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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두는 아름다움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

  • 문동만
  • |
  • 예옥
  • |
  • 2020-12-15 출간
  • |
  • 276페이지
  • |
  • 125 X 190 mm
  • |
  • ISBN 978899324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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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문동만 시인은 일하면서 사색하고 시를 쓰는 삶을 살아온, 한국문단의 중요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일찍이 시 전문 잡지 『리얼리스트』의 편집에 오랫동안 관계한 바 있으며, 이는 그의 시정신이 리얼리즘과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그 자신의 타고난 섬세한 감각과 궁핍한 성장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애상에 바탕을 둔 서정적인 시세계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번 산문집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은 그러한 시인의 시 세계가 그 자신이 규정한 바 산문이라는 “알몸의 글쓰기”를 통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나리를 소재로 유소년 시절의 기억과 지금, 이곳의 코로나 창궐의 현상을 함께 이야기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은 그가 지닌 감각과 사유의 원형질을 잘 드러내 준다.

슈퍼에서 돌미나리를 팔기에 반 근만 샀다. 반 근도 한짐이었다. 미나리나 쑥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생전에 허리도 반절은 굽은 이가 봄나물 한다고 맘껏 쓰지도 못하는 몇 푼의 돈벌이 한다고 논둑이나 개울에 주저앉아 봄볕을 태우던 모습 같은 거. 이것을 하나하나 칼끝으로 채집한 노무비가 얼마일까를 생각하니 엄마도 2천 원 벌자고 한 시간은 쭈그려 개울을 뒤졌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그런 생각도 하며 맛있게 먹을 뿐이다. 삼겹살 구워 미나리쌈 싸서 한 잔. 역병의 시절, 서로 만날 수 없으니 자작이라도 해야 한다. 미나리는 피를 맑게 한다. 고로 미나리에게도 핏줄이 있으리라.

또 다른 산문에서 그는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누이에 대한 슬픔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막내 여동생의 마지막 길을 뒤따라가 보았다. 지난겨울, 둘이서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었던 짜장면집 삼청각에서 시작해 용산역사 지하 마트를 지나 보증금을 두 배를 올려달라는 전셋집에서 이사해서는 채 한 달도 살지 못한 셋방으로 가던 그 마지막 귀갓길을, 갖은 소음과 분주한 사람들, 황량한 건물들이 살풍경인 도심 길을, 뒤쫓아 마지막 건너지 말아야 할 그 길 앞에서, 너를 가로막고 손을 잡아보았다. 건너지 마라! 건너지 마라! 너는 내 몸을 뚫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푹 쓰러진다. 세상의 욕망과 속도에 맞지 않는 보폭과 마음을 가졌던 깊은 눈의 아가씨야.

그러나 그는 단순히 섬세한 감각과 몸에 밴 슬픔으로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문학에 대한 사유는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목질을 가진 나무와 같은 일관됨을 보여준다. 시의, 문학의 본질을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에서 찾는 다음의 구절을 주목해 볼 만하다.

나는 내가 만들어 살아보지 못한 풍경 속에서 잠깐 풍요롭고 적요해졌습니다. 시라는 것도 기실은 이런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을 옹호하는 일을 넘어서지 못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갖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아는 만큼, 생각에 도달한 만큼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 오는 동안 자동차는 많은 매연을 내뿜으며 왔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듯 삶의 형용모순에 빠져 무심하거나 성찰과 지향을 말할 때가 많습니다. 이 복잡다단한 공동체가 만든 합의가 제도이고 법률이라는 것이겠는데, 많은 이들이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만 권리를 주장하는 일들이 극심해졌습니다. 그것이 좋게 말하면 민주주의겠지만, 권리와 윤리를 혼동하기 시작했다는 의심도 타당해 보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처지에서만 하소연하고 정당화하고 강행하게 되면 그것이 현세의 지옥이 될 것이라고, 나는 한탄도 해봤습니다. 또한 누군가 애써 이룬 이만큼의 성취의 과실을 희생 없이 따먹는 부류들도 득세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어느 글에서 문학을 ‘위세화’하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위기가 될 것이라 말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시라는 것이 문화 상품의 세계에 편입되는 것을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상품이 아닌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시인조차도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 소속된다면…… 가장 근본적으로 지켜야 할 정신의, 혹은 서정의 저지선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문동만 시인의 산문들은 이와 같이 한 사람의 인간적 존재로서 살아온 삶의 과정들, 그 이면의 감추어진 사연들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깊은 문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이러한 사유를 전달하는 그의 문장들은 투명하고 간결하고 아름답다.
저자의 내밀한 삶의 경험을 그린 산문들, 「첫사랑의 골목」, 「두 아버지에 대하여」, 「너는 어디로 가는가」 등은 노동하는 젊은이로 성장하여 귀한 사랑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직한 화자 인격체의 존재를 엿보게 한다. 이 ‘주인공’은 자신의 어려운 성장기를 보내고도 그것을 성숙하게 승화시켜 우리에게 사랑의 곡진함을 보여준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역병이 돌던 봄날에
어떤 언약에 부쳐
우이동에서의 몇 년
다감한 말들의 목록
원경이 아름답다 1
원경이 아름답다 2
언어의 몸살, 관계의 몸살
탁구론
무논을 생각하며
두 아버지에 대하여
너는 어디로 가는가
어떤 인연들
고향을 짓는 꿈
문어文魚
목줄

2부

수인에게 부치는 편지 1
수인에게 부치는 편지 2
수인에게 부치는 편지 3
평화가 내 원이건만
슬픈 사람끼리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을 지지하는 시 쓰기의 역경!
분화하는, 진화하는 삶의 시를 찾아서 1
분화하는, 진화하는 삶의 시를 찾아서 2
유한성에 공손히 수그리는, 초식주의자의 미학
당신은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두 집 살림의 꿈을 이룬 시인에게
나의 시 선언문

3부

무엇을 이어 쓸 것인가
마흔의 송면에게
어머니 같은 어머니를 낳지 마세요
그들의 바퀴論이 궁금하다
눈물에 제 눈을 바친 대지에게
다시는 괴로운 전기가 되지 않기를
친절 좋아하세요?
야한 얘기를 들려 드리지요
三江에서

4부

이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어찌한단 말인가
선명한 색깔의 어두운 그림자
서둘러 늙지 않는 심장에 대하여
마지막 인사
남대문 경찰서에서
너는 너의 상주가 되지 않으리
고향 생각 1
고향 생각 2
젖은 자가 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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