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들
얼마 동안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는데, 그냥 뭔가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해두자. 저녁이면 술잔을 달그락거리며 화집을 뒤적이거나 가로등 아래를 오래도록 걸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전거를 탔다. 구름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았다.
구름은 색깔과 모양이 자주 변하곤 했는데, 그것을 관찰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흘렀다. 벤치에 자전거를 기대 둔 채 가만히 앉아 있었던 시간. 당신마저 생각이 나지 않던 시간…… 그리고 책을 읽었다. 음악을 들었다. 사랑에 관한 글도 있었고 헤어짐에 관한 글도 있었다. 슬픔과 고독에 관한 글도 있었다.
내게는 그 모든 글들이 여행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두세 번 소리 내어 읽곤 했다. 가끔 까닭 모르게 울컥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오래도록 방 안을 서성였다.
그동안 읽어온 글귀에서 문장을 뽑았다. 모두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이다. 어차피 생은 사랑과 여행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니, 이 문장들이 당신의 마음을, 당신의 사랑을, 우리의 생을 조금씩 회복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