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우수 오디오북 콘텐츠 선정작
이 책은 클래식도 ‘음악’임을 선언하는 에세이다. 우리는 그동안 클래식을 음악이 아니라 교양으로서 들어왔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목을 1번부터 9번까지 외우고, 헨델과 하이든부터 시작해서 각 음악을 파벌로 나눈 족보를 외웠다. 하지만 클래식은 그런 ‘역사’가 아니라, 듣고 즐기는 ‘음악’이다.
내가 슬플 때 음악에서 위로를 받았다면 그 음악은 그저 나를 위로해주는 음악이다.
음악을 듣고 벅찬 감동을 받았으면 그 음악은 그저 나를 격려해주는 음악이다.
작곡가와 제목, 역사적 배경을 몰라도 좋다. 즐길 수 있으면 그게 음악이다. 그렇게 클래식을 들으면 결코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클래식은 그 시대의 ‘오락’이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이인현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들마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잖아.”
그저 교양 있어 보이려고 클래식을 듣는다는 친구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드뷔시라는 프랑스 작곡가가 만든 ‘물의 희롱’이라는 곡이 있어. 그냥 상상하면서 들어봐. 너는 지금 잔잔한 호수에 혼자 있어. 저녁인데 바람이 살짝 부는 거지. 바람 때문에 나무들이 조금씩 흔들리고, 물도 조금씩 출렁거리고 있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봐. 온 하늘을 수놓은 별들은 은은한 광채를 내고 선명한 달은 너를 환하게 비추고 있어. 차갑지만 선선한 공기가 너를 감싸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생각들은 점점 자리를 찾아가.”
어떤 역사나 교양을 설명해주지 않았는데, 그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상상하면서 들었는데, 대박이야.”
그래, 클래식은 이런 것이었다. 복잡한 설명 없이 느끼는 것.
그래서 저자는 몰라도 되지만 즐기는 데 약간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하기로 했다.
어려운 이론이나 역사는 전혀 없다. 그냥 이 곡을 작곡한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이 곡을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 본인이 이 곡을 들었을 때의 상황과 감정을 같이 이야기한다.
사랑, 세상, 그림, 인생이라는 주제로 소개하는 26곡을 꼭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만의 방법으로 듣는 데 약간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인현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부분도 흥미롭다. 어떤 기분에서 클래식을 들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는 것을 본인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유학 시절의 어려웠던 점, 부모님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까지. 음악은 기교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이해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저자의 말대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헤드뱅잉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