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삶의 풍경들
삶의 지혜를 잔잔하고 소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산문집!
아동문학 작가로서 동시와 동화 창작을 왕성하게 해오면서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이성자 작가가 삶과 일상, 세태에 관한 성찰을 담은 산문집 『자식이라는 나무』를 출간하였다. 그동안 여러 지면에 발표한 글을 다시 다듬고 갈무리해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집에 갇혀 지내며 이 책을 엮었다는 저자가 머리글에서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 받으며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일”이야말로 현재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 하였듯이 이 책에 실린 53편의 이야기는 가족과 사회, 그리고 자연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새로이 깨달아가는 성찰이자, 따뜻한 사색의 시간에 다름 아니다. 저자가 붙인 ‘자연이 묻는 질문에 대답해야 할 시간’이라는 부제도 그러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삶과 일상에 관한 작은 묵상이라 하겠다. 고요한 수면 위에 작은 잎사귀 하나가 잔물결을 일으키듯이 작가의 나지막하고도 진솔한 목소리는 저마다의 삶을 반추하고 되새기게 할 정도로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세상은 우리를 힘들고 지치고 아프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의 이면에는 너무 모나지도 않고 때로는 선하기도 한 누군가의 손길이 우리 삶을 지키고 있음을, 그리하여 아프지만 희망을 향해 힘껏 살아가야 한다는 걸 자분자분 속삭이고 있다.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저런 일들을 다 겪기 마련이다. 어쩌면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안타깝고 속상하고 억울한 일들이 더욱 선명하고 오래도록 가슴 한구석에 멍울로 남는 것이 인간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마음속 상처를 잘 다독여 아물게 하는 것이 잘사는 최고의 비법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상처의 태반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관계를 잘 맺고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곧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의 사유 역시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들―가족과 친구들, 이웃과 동료들, 나아가 자연환경은 물론 다양한 사회적 관계들에 기반한 것이고, 결국은 스스로의 ‘마음 다스리기’로 귀결되는 것은 아마도 그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표제작인 「자식이라는 나무」만 보아도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와 마음의 결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저자에게는 힘들게 키운 자식이 하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병원 생활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잦은 병치레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둘째 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키우는 내내 몸도 마음도 안절부절못하는 나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자식에 대한 걱정과 근심은 세상 부모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났든 못났든, 장애가 있든 없든 자식이란 존재는 모든 부모에게 아픈 손가락이라는 사실을 ‘가까운 후배’와의 통화를 통해 이렇게 깨닫는다.
오랜 세월 누구에게도 하소연 못 하고 가슴속을 후비며 살아온 나도 있는데, 똑똑하고 잘난 자식을 둔 후배의 고민도 결국은 나와 같은 것이라니. 후배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들어주고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할 자신이 없어 슬그머니 수화기를 내려놓고 말았다.
--「자식이라는 나무」에서
결국 자식이란 “평생을 정성들여 가꿔야 할 나무”이고, 「거울에 핀, 희망꽃」에서처럼 사소한 성장일지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감사히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마음 다스리기에 따라 삶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인간 관계에서 비롯된 상처와 고통, 사회활동 속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삶의 공허 등 일상의 다기한 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마음 다스리기에 따라서 삶은 더욱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인생담을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언젠가부터 품고 있었는지도 모를 마음의 응어리마저 훌훌 털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아가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깊은 사색에서 우러나오는 삶에 대한 진정성이 정감 어린 수사와 함께 일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감동마저 한껏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은 물론 정서적 감동과 자아 성찰의 시간을 선사해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