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외상 이야기 다시쓰기
‘외상(trauma)’이 현대사회의 인간심리를 이해하는 핵심어가 되었다. 우리는 하루라도 외상을 불러일으킬 사건들에 접하지 않는 날이 없다. 뉴스뿐만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소설, 교양서적에 이르기까지 트라우마 또는 외상이란 말이 난무한다. 사실, 너나할 것이 큰소리로 ‘행복’을 찾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외상이 행복을 뛰어넘었다. 행복도 외상을 입었는지 모른다.
인간 역사는 외상의 역사였다. ‘총, 균, 쇠’로 역사를 말한다 해도 이것들이 외상을 만들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천재지변에서 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외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결과 만들어진 이야기에 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 천재지변을 자연의 자정작용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에게 입힌 상처들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한다. 비록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러한 일들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외상은 상처가 아물어 새살이 돋아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그 종류도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외상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간격과 빈도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깝고 빈번해졌다. 미디어의 발달 때문이다. 우리는 국내외의 사건들을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인터넷 화면의 사진들을 통해 기억을 강요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국내외 언론보도와 개인방송이나 SNS 간 불일치한 정보들이 어떠한 판단이나 대처도 방해하고 있다. 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틈조차 가질 수 없다. 이렇게 혼란스런 상황에서 외상이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외상으로 인한 부적응 현상들이 얼마나 오래가는가? 외상을 예방할 수 있는가? 등과 같이 여러 질문들을 해보지만 일관된 답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 들어, ‘외상후성장(Posttraumatic growth, PTG)’이라는 개념이 제기되었다. 외상후성장은 외상을 겪은 후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으로 단순히 외상증후로부터 회복되어 외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외상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성장한다는 개념이다. 연구자들과 치료사들은 이러한 외상후성장 개념을 바탕으로 외상에 대처할 수 있는 치료적 기전 또는 예방책을 찾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결과 되는데 필요한 절차적인 과정이나 단기 효과를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초기의 뜨거웠던 관심이 식을 수밖에 없다. 어떤 도구를 가지고 무언가를 할 수 있고 그 효과의 증거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외상을 겪은 사람들과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을 발견하였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은 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써나가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이다. 흔히 외상피해자들에게 외상사건에 대해 말하게 하거나 외상이 벌어진 상황에 노출되면 외상의 재경험 위험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상담이나 치료적 장면에서 외상피해자에게 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거나 유사한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도록 주의한다. 그러나 외상에 대해 다시 접근하는 것이 외상의 치유, 더 나아가 외상후성장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증거 또한 존재한다. 이미 소설로 엄청난 논쟁을 일으킨 바 있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은 2012년 영화로 제작되면서 더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김민화 (신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