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날도, 흐린 날도 전부 나였다
일상 속에도 반짝임은 있다. 섬세한 눈으로 찬찬히 들여다보기만 한다면, 강물 위 윤슬처럼 빛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흐린 날도 있었다〉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책이다. 저자는 담백하지만 깊이 있는 문장을 통해 극적인 한 장면이 아닌, 가장 보통의 순간을 그려낸다. 그 속에는 남몰래 설렜던 기억, 일상에서 맞닥뜨린 불편한 순간, 슬픔의 시간도 있다. 때론 서투른 자신에 실망하고, 때론 헤매기도 한다.
그 모든 날들을 통과하는 동안, 저자는 결코 감정 속에 매몰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삶을 걸어 나간다. 국화차 한 잔처럼 향긋하고 쌉쌀하게 독자의 마음결을 어루만진다.
자극적인 글 일변도인 요즘, 평온하고 잔잔한 한 권의 에세이를 만나길 권한다.
소란하지 않게, 요란하지도 않게
있는 그대로 잔잔히 흐르다 보면
매일매일이 삶이다. 순간을 사는 일은 결국, 인생을 사는 일이다.
하루하루의 무늬를 그려나가는 일은 그래서 의미를 갖는다.
이 담담하지만 가볍지 않은 에세이를 통해 독자는 가끔 유쾌하게 웃을 것이고, 예리한 삶의 통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인 채로 오롯이 살다보면 어느 바다엔가 닿을 것이라고 꽤 든든한 희망을 가진 채 책장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 궁금하다면, 문득 막막하고 외로워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면 책의 아무 페이지라도 펴 보기를 권한다. 진솔하고 단단한 문장이 지친 마음을 다독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