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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간다

나 홀로 간다

  • 정승윤
  • |
  • 소소담담
  • |
  • 2021-01-29 출간
  • |
  • 216페이지
  • |
  • 138 X 193 X 21 mm /362g
  • |
  • ISBN 9791188323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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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정승윤의 수필은 읽기가 편하지 않다. 수필의 일반적 경향과는 차이를 보인다. 길이가 짧다는 외형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창작의 기본 방법이 다르다. 방법이 다르다는 것은 문학관이 다르다는 뜻이다. 정승윤은 문학이나 수필에 관해 자신의 관점을 밝히는 글을 거의 쓰지 않은 듯하다. 이번 첫 수필집의 ‘작가의 말’에서 그 일말이 암시되고 있으나 그리 구체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자신의 관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것을 더욱 확고하게 드러낸다. 즉, 그의 작품 전체가 그것을 말해준다. 정승윤이 기존 창작방법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수필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고 고민했다는 증거다. 그 고민은 자기만의 수필관이나 창작방법을 탐색하고 실천하는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 수필 문법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깔려 있다. 그 비판과 저항에는 전통을 전복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창작은 창조적일 수 없다는 신념이 전제되었다. 수필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묻지 않고는 이러한 신념이 결실을 보기 어렵다. 그는 어떤 수필가보다도 수필에 대한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창작에 임하는 작가다.
정승윤은 문단 이목을 개의치 않는 수필가다. 전통적인 수필 형식을 답습하지 않고 자기만의 고유한 형식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고집스럽게 걷는다. 정승윤과 같이 수필에 대한 강한 자의식을 가진 작가는 새로운 창작방법 모색에서 훨씬 적극적이고 강한 추동력을 보인다.
정승윤의 수필은 일관되게 상실과 소멸로 수렴되는 존재의 한계를 다양한 소재를 통해 변주한다. 여기에 주체와 세계는 화해할 수 없는 절대적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이것이 서사적 구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워도 자아와 세계의 합일을 지향하는 서정의 구조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그의 수필은 외형에서는 시의 특징을 채용한 듯 보이지만, 서정을 거부하는 반시적인 경향을 뚜렷하게 보인다. 물론 ‘서정’이 시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일 수는 없다.
정승윤은 모든 존재는 ‘어쩔 수 없는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고 본다. 누구나 이것이 즉물적이고 생물학적인 탄식이 아님은 금방 알 수 있다. 작가가 말하는 슬픔은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차원의 슬픔이다. 그 슬픔은 존재가 원초적 조건으로 안고 살아야 할 근원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슬픔은 욕망의 좌절, 가치 있는 어떤 것의 상실, 물리적 고통,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나 사태에 직면했을 때 촉발되는 정서적 반응이다. 이런 즉물적 슬픔은 자기 보존을 위한 본능적인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것의 상실 앞에서 속수무책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성과 의지로 극복이 어려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 특히 인간의 삶과 존재 자체가 그렇다. 성취하려는 욕망이 클수록 상실감이 더 보태지는 모순이 인간 삶이고 존재의 운명이다. 이런 한계에 기원하는 것이 바로 형이상학적이고 근원적인 슬픔, 즉 비극적인 슬픔이다. 이러한 절대적 슬픔은 신조차도 어쩔 수 없다. 그러기에 슬픔을 내 것으로 안고 어둠 속을 걸어가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이처럼 정승윤 수필은 인간 존재의 어쩔 수 없는 근원적 슬픔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정승윤 수필이 한층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그가 “나의 슬픔은 당신의 슬픔을 반영한다. 나는 결국 공감을 확신하며 글을 쓰는 것”이라고 했듯이, 너/당신의 슬픔에 다가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나의 슬픔을 하소연하는 데서 그치는 문학은 자기 위로는 될지언정 독자의 공감을 불러오기는 어렵다. 정승윤의 수필 창작은 슬픔에 관한 공부였다면, 그 공부가 ‘자기 존재의 한계를 슬퍼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너/당신’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의 수필 쓰기가 인간 보편의 슬픔을 탐색하는 데에는 집중력을 보여주었으나 그것이 자아의 울타리에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일면도 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본질에 도달하려면 실존을 개념화할 수밖에 없다. 실존은 사회와 역사적 조건 위에서 이루어진다. ‘존재의 근원적인 슬픔’이 인간 실존에 대한 직시에서 나온 결과물이지만, 하나의 개념적 명제로 강조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관념과 이데올로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길은 존재의 슬픔에 대한 글쓰기가 그 관심을 주체 밖이나 건너편으로까지 확대하는 일이다. 타인의 슬픔을 끌어안는 데까지 나아갔을 때 비로소 ‘나의 슬픔이 당신의 슬픔’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승윤 수필 쓰기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정승윤처럼 한 주제에 대해 집중과 치열함을 보인 수필가는 드물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수필가로서 자기 고유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수필이 아무리 문학적으로 완숙하게 이를 구현했다 하더라도 주제는 앎의 차원에서 철학적 논의를 넘어서기 어렵다. 문학이 철학과 구별되는 지점은 이러한 주제를 담아내는 형식 혹은 스타일의 독창성이 아니겠는가. 훌륭한 작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가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바를 심미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고안했느냐에 달렸다. 재료를 다루는 기술과 기법이 그 작가만의 고유한 형식인 스타일이다. 사유와 상상력의 깊이, 세계관과 취향, 무의식과 습관, 경험과 지식 등도 한 작가의 스타일을 형성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그 작품과 작가를 기억하고 인식하도록 하는 하나의 표지가 스타일이다. 작가의 개성이나 작품의 독창성은 이 스타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작가의 스타일은 고유성, 즉 개성이다. 따라서 예술과 문학의 진정한 가치는 독창적 스타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승윤은 수필가 중에서 자기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확립한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정승윤의 수필 쓰기는 실존을 사유하고, 문면에 실존이 드러나도록 하는 작업이었다. 그것은 관성적 관념과 규범에 균열을 냄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그는 전통적 수필 문법 안에 머물면서 집단과 연대하고 암묵적 합의를 지키는 결속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했다. 프랑수아 줄리앙이 말하는 ‘탈합치’의 길을 걸었다. 실존을 제대로 직시하려면 기존 세계의 바깥에 서야 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는지 모른다. 줄리앙은 “한 예술가는 예술로 인정된 예술로부터, 더욱이 자기 스스로 이미 작품으로서 창출한 것으로부터 탈-합치할 때 비로소 예술가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힘 있는 집단에 소속되거나 기존 제도와 규범이 주는 편안함에 빠지면 주체를 확립하기 어렵다. 탈합치할 때 비로소 실존을 직시할 수 있다. 탈합치는 내적으로 끊임없이 자기를 변혁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길은 혼자 걸어야 하기에 외롭고 힘들다. 정승윤이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뿐인 수필가로 우뚝 설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탈합치의 길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필가 정승윤이 자기 변신의 에너지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발휘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정승윤은 홀로 가기에 더욱 빛나는 수필가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투명인간
친구들
세 수
걷기를 위한 사색
푸른 담배연기

투명인간
신음소리
사랑의 슬픔
쑥대머리
뜰앞의 잣나무
그치지 않는 눈

2부 몽상가의 구름
편자
등[背]
지게
두 손
달동네에 사는 소녀
십자가
피아노
석가釋迦
지권인智拳印
우산
몽상가의 구름
빈집

3부 마당
금선탈각金禪脫殼
지하철역에서
검은 바다
마당
영주산의 소
닭집 여자
지하철의 기타리스트
허공
모래밭

잠자리

4부 무당거미

붉은 벼슬
무당거미
개미
귀뚜라미
백로白鷺

반딧불이
바위 위의 고양이
고라니
검은 숲

5부 물웅덩이
나무
그 벚꽃나무
나무에 기대어
매화 한 가지
진달래
청산靑山
하산下山
벚꽃나무 밑에서
목련
나 홀로 간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물웅덩이

6부 각주구검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각주구검刻舟求劍
구름
미륵사지 석탑
어쩌지 못할 슬픔
비의 침묵
제자리에 멈추게나
개문발차開門發車
순간
추락한 천사
나는 엉뚱한 곳에서 내렸다

【작품론】존재의 근원적 슬픔과 대면하여/신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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