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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저편으로 가는 문

세상 저편으로 가는 문

  • 캐리호프플레처
  • |
  • 문학동네
  • |
  • 2021-02-23 출간
  • |
  • 352페이지
  • |
  • 140 X 210 X 28 mm /478g
  • |
  • ISBN 978895467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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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영혼의 무게를 덜어내는 방법

여든두 살에 가족들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난 이비 스노는 젊은 시절에 살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신이 스물일곱 살 때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비는 예전에 살던 ‘82호’ 아파트를 찾아가 주머니 안에 있던 열쇠로 문을 열어보려 하지만, 문은 단단히 잠긴 채 열리지 않는다. 대신 문 앞에 빛으로 쓴 글자가 나타난다.

“당신의 영혼은 너무 무거워서 이 문을 통과할 수 없어요.
세상의 무게는 이전 세상에 남겨두세요.
무게를 덜어내야 열쇠가 돌아가고,
당신이 열망하는 것을 가질 수 있어요.”
_본문 11쪽

대체 영혼이 무겁다는 게 무슨 뜻인지 고민하던 찰나, 복도 저편에서 반가운 얼굴이 나타난다. 먼 옛날 이 아파트에서 수위로 일하며 이비와 가깝게 지내던 리프가 다가와, 지금 이곳은 ‘사후 세계의 대기실’이며, 영혼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을 모두 떨쳐내야 자신만의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비는 자신의 영혼이 무거운 것은 평생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세 가지 비밀 때문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비밀의 중심에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었던 빈센트가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리프는 사후 세계와 이승을 연결해주는 방으로 이비를 안내하고, 이비는 수십 년 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과거를 돌아보며 다른 세상에 있는 가족들에게 그녀의 비밀을 털어놓을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인생 최고의 모험, 그 달콤한 시작

“굉장한 모험도 사소한 것에서 시작될 수 있어요.
캔디처럼 사소한 것에서요.
모험 한 알 집어가세요.”
_본문 300쪽

이비 스노는 거대 법률회사를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지만, 사랑이 아닌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맺어진 부모는 이비와 그녀의 동생 에디를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애정 없이 양육한다. 본래 품성이 따뜻하고 열정이 가득한 이비는 집안의 분위기에 숨막혀하면서도, 애니메이션 제작자라는 꿈과 타인을 보듬을 줄 아는 다정한 마음을 지켜낸다. 그렇게 성인이 된 이비는 어머니와 협상 끝에 그림과 관련된 일자리를 얻으면 일 년 동안 직장 근처에서 자취하는 걸 허락해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그리고 보란듯이 지역신문사에 만화가 자리를 얻어, 스물일곱 인생에 처음으로 일 년간 독립생활을 하게 된다. 단, 일 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와 정혼자와 결혼한다는 조건으로.

어렵게 얻어낸 자유이지만, 성차별적이고 보수적인 신문사의 업무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첫 출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던 이비는 기차역에서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를 듣는다. 선율에 이끌리듯 찾아간 곳에는 부스스한 머리의 젊은 남자가 눈을 꼭 감고 연주에 심취해 있다. 한참 동안 음악을 듣던 이비는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잔돈을 넣어주고 싶어 주머니를 뒤지지만, 주머니에 든 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캔디뿐이다. 그래서 이비는 케이스 안에 알록달록한 캔디를 넣어둔다. 그렇게 퇴근길에 듣는 바이올린 연주가 그녀의 고단한 일상 속에서 유일한 낙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비는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자신에게 보내는 메모가 들어 있는 걸 발견한다. “주황색이 제일 좋아요. 고마워요, 스위티.” 그걸 본 이비는 메모 옆의 빈 곳에 자신의 캐리커처를 그려넣는다. 그리고 얼마 후, 주황색 캔디만 잔뜩 든 봉지를 들고 퇴근하던 이비는 기차역에서 늘 들리던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다시는 그를 못 보게 될까봐 놀라서 허겁지겁 달려간 이비 앞에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그러나 연주를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듯 초초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비는 그날이야말로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임을 직감한다. 그 순간 이비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은, 그녀가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영원히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 그와의 사랑이 그녀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리라는 것이었다.


목차

세상 저편으로 가는 문_007

감사의 말 _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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