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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양장)

외투 (양장)

  • 헬렌 던모어
  • |
  • 문학동네
  • |
  • 2021-01-29 출간
  • |
  • 236페이지
  • |
  • 128 X 188 mm
  • |
  • ISBN 9788954677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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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완벽한 고스트 스토리.” _인디펜던트

이저벨은 살금살금 거실로 나가서 불을 켰다. 벽난로에 여전히 온기가 약간 남아 있었지만 밤에는 불을 더 피우지 않았다. 석탄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았다. 물자 부족, 제한, 규칙, 배급통장, 쿠폰, 권고 지침…… 이저벨이 기억하는 한 언제나 그런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정부가 대책을 세우면 석탄 배급이 계속될 수 있을 거라고 투덜댔다. 누가 전쟁에서 이겼는지 모르겠군. 우리가 독일 사람들보다 더 못 살아, 그들은 말했다. _본문 41쪽

1950년대 영국의 어느 마을, 전쟁이 끝나고 몇 년이 흘렀지만 사람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마을 곳곳에는 여전히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저벨과 필립은 결혼한 지 두 달 된 신혼부부다. 지역 보건의로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남편 필립과 달리, 이저벨은 낯선 마을에서의 결혼생활이 쉽지 않다. 다정하지만 자신의 일이 우선인 남편과 이웃들의 날선 시선들이 이저벨을 더욱 외롭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집이다. 이저벨과 필립은 자리를 잡을 동안 머물 요량으로 이 셋집에 들어왔다. 거실 겸 부엌과 침실, 단 두 칸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조악하기 그지없고 심지어 욕실은 공용이다. 거기다 위층에 사는 주인 여자가 집안을 쉴새없이 걸어다니는 소리가 밤낮으로 이저벨을 괴롭힌다.

이 집은 전에도 그녀를 속였고 또다시 속이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숨을 참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 누군가 혹은 무언가는 굶주려 있었다. 그 굶주림은 이저벨을 꽉 붙잡아 끌어당기고 싶어했다. _본문 162쪽

어느 날, 이저벨은 집안 벽장에서 낡은 군복 외투를 발견한다. 끊임없이 집안으로 새어들어오는 외풍 때문에 밤마다 추위에 떨어야 했던 이저벨은 그 군복 외투를 이불삼아 잠을 청한다. 오랜만에 단잠에 빠진 이저벨은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창밖에는 공군 제복 차림의 남자가 서 있다. 그는 이미 이저벨을 아는 양 다정한 눈빛으로 이저벨을 부른다. 이저벨은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남자를 집안에 들인다. 그 순간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 이저벨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 기억 속에서 이저벨과 그 남자는 연인이고, 남자는 폭격기 조종사다. 남자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이저벨은 그 기억을 통해 남자의 이름이 알렉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알렉은 이저벨의 남편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매일 찾아온다. 이저벨은 점점 현실과 상상, ‘누군가’의 기억과 자신의 기억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알렉과 깊은 사이로 발전하면서 이저벨은 기이한 사실을 깨닫는다. 알렉은 언제나 같은 시간, 그가 무사히 폭격을 마치고 돌아온 스물여섯번째 작전과 목숨을 잃고 말았던 스물일곱번째 작전 사이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을 놓쳐버린, 죽은 자의 소리 없는 절규
그럼에도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 산 자의 비애

사람들은 그런 재앙에 대해 흔히 말하곤 했다. “적어도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랐을 거야.” 알렉 주위에서 지옥 같은 폭발이 일어나던 순간, 아마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그는 무언가 느끼기도 전에 소멸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그 사건은 그들 누구의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불은 재가 되고 흙이 되고 풀이 되고 꼬리풀과 주홍별꽃이 되어 사라졌다. 다 끝났다. _본문 230쪽

알렉은 올 때마다 점점 더 오래 머물렀다. 이저벨은 알렉이 그녀의 집에서 보낸 시간의 조각들을 곱씹어보았다. 그 조각들을 모두 합치는 게 가능하다면, 그래서 어떤 모양이 되는지 볼 수 있다면 그녀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누군가의 기억도 정체를 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있다보면 알 수 없는 기억들이 머릿속에 밀려왔다. 처음에는 영화를 보는 것 같았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이 그녀 안에 들어와 그녀의 일부가 되었다. 알렉과 함께 일몰을 바라보던 자신의 모습, 평온한 시골의 농장주택에서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는 여인, 그녀였던 여자……
어느 날 알렉은 이런 말을 했다. “시간이 아예 없다면 어떨까? 시간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언제나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항상 당신에게 갈 거야.” 또다른 어느 날, 알렉은 유난히 불안하고 두려워 보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킨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밤 작전이 끝나면 곧장 당신에게 갈게. 창문을 두드릴게. 잠들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알렉은 그 말을 남긴 채 떠났고, 이저벨은 집 전체가 그녀를 짓누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는 그의 말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알렉이 자신을 보러 올 것이고 자신은 또다시 다른 삶으로 미끄러져들어갈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들로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지고 다른 삶의 리듬에 맞춰 몸이 움직일 거라는 것도 알았다. 그가 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일단 그가 오면 그녀 자신이 다른 여자가 되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그 말이 몇 주 동안 이저벨의 머릿속에 머물렀다. 대신할 사람들. 그러나 죽은 자들 없이도 세상이 잘만 굴러간다는 건 오싹한 일이었다. 죽은 자들은 사라졌다. 그들은 너무 많은 세월, 인생을 놓쳤다…… 그러니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흘러간 세월은 그들이 놓친 바로 그 세월이었다. 그들은 되찾고 싶을 것이다…… _본문 211쪽

그들은 말이 없었다. 그들 사이에 그것이 있었다. 이제 거의 표면에 떠올라 있었다. 그녀가 안고 있는 생명, 그는 다시 가질 수 없는 생명. 다른 수많은 사람들, 세상은 그들 없이도 채워졌고 계속되었다. _본문 226쪽

알렉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저벨의 머릿속을 깊이 파고드는 기억은 누구의 것일까? 그녀가 세들어 살게 된 집과 벽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군복 외투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영국 왕립문학회 회원이자 영국 문학 교과서에 작품이 실리기도 한 시인이자 소설가 헬렌 던모어의 『외투』는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긴장감이 감미롭게 물결치는 고스트 스토리이자, 열정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로맨스가 있는 역사소설이다. 던모어는 2차대전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전쟁의 상흔으로 신음하던 영국의 시대상과 이제 막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던 젊은 부부의 모습을 통해 신혼의 단꿈이 지나간 뒤의 허망한 현실, 평온한 일상의 보이지 않는 균열 위로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 산 자와 죽은 자의 시간, 안타깝게 생을 놓쳐버린 인간의 애절한 절규, 그럼에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남은 자의 비애를 다채롭게 그려낸다.


목차


외투 ㆍ 9

옮긴이의 말 ㆍ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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