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덕 작가의 동화 『동물원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 『신발 신은 물고기』 『가벼운 집』 『유리 동물원』 『새, 블랙박스』 『엄마』, 산문집 『나는 빈둥거리고 싶다』, 소설집 『그림쟁이ㅂㅎ』 등을 출간한 바 있다. 그림작가로 참여한 이수민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였고 현재 그림작가로 일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 『아기개미와 꽃씨』 『눈사람아, 춥겠다』 『헤엄치는 건 재미있어』 『현아와 구름』 등이 있다.
동화 『동물원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 나아가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상생을 이야기한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푸름이’가 북극곰 ‘흰돌이’에게 동일시를 느끼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이 서로에게 갖던 편견을 허물어뜨리고 공동체의식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인간 사회의 차별과 이에 따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추천사를 쓴 이재무 시인의 말처럼 『동물원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는 “우리가 잃어버린 생의 시원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가질 수 있”게끔 한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에게는 “사람과 더불어 지구 안에 편재하는 생명은 모두가 등가적 존재라는 것을 학습하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끔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나아가 이 책은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행복할 권리를 역설하기도 한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보장될 때, 공동체로서의 의의와 가치가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이 책의 교훈이며 미덕일 것이다. 양수덕 작가의 동화 『동물원 이야기』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모티프로 한 ‘동물원 이야기’가 세대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함양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그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빙하로 출근을 합니다.
그러고는 싱싱한 물고기들을 잡습니다. 빙산의 식탁 위에 눈부신 햇살이 커다란 접시를 차리면 물고기를 담아 맛있게 먹습니다. 그런 다음 가족들과 장난치며 재미나게 놉니다. 친구들과 사귀기도 하고 짝을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는 겉모습만 다를 뿐 숨 쉬고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이는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인 북극곰입니다. 우리와 더불어 사는 지구 안의 한 가족입니다.
어떤 사람이 못된 손에 끌려 어느 외진 곳에 갇혀 산다는 말을 듣고는 우리는 분노하거나 혀를 찹니다. 북극곰뿐 아니라 또 다른 많은 야생동물들이 동물원에 갇혀 사는데도 우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사람한테만 손을 내밉니다.
붙잡혀 온 수많은 야생동물들도 우리처럼 제가 태어난 곳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사람의 구경거리가 아닌, 감옥살이가 아닌, 숨 쉬는 자연 속에서 그들의 가족과 친구와 함께 자신들만의 삶을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입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처럼 살고 싶을 것입니다.
햇살이 커다란 접시를 차린 그의 식탁으로 우리가 초대받는 꿈을 꾸어봅니다.
2020년 12월
양수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