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과의 이별
펑펑 내리는 눈을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가 있을까요? 함박눈이 내린다면, 가장 신나는 일은 내 친구 눈사람 만들기입니다. 내리는 눈을 맞으며 쌓인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듭니다. 정성껏 눈도 찍어주고, 입도 그려주고, 코도 박아줍니다. 나뭇가지로 양팔을 만들고 머리에는 양동이도 씌워 봅니다. 반나절 동안 흠뻑 정이 든 눈사람 친구는 밤이 되면 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일 깨어나면 제일 먼저 뛰어나가 눈사람 친구가 잘 있는지 안부부터 확인합니다. 운이 좋으면 며칠 동안 눈사람과 만날 수 있지만, 머지않아 눈사람은 내가 알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일그러져 있거나 사라지고 맙니다. 서운하거나 울거나 지나치거나, 아이는 그렇게 살아 있는 누군가와의 이별을 처음으로 연습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사람은 죽지 않아〉는 사라진 눈사람 친구를 찾아 떠난 어린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워하면 만날 수 있어
능숙한 이야기꾼 티에리 드되는 자신의 어릴 적 눈사람에 대한 추억을 꺼내 어린이들의 마음을 엽니다. 그러고는 이별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경쾌하고 솜씨 있게 들려줍니다.
정성껏 만든 눈사람에 대한 아이들의 애정은 각별합니다. 집에 돌아갈 때 데리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지요. 내 마음대로 만든 눈사람 친구와 마음이 잘 통할 것 같아 꿈속에서는 함께 뛰어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눈사람 모습은 변하다가 사라지고 맙니다. 그 사이 내가 먼저 눈사람을 잊어 이별하기도 해요.
그런데 어디 눈사람뿐일까요? 우리가 좋아하는 누군가와도 언젠가는 결국 이별하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그중에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이별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언젠가 엄혹한 이별을 마주하게 될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도닥여줍니다. 다람쥐, 올빼미, 고슴도치, 토끼처럼 진심으로 그리워하면 언제고 떠난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것이 참말이건 거짓말이건, 이별을 견뎌낼 힘을 주는 상상력입니다. 다음 생까지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기다릴 내 동물 친구에 관한 이야기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