과정의 김태호 선생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책은 “한국의 교육과 사회이동”을 주제로 한국 사회의 장기 변화를 추적하는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김창환, 박현준, 변수용, 신광영, 이성균(가나다순) 교수가 팀을 이루어, 2015년부터 한국의 사회이동, 교육 성취, 교육과 노동시장, 성별 격차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최종 결과물이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수많은 논의와 세미나를 거친 미약하지만 부끄럽지만은 않은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밝힌 중요 결과는 공동기획한 다른 책의 결과와도 일치한다. 한국에서 세대 간 사회이동이 줄어들지 않았고, 교육불평등이 많이 증가하지 않았으며, 교육의 노동시장 가치가 줄어들지도 않았다. 성별 격차는 여전하지만, 통시적으로 그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 사회는 다른 어떤 사회보다 더 빠른 교육팽창과 더불어 더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 고도성장기에 한정된 변화가 아니다. 21세기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국가 중 한국의 1인당 GDP 성장률이 두 번째로 높다. 1위는 터키로 아직 개발도상 단계의 국가이다. 문제의 정확한 인식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획의 토대가 된다. 문제가 아닌데 자꾸 바꾸다 보면 긁어 부스럼이 된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한국 사회도 많은 문제점과 개선할 점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열, 교육팽창은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라 질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장점이다.
교육의 효과는 노동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더 친밀한 가족, 교우 관계와도 관련되어 있다. 사회적 참여와 봉사도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사람들이 많이 한다.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이 인생이 행복하다고 답하는 비율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
이 책의 주장은 하나이다: 교육은 다다익선.

코로나 대유행의 와중에 교육을 생각하며,
김창환, 변수용


목차


CHAPTER 01? 서론: 교육과 노동시장의 관계는 왜 중요한가? 3
1. 〈가족 배경-교육-사회경제적 지위 성취〉 경로 모형 4
2. 교육, 위대한 평등의 촉진자 7
3. 교육의 팽창과 교육 효과 9

CHAPTER 02? 교육과 노동시장 관련 이론 19
1. 왜 교육은 노동시장 성과로 이어지는가? 20
2. 교육 팽창과 노동시장에서 교육의 역할, 교육(대학) 프리미엄의 변화 31
3. 소결론 42

CHAPTER 03? 교육과 직업: 대학 졸업장의 직업 가치는 줄었는가? 45
1. 평생 소득의 대리변수로써의 직업 48
2. 트라이만 상수 52
3. 한국의 직업구조 변화: 1960-2015 56
4. 대졸자의 관리, 전문, 사무직 취득 확률 변화 59
5. 대학 팽창이 시작된 1980년대 이후 대졸자의 관리, 전문, 사무직 취득 확률이 감소했는가? 64
6. 25-34세 청년층의 대학 학위 가치는 하락했는가? 67
7. 소결론 68

CHAPTER 04?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소득 프리미엄은 줄었는가? 79
1. 한국 교육 프리미엄 변화의 배경 80
2.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를 이용한 한국의 교육 프리미엄 변화 분석 84
3.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한 교육 프리미엄 변화 분석 89
4. 소득 수준별 교육 프리미엄의 변화 98
5. 교육 프리미엄의 변화와 동일 학력자의 내부 소득 불평등 변화 102
6. 노동패널조사를 이용한 추가 검증 113
7. 소결론 114

CHAPTER 05? 세대 불평등과 교육 프리미엄: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성과는왜 다른 세대보다 낮은가? 119
1. 세대 간 불평등에 관한 이전 연구 124
2. 분석에 사용한 원자료 127
3. 평균 소득의 변화 128
4. 세대 간, 세대 내 소득불평등의 변화 132
5. 청년층의 임금상승률과 교육 효과 135
6. 청년층의 고용률과 교육 효과 142
7. 소결론 148

CHAPTER 06? 교육 프리미엄의 국가 간 비교 157
1. 한, 미, 일의 세대 간 학력 분포 차이 159
2. 소득에 있어 교육 프리미엄 국가 간 차이 164
3. 직업에 있어 교육 프리미엄 국가 간 차이 167
4. 소결론 168

CHAPTER 07? 결론: 여전한 교육 프리미엄 - 교육 개혁으로 노동시장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가? 179
1. 줄어든 개천 183
2. 대학 교육을 축소해야 하는가? 185

3.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은? 187
4. 교육은 다다익선 188

미주 - 190
참고문헌 - 198
찾아보기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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