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대한 개인적 기억과 문화사적 고찰이 어우러진 에세이집
광주 모노그래프 2, 『사라지는 것들에 기대다 - 오래된 가게』 출간
‘소소하면서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광주의 근현대 기억을 엮는다’는 취지로 시작된 ‘광주 모노그래프’ 시리즈 중 두 번째 에세이집, 『사라지는 것들에 기대다 - 오래된 가게』(심미안 刊)가 출간됐다.
광주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광주 모노그래프’ 시리즈의 두 번째 테마로 선택된 것은 ‘오래된 가게[老鋪]’다. 가게라는 공간은 마치 사람처럼 그만의 개성과 분위기를 담고 있다. 오롯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개인의 취향이 듬뿍 담긴 공간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발을 들일 수 있으며, 그 누구나가 많아지고 여기에 시간마저 더해지면 지역 공동체 안에서 특정 가게에 대한 일종의 연대의식이 생겨난다. 또 그 공간의 물성을 만드는 인테리어나 취급품들의 종류라는 것이 시대적 환경과 지역 문화에 영향을 받아 영업장이 번성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가게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이고, 각자 독립적인 듯하지만 시대와도 끊임없이 조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게 중에서도 생필품보다는 음반, 도서, 사진, 미술과 같은 문화예술의 향유와 관련된 점포들로 범위를 압축했고, 광주의 중심부에 자리한 ‘예술의 거리’에서 예술인과 일반인들이 서로 알게 모르게 무수히 지나쳤을 식당과 다방을 보태었다.
어느 가게든지 시간이 오래되면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특히 문화생활과 관련된 공간들은 이용자들에게 막연한 기대감과 흥분을 심어준다. 『사라진 것들에 기대다』에서는 연령도 활동 분야도 제각기 다른 김동하, 김형중, 박성천, 범현이, 이화경, 한재섭 여섯 필자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자신들만의 이야기이면서 광주 사람 모두의 기억을 “개인의 감정 따위는 들키지 않겠다는 듯 담담하게, 혹은 다른 이들의 추억에 의지하여, 아직 남아 있는 것들에 경의와 반가움을 표하며, 때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어렵게 소환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을 복원”한다. 김동하는 아직도 계림동에 남아 있는 오래된 헌책방 거리를, 김형중은 전문 서적들을 취급하던 오래된 서점들을, 박성천은 예술인들이 오가며 일반인과 어울렸던 오래된 식당을 소개한다. 범현이는 ‘예술의 거리’에 모여 있는 화랑, 표구점, 필방 들의 역사를 살펴봤으며 이화경은 오랜 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음악들을 판매하며 내공을 쌓은 음반 가게들을 탐색한다. 마지막으로 한재섭은 광주와 얽힌 사진사(史)와 더불어 휴대폰 카메라가 보급된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사진관을 호명한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광주 모노그래프 시리즈는 “캐주얼한 방식으로 광주 연구에 접근하”여 “상아탑으로서의 지역학이 아닌, 역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지역민의 ‘學’으로” 환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